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톡톡] ‘챌린지 효과 톡톡’… 매운 라면 줄줄이 나오는 이유
매운맛이 더 강해져 입이 얼얼할 정도
스트레스 해소용... ‘챌린지 문화’ 효과도
라면 회사들이 줄이어 매운맛을 극대화한 라면을 내놓고 있습니다. 최근 삼양식품은 매운 국물 라면 브랜드인 ‘맵탱’을 새로 출시했습니다. 불닭볶음면의 매운 이미지를 국물 라면에 이식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총 세 가지 라면을 준비했다”면서 “칼칼한 매운맛을 선호하는 소비자는 맵탱 흑후추소고기라면, 알싸한 매운맛을 좋아하는 소비자는 맵탱 마늘조개라면, 깔끔한 매운맛을 좋아하는 소비자는 청양고추대파라면을 선택하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오뚜기는 ‘마열라면’을 지난 16일 출시했습니다. 오뚜기의 매운 라면인 ‘열라면’의 후속 상품인데 마늘과 후추 맛을 더한 것이 특징입니다. 오뚜기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라면 맛의 매운맛을 더 느끼고 싶을 때 마늘과 후추를 넣는다는 점을 활용해 상품을 만들었다”고 말했습니다.
농심은 ‘사나이를 울리는 신라면’보다 두 배 매운 한정판 제품 ‘신라면 더 레드’를 14일에 내놨습니다. 신라면 더 레드는 매운맛을 측정하는 스코빌 지수가 기존 신라면의 2.2배인 7500SHU에 달합니다. 면 한 점에 물 한 모금 먹어야 할 정도로 매운 불닭볶음면의 스코빌 지수가 4500SHU라는 점을 감안하면 매운맛이 극대화된 것입니다.
‘매운맛 전성시대’라는 말이 근 4~5년째 지속되고 있습니다. 잊을 만하면 매운맛을 더 강화한 더 매운 라면이 나오고 있습니다. 50~60대들 사이에선 ‘매워도 먹을 수 있을 만한 제품을 만들어야지, 이 정도면 속 다 버린다’는 불만이 나올 정도입니다.
그런데 라면 회사는 왜 계속 매운 라면을 새로 선보이는 걸까요? 언뜻 생각하면 매운 라면은 최근 식품업계의 큰 트렌드 중 하나인 ‘웰빙’과는 거리가 먼 자극적인 맛인데요.
일부에선 매운 음식을 먹으면 순간적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입 안이 얼얼한 만큼 매운맛을 먹으면 순간적으로 기분 전환에 도움이 되고 궁극적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요즘같이 살기 팍팍한 시대에 먹는 것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라면으로 스트레스를 풀려는 이들이 늘었다는 뜻이지요.
하지만 식품업계에선 스트레스 해소나 불황보다는 ‘챌린지(challenge)’ 효과가 가장 큰 상품이라서라고 말합니다. 챌린지란 도전을 뜻하는 영어 단어입니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챌린지는 주어진 미션에 도전하고 이를 SNS 업로드하고 태그를 달아 다른 사람에게 공유하면서 이어가는 것이 특징입니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980~2004년생)에겐 이미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습니다.
매운 라면과 챌린지가 어떤 관계가 있다는 것일까요? 많은 식품 회사는 두 가지 방식으로 돈을 법니다. 소비자의 선택을 늘 받는 ‘스테디셀러(꾸준히 잘 팔리는 상품)’를 하나 만들어서 안정적으로 매출을 올리고, 주목도를 단기간에 끌어올리는 ‘반짝 상품’을 구비해 매출을 늘리는 것입니다.
반짝 상품은 유행을 기민하게 반영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가장 핵심은 소비자의 호기심을 최대한 짧은 시간 안에 끌어와서 소비까지 연결하는 것입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요즘 그 효용성이 가장 높은 상품 부류가 바로 매운맛을 극대화한 식품”이라고 했습니다. ‘더 강력해진 매운맛을 소화할 수 있을까’ 하며 호기심을 자극하고, ‘제가 한번 도전해 봤습니다’로 대표되는 SNS상의 챌린지 효과도 톡톡히 누릴 수 있어서입니다.
실제로 많은 유튜브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은 매운 라면이 나올 때마다 “도전해 보겠다”면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 먹는 모습을 방송합니다. 이른바 ‘먹방’입니다. 먹방에 한 번 나오면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등에 새로 나온 매운맛 라면에 도전한다는 글이 해시태그를 달고 넘쳐나곤 합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삼양의 불닭볶음면이 해외에서 인기를 끌게 된 시초가 바로 인스타그램을 중심으로 한 ‘챌린지’ 때문”이라면서 “챌린지 효과를 잘 살리면 국내외에서 매출이 늘어날 수 있어 ‘메가 히트 상품(전 세대에 회자되고 품절 대란을 일으키거나 유사 상품이 쏟아질 만큼 인기를 끈 상품)’을 만들 수 있다”고 했습니다.
또 다른 식품업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선 가장 안정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상품군이 바로 매운 라면”이라면서 “이번에 매운 라면이 한꺼번에 출시된 만큼 전쟁에 버금가는 마케팅 전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예고 했습니다.
매운맛 마니아들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요. 불닭볶음면으로 매운맛을 보여준 삼양일지, 매운맛 전통 강자 농심일지, 입에서 열이 나는 열라면을 만드는 오뚜기일지 그 결과가 조만간 나올 것 같습니다. 매운맛 전쟁에서 웃음 지을 라면회사는 어딜지 벌써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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