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국제질서 저해 주체로 中 지목… 韓, 신중론 탈피 스탠스 분명히

이현미 2023. 8. 21. 06:0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캠프데이비드 회의 의미
조태용 “印太 지정학 바꾼 8시간”
中, 서해·대만 주변서 무력시위
尹 “2024년 정상회의 韓개최 기대”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의 정상회의는 한·미·일 공조의 대상을 기존 북한에서 중국으로 확대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한·일의 역할이 증대되는 결정적 계기가 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캠프데이비드에서 열린 정상회의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3국 공동 이익은 우리만의 배타적인 이익이 아니라 전 세계의 자유 평화 번영에 기여하는 보편적 이익과 부합하고 거기에 우리 3국의 공동 이익이 함께 있다”며 “3국 간 포괄적인 협력 체계가 가동되면 먼저 공급망 안정 또 금융 외환시장에 있어서 첨단 과학기술의 협력이나 안정이 원활하게 이뤄진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윤석열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8일(현지시간) 한미일 정상회의가 열린 미국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도 “우리 동맹국과 같이 함께하지 않는다는 것은 우리가 더 약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동맹국과 함께 발을 맞춰서 가야지만 더 강해진다”고 강조했다. 기시다 총리는 “남중국해에서의 일방적인 현상 변경의 시도를 비롯해 3국을 둘러싼 안보 환경이 한층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이번 회의는 일·미·한 안보 협력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점에서 뜻을 모았다”고 했다.

3국 정상이 공동성명에서 처음으로 중국을 역내 규칙 기반 국제질서를 저해하는 주체로 직접 지목하고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함으로써 한국은 그동안 미국 주도의 중국 견제에 신중했던 스탠스를 바꿔 확실히 동참한다는 의사를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또 △정상회의, 국가안보실장 및 외교·국방장관 회의 연례화 △산업·재무장관회의 신설과 같은 3국 협력체제 강화는 물론 인도태평양대화 발족,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태평양도서국포럼국과의 긴밀한 협력에 합의함으로써 3국 안보협력체가 오커스(AUKUS: 호주·영국·미국의 안보협의체), 쿼드(Quad:미국·호주·인도·일본의 안보협의체) 이상으로 기능할 수 있음을 예고했다. 이는 향후 인태 지역에서 미국 지지 아래 한국과 일본의 역할이 안보적, 경제적 차원에서 더욱 확대될 것임을 보여준다.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은 20일 연합뉴스TV에 출연해 “(한·미·일 정상회의는) 인태 지역의 지정학을 바꾼 8시간(실제 7시간17분)이라고 얘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평가했다. 조 실장은 공동성명에 중국 조항이 삽입된 것에 대해 “최근 중국이 필리핀 민간선박에 대해서 물대포를 쏴서 위험한 상황을 만들어 ‘중국이 했다는 것을 밝히는 게 맞겠다’ 해서 한·미·일이 의기투합했다”면서도 “상호 존중에 기반해 한·중 관계를 발전시킨다는 원칙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왕이 중국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오른쪽)과 돈 쁘라뭇위나이 태국 부총리 겸 외교부 장관이 지난 19일 베이징에서 만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중국은 한·미·일 정상회의에 강력히 반발하면서 한반도와 대만 주변에서 무력시위에 돌입했다. 왕이(王毅)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은 19일 돈 쁘라뭇위나이 태국 부총리 겸 외교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3국을 겨냥해 “역외 세력이 남중국해에서 진영 대결과 냉전적 사고를 부추겨 어렵게 얻은 평화와 안정 국면을 파괴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중국 해사국은 20일 오후 4시부터 27일 오후 4시까지 서해의 랴오둥(遼東)반도 다롄(大連)시와 산둥(山東)반도 옌타이(煙臺)시 사이 해역에 군사훈련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또 대만 국방부에 따르면 3국 정상회담 공동성명 발표 6시간 만인 19일 오전 6시부터 20일 오전 6시까지 24시간 동안 대만 주변 해·공역에서 중국군 소속 군용기 45대와 군함 9척이 포착됐다. 앞으로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립이 격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대만 외교부는 이번 회의에 대해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지지하는 견고한 입장을 거듭 천명해준 데 대해 진심 어린 환영과 감사의 뜻을 표한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3국 공동기자회견에서 “다음에는 한국에서 우리 세 정상이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해 차기 한·미·일 정상회의는 내년 상반기 한국에서 개최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캠프데이비드=이현미 기자,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