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주의 건강편지]왜 학교는 호기심-창의력-끼를 억누를까?

이성주 2023. 8. 21. 06:3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8살 소녀가 엄마 손에 이끌려 정신과에 왔다.

어머니는 "학습장애가 있는 것 같다"는 학교 통지서를 꺼내들었다.

린의 이야기는 영국의 교육사상가 켄 로빈슨의 TED 강의 '학교가 창의력을 죽인다'를 통해서 세계에 널리 알려졌지요.

로빈슨은 "재능이 아주 뛰어나고 총명하며 창의적인 많은 사람이 자신이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학교에서 자신이 잘하는 것을 인정받지 못했거나, 실제로 낙인이 찍혔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23년 08월 21일ㆍ1587번째 편지

8살 소녀가 엄마 손에 이끌려 정신과에 왔다. 어머니는 "학습장애가 있는 것 같다"는 학교 통지서를 꺼내들었다. 숙제를 늦게 내고, 다른 사람을 귀찮게 한다는 등 아이의 문제를 줄줄이 읊었다. 의사는 여성의 얘기를 곰곰이 듣더니, 아이에게 "엄마와 바깥에서 좀더 이야기해야 하는데 혼자서 좀 기다려줄 수 있겠니?"하고 물었다. 아이가 고개를 끄덕이자, 의사는 라디오를 틀어놓고 나갔다. 의사는 아이가 혼자서 라디오 음악에 따라 춤 추는 것을 엄마에게 보여주면서 입을 열었다. "린은 문제아가 아니고 무용가입니다. 무용학교로 보내주세요."

아이는 "무용학교에는 나처럼 생각하기 위해선 가만히 앉아있지 못하는 사람들로 북적댔다"고 말했습니다. 그 소녀는 로열발레학교를 나와 로열발레단의 수석 발레리나로 지냈습니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회사를 만들었으며 앤드루 로이드 웨버를 만나 '캣츠', '오페라의 유령' 등의 안무를 맡았지요. 세계 최고의 안무가로 대영제국훈장과 함께 기사 작위도 받은 질리언 린 이야기입니다.

린의 이야기는 영국의 교육사상가 켄 로빈슨의 TED 강의 '학교가 창의력을 죽인다'를 통해서 세계에 널리 알려졌지요.

우리나라에서도 《누가 창의력을 죽이는가》 《엘리먼트》 등의 책을 통해 알려진 켄 로빈슨 전 워릭대 교수는 개인의 장점을 폭넓게 정의해서 학생이 저마다 타고난 소질을 키우는 것이 교육의 고갱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각국 교육 당국이 교육과정과 평가의 개혁에는 관심을 갖지만, 아이들의 소질을 계발하는 교수법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고 우려했습니다. 그리고 열악한 환경에서 포기하지 않고 학생을 지도하는 교사들에게 찬사를 보냈습니다. 교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자신감을 북돋아주는 것이라며….

그는 아이들이 잠재력을 제대로 발휘할 환경이 조성되기를 바라며 《만약을 생각하라(Imagine if)》라는 책을 쓰다가 암 진단을 받습니다. 그는 2020년 오늘(8월 21일), 눈을 감기 전에 딸 게이트에게 책을 완성해달라고 부탁했고 딸은, 아버지와의 유언을 훌륭히 따릅니다.

로빈슨은 "재능이 아주 뛰어나고 총명하며 창의적인 많은 사람이 자신이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학교에서 자신이 잘하는 것을 인정받지 못했거나, 실제로 낙인이 찍혔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우리 교육 현장의 문제가 영국보다 덜하지는 않을 겁니다. 배배 꼬인 문제 푸는 법만 가르쳐서, 학교에서 정답을 정하지 않은 진짜 문제는 풀 수 없고, 다양성과 오답을 인정하지 않는 우리 학교에서 아이들의 잠재력을 계발할 수 있을까요?

켄 로빈슨은 TED 강의에서 "린을 진료한 의사가 다른 의사처럼 약을 처방하고 아이에게 진정하라고 다그쳤다면…"하고 화두를 던집니다. 당시에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라는 병명이 없었기에 망정이지, 지금이었다면 잠재력을 찾을 기회가 더 줄었을 겁니다. 허나, 그 현명한 의사와 같은 사람이 지금도 어디에는 있겠지요? 비록, 그런 현명함에 박수를 치는 사회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지만···.

이성주 기자 (stein33@kormedi.com)

Copyright © 코메디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