[생활속 과학이야기] 지상으로 내려온 성층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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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아주 흥미로운 영화 한 편을 봤다.
리처드 홈스의 소설 '하늘로의 추락'을 원작으로 한 영화 '에어로너츠'다.
필자가 속한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열유체표준그룹에서는 고층기상 환경을 지상으로 가져오기 위한 연구를 7년 전부터 수행하고 있다.
급박한 기후위기 속에서도 느리지만 정확한 과학기술적 해결책은 반드시 필요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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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아주 흥미로운 영화 한 편을 봤다. 리처드 홈스의 소설 '하늘로의 추락'을 원작으로 한 영화 '에어로너츠'다. 19세기 런던에서 하늘을 날고 싶은 두 콤비가 열기구를 타고 하늘을 탐험하면서 겪게 되는 어드벤처 무비다.
영화 속 두 주인공인 기상학자 제임스와 열기구 조종사 어밀리아가 열기구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기 전에 나눈 대화가 기억에 남는다. 어밀리아가 하늘을 보며 "구름이 좀 불길해 보이지 않아?"라고 하자 제임스가 답한다. "아침 관측에 의하면 날씨가 좋을 거야". 기상학자가 옳았을까? 아니면 경험 많은 열기구 조종사의 '촉'이 맞았을까? 과학자인 필자의 입장에서는 안타깝게도 경험 많은 어밀리아가 맞았다. 영화 속에서는 말이다.
하늘에는 수증기와 수많은 공기분자가 존재하고, 다양한 에너지원들이 공존한다. 여기에 더해 지구가 빠르게 회전하고 있다. 믿기 힘들 정도로 역동적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래서 단기적 날씨 예보와 장기적 기후변동을 정확히 예측하기란 매우 어렵다. 요즘에는 지구온난화까지 더해져 혼돈의 장이 돼 버렸다.
최근 뉴스에는 하루가 멀다하고 이상기후 현상과 인명, 재산 피해가 보도되고 있다. 기후변화를 넘어 기후위기 시대다. 예상보다 너무나도 빠르게 우리에게 다가오는 기후위기는 백약이 무효인 것 같다. 실제로 인류가 기상이변에 속절없이 당하고 있지 않는가. 이상 기상현상과 지구온난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기상관측이 필요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가 표준기상관측소를 운영하고 있다. 대기의 흐름에는 국경이 없다. 긴밀한 국제적 협력이 필요한 이유다. 하지만 측정학적 관점에서 볼 때, 매우 아쉬운 결과가 13년 전에 나왔다. 지구온난화를 예측하기 위한 대기 핵심 물리량인 기온과 습도에 대해 고층기상 관측센서인 라디오존데로 측정한 결과, 국제적으로 신뢰하기에는 너무 큰 차이(기온 측정편차: 1.7 ℃, 습도 측정편차: 30%rh)가 보고됐다. 기후변화 대응에 국제적 협력을 어렵게 하는 원인이다.
잠시 앞에서 이야기한 '에어로너츠'로 돌아가 보자. 과학보다 경험이 더 잘 맞는 분야가 기상분야일까? 그렇지 않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 것이다. 중장기적 기후변화 예측을 위해 지상 30㎞ 이상 높이의 성층권에서 핵심기후 인자를 정확하게 측정해야 하지만, 누군가의 경험이 쉽사리 도달할 수 없는 곳이다. 인류의 영원한 숙제인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태양을 지구상으로 가져오기 위한 핵융합장치를 개발하고 있듯이 성층권 고층기상 환경을 지상으로 가져온다면 정확한 측정과 이를 통해 축적될 실험적 경험이 기후변화 대응에 해결책을 주지 않을까?
필자가 속한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열유체표준그룹에서는 고층기상 환경을 지상으로 가져오기 위한 연구를 7년 전부터 수행하고 있다. 성층권의 기온, 습도, 기압 등 고층대기의 환경을 정밀하게 모사한 인공의 시험공간을 세계 최초로 구현했다. 이를 이용해 고층기상 관측을 위해 사용하는 라디오존데의 온도와 습도 센서를 정밀하게 교정할 수 있게 됐다. 사격의 영점조정과 같이 전 세계에서 고층대기 관측을 위해 사용하고 있는 최고의 무기인 라디오존데의 영점조정이 비로소 가능해진 것이다. 이 영점조정 기술은 현재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주도하에 ISO 국제표준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제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적 공동 대응이 측정학적으로 가능하게 될 것이다.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말이 있다. 급박한 기후위기 속에서도 느리지만 정확한 과학기술적 해결책은 반드시 필요한 법이다. 이러한 빛나지 않는 숨은 노력들이 언젠가는 인류가 직면한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를 기대해 본다. 권수용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열유체표준그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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