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두뇌가 뛴다]⑳ 5억년 전 산호초 화석에서 기후변화의 미래를 본다

송복규 기자 2023. 8. 21.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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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충남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 인터뷰
수억 년 전 화석 속 미생물로 지구 환경 변화 분석
“기후변화 결과 알 수 없지만, 속도 급격한 것은 확실해”
“기초과학 연구하지 않으면 과학적으로 퇴보할 것”
이정현 충남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이달 14일 대전 충남대에서 조선비즈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와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고생대나 화석을 연구하는 기초연구가 지금 당장은 경제성이 없어 보일 수 있어도 생각하지 못한 가치를 창출하는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송복규 기자

과학계의 오래된 질문 중 하나는 ‘인간의 기원’이다. 46억 년 전 탄생한 지구의 역사는 방대하지만, 인류의 조상이라고 여겨지는 화석인류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기껏해야 500만~1000만 년 전에 활동했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우주망원경을 이용해 외계 행성을 관측하고 발생생물학이라는 이름으로 세포의 형성과 발달을 연구하는 것도 모두 인간의 기원을 찾아내기 위한 노력이다.

지질학도 인류의 뿌리를 찾기 위한 유용한 도구다. 이정현 충남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5억4100만 년 전 시작된 캄브리아기에서 4억4380만 년 전에 끝난 오르도비스기에 이르는 초기 고생대 화석을 조사하는 서른아홉 살의 젊은 연구자다. 남들이 보기엔 돌덩이에 불과한 화석으로 고생물과 생명체의 기원 밝혀낸다. 고생대는 현재의 지구보다 온도가 훨씬 높아 당대의 화석이 지구 온난화로 일어날 변화를 알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하기도 한다.

인류가 탄생하기 수억 년 전의 지구는 어땠을까. 또 고생대 화석은 지구를 뜨겁게 만드는 인류 문명에 어떤 교훈을 줄 수 있을까. 조선비즈는 이달 14일 대전 충남대 대덕캠퍼스에서 이 교수를 만나 지구의 일생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이정현 충남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가 캄브리아기 지층 조사를 위해 조사를 하고 있는 모습./충남대

–고생태학 연구실을 운영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연구를 하고 있나.

“퇴적암과 무척추 생물을 이용해 수억 년 전 지구에서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리고 생물이 어떻게 진화하고 멸종하는지를 주로 연구한다. 그중에서도 미생물이 서로 붙어서 퇴적물을 이루는 ‘스트로마톨라이트(Stromatolite)’와 그것들이 성장해 만드는 생물초를 주로 이용한다. 생물초는 주로 산호초라고 부르는 것들인데, 고생대와 지금의 생물초는 차이가 있다. 고생대 생물초는 어떤 성분으로 구성됐는지, 어떤 과정으로 형성됐는지 연구하고 있다.”

–고생태학 중에서 생물초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최근 지구 온난화로 전 세계적으로 산호초가 줄어들고 있다. 원인은 기온이 올라가면서 일어나는 해양 산성화 때문이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하면서 이산화탄소가 물속에 녹고, 물속에서 탄산으로 바뀌면서 산호가 껍질을 만들지 못하고 녹는다. 산호는 적도 부근에 많이 서식하면서 파도를 막고 다양한 생물들의 서식지가 되기도 한다. 만약 산호가 멸종하게 되면 아예 없어질 것인지, 아니면 다른 생물로 대체될 것인지 알아야 하는데 과거의 생물초를 연구하는 게 힌트가 될 수 있다.”

–생소한 개념인 스트로마톨라이트에 대해 설명해달라

“아마 지구에 최초로 나타난 생물들은 엄청나게 작았을 것이고 눈으로 보기도 힘든 모습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런 고생대 연구의 문제점을 해결해주는 게 스트로마톨라이트다. 스트로마톨라이트는 미생물들이 서로 퇴적물을 붙잡고 자라면서 만든 구조다. 주로 연구하는 시기인 캄브리아기와 오르도비스기 이전인 선캄브리아기에는 생물초를 미생물들이 만들었다. 스트로마톨라이트와 생물초가 서로 달라 보이지만, 사실상 같은 주제라고 보면 된다.”

인천 옹진군 소청도에서 발견된 선캄브리아기 스트로마톨라이트./문화재청

공룡도 출현하기 수억 년 전인 고생대 시기의 환경은 현재 지구와는 매우 달랐다. 캄브리아기는 현재 지구 평균 온도보다 섭씨 7~8도 높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때도 기후변화는 있었다. 캄브리아기 동안 기온은 점점 상승해 오르도비스기가 오기 전까지 섭씨 10~20도 정도 올랐다. 오르도비스기에 이르러서는 점차 기온이 내려갔다.

기온이 오르고 내리면서 고생물에도 변화가 발생했다. 지구의 산소 농도는 기온에 반비례하는데, 캄브리아기 말에는 기후가 뜨거워지고 산소는 부족해지면서 생물이 제대로 번성하지 못했다. 반면 상대적으로 온도가 낮은 시기에는 다양한 종류의 생물초와 해면동물 화석이 발견됐다.

