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만 순경 4600여명 결원… 치안 최전선 ‘구멍’
귀찮은 일 도맡아 파출소 기피
근속 승진에 현장서 빨리 떠나
업무 환경·인력구조 개선 목소리
신림동 성폭행범 강간 등 살인 적용
피해자 ‘공무상 재해 인정’ 추진
20일 경찰청이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서울경찰청 소속 경찰은 3만1623명이다. 정원 3만1559명보다 64명이 많은 수치다. 그러나 낮은 직급에서는 현원이 정원에 크게 못 미쳤다. 경사는 정원(6640명)보다 949명 적은 5691명, 경장은 정원(7985명)보다 2018명 부족한 5967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순경은 정원(9535명) 대비 절반이 결원인 4909명만이 근무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경위 이상 직급에서 인원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다. 총경과 경정 등 고위직 간부는 현원이 정원 대비 각각 17명, 67명 많았다. 경감은 5059명으로 정원(2020명)보다 3039명 많았고, 경위는 8456명으로 정원(3821명)보다 4635명 많았다.
이는 서울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순경 직급의 현원은 전국 18개 시도경찰청 모두 정원보다 부족한 상황이다.
일선서에서 112신고사건 및 치안상황을 담당하는 B 경찰관은 “모든 경찰서에서 다 그렇게(인력이 부족하다고) 느낄 것”이라고 토로했다. 순찰차 3대를 보유한 지구대·파출소를 기준으로 볼 때, 한 팀이 운영되려면 순찰차당 2명씩 총 6명에, 지구대·파출소 안에서 근무할 2명, 총 8명의 근무인원이 유지돼야 한다. 여기에 야간근무 시 휴게에 들어가거나 휴가·병가를 가는 인원까지 고려하면 최소 10명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B 경찰관은 “현재 ‘최소’ 인력 8명으로 운영하고 있긴 하지만, 누구 한 명이 휴가를 가게 되면 다른 팀에서 지원 근무를 해줘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지구대·파출소 인력 부족 문제는 대한민국 경찰의 고질적인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의 한 파출소장은 “지구대·파출소에 인력이 부족하다는 말은 20년 전부터 나오던 얘기”라면서 “치안 문제가 대두된 것도 처음이 아닌데, 아무리 얘기를 해도 해결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지역경찰의 업무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배상훈 우석대 경찰행정학 교수는 “한국은 집회시위를 막거나 국회·대통령실 등을 지키기 위해 배치한 경비 경찰이 너무 많은데, 그보다 지역경찰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지역경찰에 잔업을 몰아놓고 권한은 안 주니까 다 도망가려고 한다”며 “이들을 제대로 교육해서 전문화된 지역경찰을 만들고 승진시켜준다면 이탈이 줄어들 것”이라고 부연했다.
경찰은 범행 당시 상황을 정밀히 재구성하고 이전 행적을 분석해 최씨가 성폭행뿐 아니라 살인의 의도까지 있었는지 규명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최씨는 성폭행을 하려고 너클을 샀다고 인정하면서도 범행 당일 성폭행은 미수에 그쳤고 피해자를 살해할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흉기를 동원해 피해자가 의식을 잃을 정도로 폭행한 만큼 최소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혐의는 입증할 수 있을 것으로 경찰은 판단했다. 경찰은 21일 피해자 시신을 부검해 구체적인 사인을 규명하고 폭행 피해와 사망의 인과관계를 확인하기로 했다. 경찰은 조만간 최씨의 신상공개와 사이코패스 진단검사 여부도 결정할 방침이다.
조희연·김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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