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 대출 '주담대'로 눈 돌리자…'가계부채 주범' 억울해[인뱅 6년]③
상반기 16조원 순증한 주담대…카뱅·케뱅 비중 18%
(서울=뉴스1) 김정현 기자 = 6년째를 맞이한 인터넷전문은행(인터넷은행)은 금융권에 서비스 혁신 등 긍정적인 영향만 끼친 것은 아니다. 여신 확대 등 외연 성장에 집중한 인터넷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돌파구로 삼으면서 가계대출 문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인터넷은행 3사 중 1위인 카카오뱅크와 2위인 케이뱅크의 경우, 올해 상반기 호실적에는 시중은행보다 낮은 금리를 내세운 주담대의 힘이 컸다. 인터넷은행 특성상 인건비 및 점포 운영비 등 비용을 아낄 수 있어 금리를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카카오뱅크가 신규 취급한 분할상환방식 주담대 평균금리는 연 4.02%, 케이뱅크는 연 4.14%였다. 이는 같은 시기 5대 시중은행 평균금리인 연 4.31~4.79%와 비교해 훨씬 낮은 수준이다.
◇인뱅, 비대면 효과 '금리 경쟁력'으로 건전성 높고 부담적은 주담대 확대 주력
6월말 기준 카카오뱅크와 주담대 잔액은 5조5000억원으로 직전 분기 2조4000억원에서 129%(약 3조1000억원), 지난해말 대비로는 361%(약 4조3000억원) 늘었다.
카카오뱅크의 1분기 주담대 신규 취급액 1조4370억원 중 약 40%, 2분기 신규 취급액 3조5000억원 중 약 60%가 대환 목적이었다. 대환 목적을 제외한 상반기 신규 발생 주담대는 약 2조2622억원 발생했다.
같은 시기 케이뱅크의 아파트담보대출 잔액 규모는 2조4000억원이다. 2분기에만 약 9000억원의 아담대가 신규 발생했다. 케이뱅크는 주담대 상품별 세부 잔액을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전체 아담대 절반가량이 대환 목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뱅크의 주택 관련 대출 비중은 지난해 말 21.3%에서 반년만에 29.1% 까지 늘어났다.
결국 올해 상반기 동안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두 곳에서만 약 3조원의 신규 주담대가 발생한 셈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주담대는 상대적으로 연체율이 낮고 주택이라는 담보가 있어 건전성이 높은 상품"이라며 "인터넷은행들이 구조적인 금리 경쟁력을 토대로 위험부담이 적은 주담대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인터넷은행들은 연말에 예정된 온라인 대환대출 시스템의 주담대 포함을 앞두고 주담대 상품 확대에 더욱 힘을 쏟고 있다.
케이뱅크는 연내 전세금 반환 대출 상품을 준비하고 있다. 그간 주담대를 취급하지 않았던 토스뱅크도 올해 전세대출 관련 상품 출시를 준비 중이며 뒤이어 주담대 상품도 선보일 방침이다.
◇가계대출 중 주담대 잔액 상반기 16조 순증…인뱅 신규 취급액 비중↑
문제는 최근 가계대출 동향이다. 최근 주담대를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금융당국에서 리스크 관리에 나섰다. 특히 올해 들어 주담대 규모가 급성장한 인터넷은행들이 예의주시 대상이 됐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7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4개월 연속 증가해 7월말 기준 1068조100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그중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820조8000억원이었다.
은행 가계대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담대 잔액(전세자금 대출 등 주택관련 대출 포함)은 지난해 12월말 798조8000억원에서 올해 6월말 814조8000억원으로 16조원 순증했다.
올해 6월말까지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신규 취급한 주담대가 3조원 수준인 점을 고려할 때, 올해 상반기 주담대 증가에서 인터넷은행의 비중은 18%를 넘어가는 상황이다.
◇금융당국 "비대면 주담대 현장조사"…하반기 주담대 성장에 제동 걸리나
주담대 덕에 상반기에 호실적을 본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성장이 하반기에도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금융당국이 최근 가계대출 증가 문제와 관련해 인터넷은행 주담대를 직접적으로 거론해 규제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이달 중 은행권 가계대출 실태 점검을 위한 현장조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인터넷은행에 대해서는 대출 심사 과정에서 대출자의 소득심사 등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과도한 대출에 따른 연체위험을 충분히 관리하고 있는지 집중 점검하기로 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16일 인터넷은행의 주담대 급증과 관련해 "금리 변동 상황에서 소득에서 과도하게 그 범위가 넘어가는 지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고려하지 않고 DSR 모델을 만들었을 수 있을 것"이라며 "실질적인 소득의 성장을 넘어서는 대출이 일어났다는 건 어느 곳에서 빠진 부분이 있지 않을까하는 합리적인 의심을 해볼 수 있는 부분"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처럼 금융당국에서 인터넷은행들의 비대면 주담대를 지목해 점검에 나설 경우, 사업 확대를 위해 하반기에 주택 관련 대출을 준비하던 토스뱅크 역시 주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내년 주담대 상품 출시 계획에도 악영향이 있을 수 있다.
다만 인터넷은행들은 가계대출 급증의 주범으로 몰린 것에 대해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지난 17일 내부통제 및 가계대출관리 강화를 위한 은행장 간담회에 참석한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비대면 주담대에 대한 입장을 묻는 취재진에 "전체 (주담대) 시장에서 카카오뱅크 주담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2%도 안 된다"며 저희가 무슨 주범이냐"고 항변했다.
Kri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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