–캄브리아기와 오르도비스기처럼 수억 년 전 지구는 지금의 인류에게 어떤 교훈을 주나.

“캄브리아기와 오르도비스기가 속한 현생누대는 큰 다세포 생물이 처음 화석으로 많이 나오는 시기다. 이 말은 인류를 포함해 모든 동물과 식물의 공통 조상이 어떤 식으로 나타났고 진화했는지 알 수 있는 시기인 거다. 또 이 시기는 현재보다 훨씬 따뜻했던 시기이기 때문에 온난화가 계속 지속될 경우에 환경이 어떻게 만들어질 것인가를 대변해준다.”

–가장 기억에 남는 논문은 무엇인가.

“지질학 연구자들이 가장 열심히 인용하는 국제학술지 ‘어스-사이언스 리뷰(Earth-Science Reviews)’에 실린 연구 결과다. 그동안 지질학에서는 고생물을 두고 ‘생물초가 단순했을 거다’ ‘미생물이 많았을 거다’라는 수준으로 단순하게 생각했다. 이 논문은 전기 고생대 동안 생물초가 환경과 어떻게 연관됐는지, 산소 농도와 온도 변화가 생물 진화와 멸종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정리한 것이다. 지금까지 쓴 논문 중 가장 마음에 든다.”

–고생대의 기온 상승이 생물 다양성을 줄였다면, 기후변화를 겪고 있는 지금의 지구에도 적용할 수 있나.

“물론 지금 일어나는 기후변화로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확신을 가지고 예측할 수 없다. 자신 있게 예측할 수 있는 연구자는 아무도 없을 거라고 본다. 심지어 지금의 지구의 온도는 역사상으로 낮은 축에 속한다.

문제가 되는 것은 변화의 속도다. 내가 연구하는 캄브리아기는 9000만 년에 이르는 시간에 섭씨 10~20도가 오른 것이지만, 지금의 지구는 수십 년 만에 섭씨 1도 가까이 기온이 상승했다. 지구 역사상 많은 시기가 있었는데, 지금처럼 급격하게 기후변화가 일어나는 적은 없다. 변화가 수천만 년간 서서히 일어나면 생물이 변화에 맞춰서 진화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급격한 온도 변화는 환경에 맞춰 적응할 시간이 부족해 문제가 생긴다.”

이 교수는 올해 3월 젊은 기초과학 연구자를 대상으로 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한 우물 파기 기초연구’ 과제에 선정됐다. ‘생물초의 고생태와 진화’라는 주제로 매년 2억원씩 10년간 지원을 받는다. 그동안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200명이 넘는 지원자 중 15명만 뽑는 사업에 선정됐다. 이 교수는 기초과학이 당장은 돈이 되지 않더라도 세계를 선도하는 과학적 진보를 이룰 수 있는 만큼 앞으로도 젊은 연구자들에게 장려되는 세상이 오길 소망했다.

이정현 충남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가 이달 14일 대전 충남대에서 조선비즈를 만나 스트로마톨라이트 화석을 들고 인터뷰하고 있다./송복규 기자

–'한 우물 파기 기초연구’ 과제에 선정됐다. 기초과학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기초과학을 왜 공부해야 할까에 대한 대표적인 사례가 있다. 최근에 연구실 학생이 국내 캄브리아기 초기 지층을 연구하면서 타이타늄이 포함된 지층을 발견했다. 처음엔 ‘그냥 있나보다’ 생각했는데,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 광산을 개발해보자고 제안이 왔다. 광산 개발이라는 주제로 접근한 것이 아니지만, 생각지 못한 경제적 이득이 발생한 거다.

기초과학은 당장 경제적 이득을 가져오진 않지만, 과학적 진보를 이끌 수 있다. 한국이 20세기까지는 해외에서 이미 잘하고 있는 것을 가져오는 전략으로 성장했다면 지금의 상황은 생각보다 녹록지 않다. 기초과학을 연구하지 않으면 지금의 위치조차도 지키기 힘들 수 있고, 이전으로 퇴보할 수도 있다.”

–젊은 기초과학 연구자로서 과학도들에게 해줄 말이 있을까.

“나 같은 경우 어릴 때부터 과학책을 읽고 화석이 좋아서 연구자가 됐다. 물론 그 과정에서 관심 없는 부분도 배워야 해서 재미없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경제적 가치를 쫓는 사람들에게 우리가 삶을 통해 무엇을 얻고 싶고 어떤 곳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을지 질문하고 싶다. 돈은 덜 벌 수 있다. 그래도 하는 일에서 보람과 즐거움을 느끼고 있으면 더 나을 수도 있지 않을까.”

이정현 충남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2008년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학사

2010년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석사

2014년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박사

2015년 미국 테네시대 박사후연구원

2016년 충남대 지질환경과학과 조교수

2017년 충남대 지질환경과학과 부교수

2017년 대한지질학회 젊은지질학자상

2021년 아시아-오세아니아 지구과학회(AOGS) 카미드 강연상

주요 연구성과

Earth-Science Reviews(2018), DOI: https://doi.org/10.1016/j.earscirev.2018.04.003

Historical Biology(2022), DOI: https://doi.org/10.1080/08912963.2022.2155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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