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 누락→조사 누락→누락사실 은폐”…신뢰 잃은 LH

김현주 2023. 8. 21.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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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계속된 전관수주에 '계약해지' 카드…카르텔 근절엔 '글쎄'
연합뉴스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전관 업체와의 용역계약 절차 전면 중단을 선언한 지 닷새만인 20일 이미 체결한 용역계약까지 모두 해지하는 고강도 대책을 추가로 내놨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좀처럼 전관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데 따른 초강수로 읽힌다.

다만 철근 누락 사태의 원인으로 '전관 업체 수주'가 지목됐음에도 전관 업체의 수주가 반복됐다는 점에서 자체 쇄신을 통한 카르텔 근절이 가능할지 의문이 나오고 있다.

국토부와 LH는 지하주차장에서 철근 누락을 처음 확인해 발표한 지난달 31일 이후 이날까지 확인된 648억원 규모(11건)의 전관 업체의 설계 공모 및 감리용역 계약을 취소했다.

또 선정되기 전인 23건에 대해서는 입찰 공고를 취소했다.

그러면서 'LH 퇴직자 미보유 업체 가점 부여 및 퇴직자 명단 제출 의무화 시행'과 '전관 업체의 설계 및 감리 용역 참여 전면 배제 방안'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참여 전면 배제는 기획재정부 특례 승인 등의 절차가 필요하다.

나아가 이 대책이 실행된다고 해도 실질적으로 전관 카르텔을 철폐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회사 등을 통해 전관을 채용하는 등 방식으로 서류상 걸리지 않도록 하는 등 빠져나갈 구멍이 있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명단 제출 의무화'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 LH의 철근 누락 단지 중 6곳의 구조 도면을 구조기술사가 없는 무자격업체에서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는데, LH는 관련 언론 보도가 나오기 전까지도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LH는 이와 관련, "수주한 설계사무소가 제출한 서류에는 구조기술사의 서명이 있었다"고 해명했으나, 이 서명이 날조된 것은 아닌지에 대한 확인은 없었다는 의미다.

나아가 LH는 이번에 퇴직자 및 전관 업체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해 관리하기로 했다.

LH 퇴직자의 취업제한 대상 기업도 확대키로 했다. 하지만 실제 이대로 시행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국토부와 LH는 과거에도 취업 제한을 검토했다가 직업 선택의 자유 침해 소지 가능성에 이를 보류한 바 있기 때문이다.

LH의 쇄신 의지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LH는 지난 4월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가 발생한 현장과 같은 무량판 구조로 된 91개 아파트 단지를 전수 조사해 15개 단지에서 철근 누락을 확인했다고 발표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조사 대상에서 10개 단지가 누락된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철근 누락 아파트 단지도 15곳이 아닌 5곳이 더 있던 것으로 확인돼 축소 발표 논란이 일었다.

최근에는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 임원 전원의 사직서를 받고 이 가운데 4명의 사직서를 수리했지만, 실상 이들 4명은 임기가 끝났거나 한 달여 남짓 남은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철근 누락 사태 원인으로 전관 업체를 지목해놓고도 최근까지 이들 업체와 수주 계약을 지속하고 있었던 것이 재차 확인되면서 사실상 달라진 게 없다는 것이 비난이 나온다.

LH가 지금껏 얘기한 '해체 수준의 혁신'이나 '조직 슬림화' 등도 이미 2021년 부동산 투기 의혹 때 다 언급한 내용이라는 점에서 지난 2년간 사실상 변화가 없었다는 것이 안팎의 평가다.

당시 정부와 LH는 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지자 "해체 수준의 혁신을 추진하겠다"면서 고질적 병폐로 손꼽히는 전관예우를 없애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면서 퇴직자의 유관 기업 취업 제한 대상을 '2급 부장급 이상'으로 확대했지만 직원들이 2급이 되기 전 사임하는 사례만 잇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이 같은 계약 중단 및 해지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요즘 분위기가 부실공사 사태의 원인이 마치 전관에만 있는 것 같은데, LH 전관을 모두 빼면 다른 전관이 나온다. 전관이 있든 없든 설계, 시공, 감리로 이어지는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부실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있다.

사실상 전관이 없는 곳이 전무한 상황에서 전관을 피해 계약을 하려다가 오히려 '늑대 피하려다 호랑이 만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한준 LH 사장도 지난 2일 '반카르텔 공정건설 혁신계획'을 발표하면서 "전관이 없는 곳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며 어려움을 토로한 바 있다.

LH에서 매년 수백명의 퇴직자가 나와 사실상 건설업계 전반에 LH 출신자들이 있는 상황에서 LH 전관 한명 없을 정도면 '존재감 없는' 업체로 봐도 무방하다고 한 LH 관계자는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전관이 없을 정도면 정말 소규모의, 사업 경험도 거의 없는 곳일 가능성이 크다"며 "LH 사업은 대부분 규모가 매우 크고 이 정도 사업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업체가 많지 않은 게 사실인데, 전관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이런 업체에 맡겼다가는 오히려 더 나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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