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를 왜 ‘헤지’하나요?”… ETF도 이젠 환노출형이 대세

문수빈 기자 2023. 8. 2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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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 3개월 만에 1343원 연고점 돌파
환차익으로 고수익 노리는 환노출형, 한 달 만에 35억 몰려
“달러는 헤지 아닌 투자 대상” 인식 바뀌었단 평가도

달러 대비 원화 환율(원·달러 환율)이 올해 들어 최고점을 기록하면서 환노출형 상장지수펀드(ETF)가 주목받고 있다. 해당 ETF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환율 움직임을 헤지(방어)하지 않고 환율의 등락이 수익률로 직결되는 상품이다. 현재와 같은 강달러 시기엔 환헤지형 상품보다 더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달러 강세가 계속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면서 투자자들의 자금은 환노출형 상품에 집중되고 있다.

투자자들의 인식이 바뀌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환율 변동이 과거엔 막아야 하는 ‘헤지’의 대상이었다면 이제는 투자 대상으로 평가받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환 변동성을 헤지하려면 수수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점 또한 환노출형을 선택하게 하는 이유로 꼽힌다.

그래픽=손민균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개인 투자자들은 환노출형 상장지수펀드(ETF) ‘KODEX 미국S&P500TR ETF’를 35억3368만원어치 사들였다. 이 상품의 주가는 한 달 새 2.57% 상승해 1만315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KODEX 미국S&P500TR ETF’는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대형주의 주가를 반영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토탈리턴 지수를 추종한다.

반면 환헤지형 상품에서는 투자자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달러 환율이 오르자 투자자들은 환율 변동으로 환차익을 볼 수 없는 환헤지형 상품을 매도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한 달간 환헤지형 상품인 ‘KODEX 미국나스닥100선물(H) ETF’는 3.78% 하락하면서 1만8315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펀드 이름에 ‘H(Hedge)’는 환헤지형 상품을 의미한다.

‘KODEX 미국나스닥100선물(H) ETF’은 금융회사를 제외하고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된 시가총액 1~100위 종목이 편입된 나스닥 100지수를 추종한다. 국내 투자자들은 이 상품을 지난 한 달간 21억8619만원 팔았다.

S&P500 지수를 추종하는 ‘환헤지 상품’ ‘TIGER 미국S&P500선물(H) ETF’는 같은 기간 1.66% 하락하면서 5만710원에 거래됐다. 개인 투자자들이 최근 한 달 동안 상품을 팔아치운 금액도 20억1340만원에 달한다.

17일 오전 9시 3분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43원을 돌파했다. 지난 5월 17일에 이어 약 3개월 만에 연고점에 도달한 것이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서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환율 변동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환노출형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 환차익으로 펀드 수익률도 함께 오르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 변동으로 펀드 시장에서 두 상품의 희비가 엇갈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28일 환율이 약 석 달 만에 1400원 선에서 1267원까지 하락할 때는 환헤지형 상품에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가 몰렸다. 환율이 1400원 선을 돌파한 지난해 9월부터 환율이 1260원대로 하락한 12월 사이 환헤지 상품 ‘KODEX 미국나스닥100선물(H) ETF’ 개인 순매수 금액은 228억653만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이 기간 환노출형 상품 ‘KODEX 미국S&P500TR ETF’는 투자자들이 151억1931만원을 순매수했다. 달러 환율이 하락하는 시기에는 환헤지 상품에 1.5배 많은 자금이 몰린 것이다.

다만 앞으로는 점점 더 많은 투자자가 환노출형 상품을 선택할 것이라고 프라이빗뱅커(PB)들은 전망한다. 한 증권사 PB는 “달러 기반의 자산을 갖춰야 한다는 데 많은 고객이 공감하고 있다”면서 “만약 원화 강세가 나타난다고 해도 투자자들은 오히려 저점 매수 기회라고 판단하고 환노출형 상품을 매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현장의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한편 증권업계에서는 강달러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국채 신용등급이 강등되자 미국 시장 금리가 상승했다”며 “당분간 강달러 추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도 환율이 1400원대까지 추가 상승할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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