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좁다”…글로벌 동맹으로 인공지능 영토 넓히는 K기업
대규모 언어모델(LLM)를 독자 개발하는 데 막대한 자본과 시간이 요구되기 때문에 미국 빅테크에 비해 후발주자인 국내 기업들로선 전략적 동맹을 통한 ‘멀티엔진(Multi-Engine)’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자체 LLM을 갖고 있더라도 협력을 통해 다양한 AI 모델을 확보해 기업 맞춤형 서비스를 강화하겠다는 계산이다. 특히 국내 기업들이 장점을 갖고 있는 한국어 특화 모델만으로는 확장성이 크지 않기 때문에 강력한 파트너십을 통해 글로벌 시장 진출 기회를 모색하겠다는 구상이다.
멀티엔진 전략 측면에서 가장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회사는 SK텔레콤이다.
초거대 AI ‘에이닷(A.)’을 개발한 SK텔레콤은 지난달 해외 대표 이동 통신사와 ‘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를 맺었다. SK텔레콤 깃발아래 도이치텔레콤, 싱텔, 이앤(e&) 등 총 12억명에 달하는 사용자를 보유한 통신사를 묶어 공동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올해 2월 국내 주요 AI 스타트업이 참여하는 연합체인 ‘K-AI 얼라이언스’를 만든 이후 나온 두 번째 동맹이다.
또 SK텔레콤은 지난 13일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AI 혁신 기업 앤스로픽에 1억달러를 투자하며 파트너십을 맺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앤스로픽은 오픈AI 출신 연구원들이 2021년 설립한 스타트업으로, 구글·마이크로소프트(MS)·오픈AI 등과 함께 대표적인 생성형 AI 전문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SK텔레콤은 앤스로픽과 협업을 통해 한국어는 물론 영어, 독일어, 일본어, 아랍어, 스페인어 등을 포함한 다국어 LLM모델을 공동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유영상 SK텔레콤 사장은 “SK텔레콤이 보유한 한국어 AI기술과 앤스로픽의 글로벌 AI역량을 결합, 글로벌 통신사들과 더불어 AI 생태계를 주도해 나갈 것”이라고 청사진을 제시했다.
카카오 역시 초거대 AI ‘코(Ko)GPT 2.0’을 자체 개발한데 이어 메타 ‘라마(LLaMA)2’와 같은 외부 모델을 적극 도입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카카오 주요 서비스별로 최적화된 맞춤형 AI 서비스를 만드는 데 있어 자사 모델만을 고수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이와관련 IBM 기업가치연구소(IBV)가 올해 4~5월 미국의 주요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 200명을 대상으로 생성형 AI에 대해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5%는 ‘누가 가장 발전된 생성형 AI를 보유하는지에 따라 경쟁 우위가 결정될 것’이라고 답했다. 또 50%는 ‘이미 생성형 AI를 제품과 서비스에 통합하고 있다’고 답변했으며, 43%는 ‘전략적 의사 결정’과 36%는 ‘운영 상의 의사 결정’에 각각 생성형 AI를 활용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김현정 한국IBM 컨설팅 대표는 “기업 고객들은 생성형 AI를 무조건적으로 도입하려고 하지 않는다”며 “성능 뿐 아니라 모델 자체에 대한 신뢰성, 정확도, 운영 비용, 보안 관리 등을 함께 고민하고 있어 AI 개발사의 국적은 고려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B2B 시장에서 기업들이 각자 상황에 가장 적합한 AI 모델을 찾고 있는 만큼 멀티엔진 전략이 유효하다는 분석이다.
김 대표는 “국내만 봐도 이미 한국에 기반을 둔 기업이지만 사실상 글로벌 기업인 경우가 많고, 또 해외 사업을 연계한 곳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무조건 자국 LLM만 써야한다는 분위기는 없다”며 “가령 한국어 특화 모델이라는 게 강점이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 경쟁력이 있다고 볼 순 없다”고 전했다. 그는 또 “이제는 기업들이 특정 AI 모델 하나만 선택하기 어렵게 됐다”며 “챗GPT가 처음 등장했을 땐, 수많은 기업이 압도적 성능에 놀라워했지만 지금은 대다수 기업이 유스케이스 별로 어떻게 모델을 도입할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IBV 설문 결과에 따르면, 글로벌 CEO들은 생성형 AI와 관련해 편견·윤리·보안과 같은 기술의 잠재적 위험이나 규제 이슈 등 여러 장애물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CEO의 57%가 데이터 보안과 안전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었고, 48%는 편향성 또는 데이터 정확성에 대해 염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민서 황순민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김연경 ‘식빵언니’인 것 모르는 국민 있나”…전여옥, 이다영에 일침 - 매일경제
- “참기 힘든 놀림과 학교폭력”…서울과고 떠난 ‘IQ 204’ 소년 - 매일경제
- “사무실 30도 넘는데 에어컨 안틀어주는 사장님”…직장인 탈진 - 매일경제
- “미처 몰랐네”…인천공항서 열린 ‘작은 잼버리’의 큰 감동 [방방콕콕] - 매일경제
- [단독] “2년간 한번도 안쓴 장비에 5300억”…연구개발비는 눈먼돈? - 매일경제
- [단독] 주호민아들 특수교사, 후원금 기부했다...“서이초 교사위해 써달라” - 매일경제
- “선생님, 누나라고 불러도 돼요?”…선 넘는 중학생들 어디까지 - 매일경제
- “흑자 전망하더니 뭔소리야 또”...한전, 전기요금 또 올릴 판 - 매일경제
- 광명 철산·하안지구 재건축 밑그림 나왔다 - 매일경제
- 골? 어시스트? 공격 포인트 없어도 손흥민은 월드 클래스 증명했다 [EPL]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