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면적만큼 캐나다가 불탔다

최서은 기자 2023. 8. 2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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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최악 산불 수일째
지난 17일(현지시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웨스트켈로나의 산이 시뻘건 화염에 휩싸여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주민 3만5000명에 대피령
소방관 최소 4명 목숨 잃어
“하룻밤 새 100년치 화재”

캐나다 곳곳에서 발생한 최악의 산불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캐나다 당국은 비상사태를 선포했고, 인접국인 미국에도 산불이 확산하면서 당국이 긴급 대응에 나섰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수일째 산불이 번지고 있는 캐나다 서부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는 19일(현지시간) 약 3만5000명에게 대피령이 내려졌다. 전날까지 약 2만명에 대해 대피령이 내려졌는데, 하루 만에 1만5000명이 증가했다. 산불이 집중적으로 발생한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웨스트켈로나 인근에서는 지난 수일간 화마가 휩쓸며 주 전역에 걸쳐 380건 이상 산불이 났다. 이번 산불로 수천가구가 불탔고, 전력 공급도 일부 차단됐다. 켈로나 국제공항과 인근 고속도로도 폐쇄됐다. 웨스트켈로나의 소방서장은 “하룻밤 사이에 100년치 화재와 싸웠다”고 전했다.

데이비드 이비 주총리는 전날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그는 “우리 주 역사상 최악의 산불을 맞이하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할 수 없다”고 밝혔다.

북극해에 인접한 노스웨스트 준주에서도 200건 넘는 산불이 발생해 지난 15일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대피령을 내렸다. 주민 2만명 중 95%가량인 약 1만9000명이 대피를 마쳤다. AP통신은 주도 옐로나이프에 문을 연 곳은 식료품점과 약국, 술집이 각각 하나씩뿐일 정도로 도시가 사실상 텅 비어버렸다며 “인적이 끊겨 유령도시가 됐다”고 전했다.

주말 동안 바람이 약해지면서 소방당국이 진화 작업을 하는 데 다소 도움이 됐지만, 여전히 도시 곳곳이 거대한 화마와 싸우고 있다. 일부 소방대원들은주민들을 구조하려다 현장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면서 현재까지 소방관 최소 4명이 목숨을 잃었다.

아메리카 원주민 거주 지역에서 주민들의 안위를 가가호호 확인하려 방문한 키에론 테스타트는 “세상의 끝에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이 여섯을 차에 태우고 옐로나이프에서 떠나온 앨리스 리스케는 “언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우리에게 무엇이 남아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한 여성은 지난 13일 가족과 함께 불길을 뚫고 자동차를 몰아 대피하는 과정에서 불씨가 차량에 옮겨붙고 앞 유리가 깨졌다며 아찔했던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타이어가 완전히 파손되고, 차에 불이 붙을까봐 무서웠다”며 “아들이 ‘엄마, 나 죽고 싶지 않아요’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캐나다산불센터(CIFFC)에 따르면 이번 산불로 현재까지 뉴욕주 크기에 해당하는 14만㎢가 불에 탔다. 화재 상황의 절반은 통제 불능 상태이다. 캐나다는 이미 지난 5월부터 예년보다 일찍 시작된 산불 시즌으로 전 국토가 불타고 있는 상황이다. 올 들어 이제까지 불에 탄 지역을 모두 합하면 그리스 면적과 맞먹는 1370만㏊로, 이전 기록인 1989년 730만㏊의 2배 규모다. 대피에 나선 사람들도 16만8000명에 달한다.

캐나다 정부 관리들은 광범위한 가뭄 등으로 인해 산불 발생이 가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이번 산불이 오래 지속되는 상처를 남길 것이 분명해졌다”고 전망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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