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새시대] ①동북아 '안보협의체' 부상…공동전선 구축
3국 협력 정례·제도화…흔들리지 않는 관계 형성
(서울=뉴스1) 정지형 나연준 최동현 기자 = 한미일이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를 통해 3국 관계에 전례 없는 획기적 발전을 가져오면서 동북아에 신(新)안보체제를 구축했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 우크라이나 전쟁, 대만해협 문제 등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역내에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는 상황에 대응해 한미일이 공동 전선을 견고하게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21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미국시간으로 지난 18일 워싱턴DC 인근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진행된 한미일 정상회의는 3국 관계가 새로운 전기(轉機)를 맞는 계기가 됐다.
1994년 출범 이후 총 12회 개최된 한미일 정상회의와 비교해 13번째인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는 한미일 협력 관계를 이전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으로 격상시켰다는 설명이다.
◇개별 양자관계 '3각 공조 체제'로 통합
무엇보다 3국은 지난 30년간 한미·한일·미일로 이어지던 개별 양자관계를 하나로 통합해 인태 지역 내 독립적인 '소(小)다자 협력체'를 형성했다.
한발 더 나아가 한미일 정상은 3각 공조를 제도화·공고화해 각국 내 정치 상황과 대외정책 노선 변화에 따라 협력관계가 흔들렸던 과거 전철을 밟지 않도록 했다.
3국이 캠프 데이비드에서 공동성명인 '캠프 데이비드 정신'(The Spirit of Camp David)을 포함해 '캠프 데이비드 원칙'(Camp David Principles), '협의에 대한 공약'(Commitment to Consult) 등 문건 3건을 채택한 것도 한미일 관계가 과거로 후퇴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들이다.
공동 가치, 규범에 기반해 인도-태평양(인태) 지역과 전 세계 평화와 번영을 위한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원칙하에 안보·경제안보·첨단기술 등 전방위인 공조에 나선다는 것이 핵심이다.
아울러 한미일이 공동 이익과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도전이나 도발, 위협에 직면할 경우 필요에 따라 공동 대응에 나서기로 약속(공약)한 것도 3각 공조를 이끄는 장치다.
한미일은 공동성명인 '정신' 문건에서 "철통같은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으로 이어진 각각의 양자 관계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며, 우리의 3자 관계도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고 강조했다.
◇한미일, 포괄적·다층적 안보 협력체로 거듭나
한미일 3국은 이번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로 역사상 처음 최소 연 1회 정상회의 개최에 합의했으며 외교장관, 국방장관, 산업장관, 국가안보보좌관 간에도 연 1회 정례 회동을 하기로 뜻을 모았다. 재무장관 간 회동도 새로 출범했으며 추후 정례화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정상 간 교류뿐 아니라 각급, 각 분야에서 만남을 정례화해 협력의 폭과 깊이를 넓히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것이 중론이다.
군사·안보 분야도 한미일은 포괄적이고 다층적인 협력체로 거듭났다.
한미일은 특히 사안별로 진행되던 3국 공동 군사훈련을 연 단위로 연간계획에 따라 시행하도록 합의해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로 정했다.
또 지난해 11월 프놈펜 정상회의에서 합의된 북 미사일 경보정보 실시간 공유체계도 올해 안으로 가동을 추진해 대북 억지력을 강화한다.
한국을 놓고 보면 지난 4월 '워싱턴 선언'으로 한미 핵협의그룹(NCG)을 출범시키며 대북 확장억제력을 최고 수준으로 강화한 것에 이어 한미일 공동안보 전선까지 갖춘 셈이다.
일각에서는 한미일 군사 밀착을 두고 쿼드(Quad, 미국·일본·호주·인도 간 4자 안보대화체)와 오커스(AUKUS, 미국·영국·호주 간 3자 안보협의체)를 넘어서는 동북아 '한미일 안보협의체'가 꾸려졌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대통령실은 과하다며 선을 긋고 있지만 '준동맹'이라는 평가가 끊이지 않는 것도 3국이 군사연습 등으로 안보적 위협에 공동대응력을 강화한 모습과 무관하지 않다.
한미일은 북한 사이버 불법 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3자 실무그룹'을 신설하는 등 사이버 안보 분야로도 공조 본격화를 확대하기로 했다.
◇점증하는 동북아 안보 위기…한미일 밀착으로 타개
한미일이 현재 시점에서 안보 협력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것은 동북아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점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정상회의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의 해양 팽창, 북한 핵·미사일 고도화로 대서양과 유럽 안보, 인태 지역 안보, 글로벌 안보는 같은 선상에 놓이게 됐다.
미국은 글로벌 패권 경쟁을 놓고 해양 팽창을 꾀하고 있는 중국을 누구보다도 경계하고 있으며 양안문제는 동북아 안보 위기에 불씨가 되고 있다. 북한이 핵·미사일 기술을 고도화한 점도 한미일에 공통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한미일이 공동성명인 '정신' 문서에 '중화인민공화국'을 명시해 불법적 해상 영유권 주장을 비판한 것도 한미일이 공유하고 있는 대중국 인식을 보여준다.
윤 대통령이 취임 이후부터 글로벌 가치동맹을 강조하며 가치와 규범에 기반한 국가 간 연대를 강조한 것도 안보 위기가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윤 대통령은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자유, 인권, 법치라는 핵심 가치에 기반한 한미일의 강력한 가치 연대는 더 평화롭고 번영하는 세계를 만들기 위한 든든한 토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kingko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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