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리뷰]나나 전라노출이 전부가 아니다, 외모지상주의->내새끼 지상주의까지…‘마스크걸’의 불편한 시선
[스포츠서울 | 조은별기자]평범한 20대 회사원 김모미(이한별 분)의 꿈은 가수였다. 어린 시절부터 사람들 앞에서 춤추고 노래 부르는 게 특기였다. 하지만 한국에서 가수가 되려면 재능이 있어도 외모가 뒷받침 돼야 했다.
유난히 못생긴 ‘절세추녀’ 김모미는 일찌감치 꿈을 접었다. 대신 그는 남몰래 이중생활을 시작했다. 낮에는 회사에서 김모미 대리로 일하지만 퇴근 뒤 집에 오면 특수제작된 마스크를 쓰고 PC 화상 카메라 앞에 선다.
끝내주게 못생긴 대신 끝내주게 몸매가 좋은 건 그만의 장점이다. 김모미는 랜선을 타고 별풍선을 던지는 수많은 남성들의 추파를 즐기며 나르시시즘에 빠진다.
18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오리지널 시리즈 ‘마스크걸’은 2015년 네이버에 연재된 웹툰 ‘마스크걸’의 기본뼈대를 바탕으로 드라마화된 작품이다. 드라마는 원작이 제기한 외모지상주와 혐오를 다소 순한 맛으로 각색했지만 그럼에도 불편한 시선은 여전하다.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서 오로지 돈을 쫓는 짐승같은 인간들의 욕망을 조명했던 김용훈 감독은 ‘마스크걸’에서도 다시금 이성과 충돌하는 인간의 본성을 세상 밖으로 내놓으며 시청자들에게 “당신 내면에도 약자를 무시하고 혐오를 일상화하는 욕구가 있다”고 불쾌하게 귀띔한다.
드라마는 1부 29화, 2부 48화, 3부 47화에 달하는 방대한 원작을 총 7부작으로 압축했다. 각 회차는 김모미(이한별·나나·고현정 분), 주오남(안재홍 분), 김경자(염혜란 분), 김춘애(한재이 분), 김미모(신예서 분) 등 주요 등장인물이 사회에서 혐오의 시선을 받게 된 원인과 결과를 설명하는데 주력한다.
‘마스크걸’이 짚은 1차 혐오는 외모 지상주의다. 몸매는 좋지만 얼굴이 못생긴 김모미가 마스크를 써야만 했던 이유, 키가 작고 뚱뚱하다는 이유로 어린 시절부터 왕따를 당했던 주오남이 성에 집착할 수 밖에 없던 극단적인 사연이 공개된다.
두 사람이 자신감을 찾을 때는 랜선에서 추앙받을 때다. 얼굴을 가리고 마스크를 쓴 김모미는 끝내주는 몸매 때문에, 주오남은 그런 김모미에게 아낌없이 별풍선을 쏠 때 희열을 느낀다. 혐오의 시선 때문에 인정받지 못했던 두 사람은 왜곡된 시선으로 서로의 욕망을 풀다 끝내 잘못된 선택을 하기에 이른다.
드라마는 원작을 압축시키는 과정에서 원작의 ‘여적여’(여성의 적은 여성)를 여성연대로 탈바꿈하고 원작 속 ‘내 새끼 지상주의’는 더욱 강화하며 최근 우리 사회에 만연한 진상 부모의 행태를 꼬집는다.
일례로 원작에서 술집에서 일하기 위해 아름으로 이름을 바꾼 모미가 라이벌인 김춘애와 서로를 헐뜯고 나아가 또 다른 살인까지 저지르는 것으로 묘사됐지만 드라마에서는 두 사람이 서로의 아픔을 보듬고 지옥같은 현실을 탈출하기 위해 돕는 사이로 설정됐다.
극 중 주오남은 청교도적인 강박을 가진 엄마 김경자의 교육 때문에 비뚤어진 성적판타지를 가진 인물로 설정됐다. 김경자 역의 염혜란은 아들의 잘못된 성적 취향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오로지 아들을 죽인 김모미를 잡기 위해 남은 생애를 바친다. 자식에게 ‘왕의 DNA를 가진 아이’라는 표현을 쓰는 학부모가 있는 현실에서 드라마 속 김경자의 모습은 전혀 낯설지 않다.
이외에도 구역예배를 마친 교인들이 용한 점집 얘기로 수다를 떨거나, 독실한 기독교신자인 교도소장과 교도소의 실질적 권력자 안은숙(이수미 분)가 입에 담지 못할 거친 욕을 뱉어내는 모습을 통해 사회에 만연한 뒤틀린 모순을 꼬집는다.
드라마의 일등 공신은 이 어려운 메시지를 온몸으로 표현해낸 배우들이다. 1000대 1의 경쟁률을 뚫은 이한별은 신인으로서 쉽지 않은 역할을 놀라운 싱크로율로 소화해냈다. 나나는 비중은 적지만 전신 노출까지 불사하며 성형수술 뒤 술집에서 일하며 불안한 삶을 이어가는 김모미를 연기했다. 고현정은 교도소 수감 뒤 허망함과 자식을 위해 살아남아야만 하는 어미의 처절함을 동시에 표현해내며 30년 내공을 뿜어냈다.
주오남 역의 안재홍은 “이 작품이 은퇴작 아니냐”는 누리꾼들의 농담섞인 찬사처럼 성의 노예가 된 원작 속 주오남을 드라마틱하게 소화해냈다. 염혜란의 연기는 한국의 하비에르 바르뎀이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다. 섬뜩할 정도로 다채로운 표현력은 이 불쾌한 드라마의 멱살을 잡고 시청하는 원동력이다.
mulga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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