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이 '넘버투'라고? 다 따지면 6715억 천재타자 넘은 '넘버원'이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올 시즌을 앞두고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가장 큰 기대를 모았던 팀 중 하나가 바로 샌디에이고다.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의 에너지 넘치는 경기력을 목도한 팬들은, 더 전력이 강화된 이 팀이 LA 다저스의 내셔널리그 서부지권 패권 역사를 끝낼 수 있다고 믿었다.
후안 소토,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매니 마차도, 잰더 보가츠로 이어지는, 듣기만 해도 돈 냄새가 풀풀 풍기는 이 라인업은 적어도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1~4번 타순으로 뽑혔다. 상대 타자들이 1회부터 식은 땀을 흘릴 것이라는 전망은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었다. 1~4번 타자 모두 3할 혹은 그에 가까운 타율과 언제든지 홈런을 터뜨릴 수 있는 장타력으로 무장하고 있었다.
이 신바람 나는 타선이 샌디에이고의 서부지구 패권, 이를 넘어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가는 키가 될 것은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기대한 만큼 실망도 크다. 네 명의 선수 중 그 누구도 자신을 향한 기대치를 채우지 못하면서 오히려 리그에서 가장 큰 실망을 모으는 4인조가 됐다. 구단도 당황스러울 법한 성적이다.
‘대장’격이자 올 시즌을 앞두고 샌디에이고와 11년 총액 3억5000만 달러짜리 계약서를 갱신한 매니 마차도는 초반부터 타격 페이스가 저조하더니 아직도 실망스러운 성적을 남기고 있다. 20일(한국시간)까지 109경기에서 타율 0.248, 23홈런, 72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770의 성적이다. 마차도의 OPS는 리그 평균을 고작 12% 상회하는 데 그친다. 홈런을 제외한 모든 지표가 지난해에 비해 크게 주저앉았다.
올 시즌을 앞두고 11년 총액 2억8000만 달러에 계약한 올스타 유격수 잰더 보가츠의 좋은 시절도 4월에 끝이었다. 119경기에서 타율 0.265, 13홈런, 42타점, OPS+ 105에 머물고 있다. 리그 평균 OPS보다 5%만 좋다는 뜻이다. 약물 복용으로 팬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겼던 타티스 주니어도 OPS+는 118에 그치고 있다. 수비에서는 기대 이상이지만, 공격에서는 분명 기대 이하다.
참다못한 지역 언론도 폭발했다. 샌디에이고 지역 최대 매체인 ‘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은 19일 이 몸값 못하는 ‘트리오’에 직격을 퍼부었다. ‘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은 ‘샌디에이고는 올 시즌 리그에서 가장 실망스러운 팀 중 하나다. 뉴욕 메츠와 달리 트레이드 마감일을 앞두고 슈퍼스타들을 붙잡기로 결정해 후반기에 대한 희망을 살려뒀지만, 마감일 이후에도 승률이 5할이 안 되며 그것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실망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어 ‘파드리스의 가장 큰 스타들은 각각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면서 마차도, 보가츠, 타티스 주니어의 성적을 직격했다. ‘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은 ‘보가츠는 2017년 이후 최악의 공격 생산력을 보여주고 있고, 약물 징계에서 돌아온 타티스 주니어 또한 경력에서 최악의 공격 시즌을 보내고 있다’고 짚었다. 마운드가 선전하는 것과 달리 핵심 타자들이 부진하면서 샌디에이고의 전체적인 그림이 꼬였다는 지적이다.
‘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은 팀 내 최고 타자로 일단 후안 소토를 뽑기는 했다. 소토는 시즌 125경기에서 타율 0.261, 출루율 0.404, 24홈런, 75타점, OPS 0.895를 기록 중이다. 리그 평균 OPS보다 49% 정도가 높다. 그러나 ‘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은 ‘그룹 최고의 선수이지만 2년 연속 MVP 후보에 들지 못했다. 샌디에이고가 그의 (FA까지 남은) 두 시즌을 반을 대가로 워싱턴에 보낸 거대한 유망주 집단을 고려할 때 실망스러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대신 ‘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은 오직 김하성(28)에게는 호의적인 시선을 보냈다. 김하성은 올해 팀의 리드오프로 거듭나며 120경기에 나가 타율 0.278, 16홈런, 45타점, 27도루, OPS+ 125를 기록하며 분전하고 있다. ‘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은 ‘소토에 이어 샌디에이고의 두 번째 최고 타자가 예상치 못한 김하성이라는 게 팩트’라면서 제 몫을 못하고 있는 슈퍼스타들과 비교했다.
김하성의 연봉은 이들보다 훨씬 낮은 연 평균 700만 달러 수준이다. 이런 가격 대비 성능비 덕에 김하성의 올해 가치가 더 환하게 빛난다. 게다가 리그 최고의 2루 수비수이고, 유격수나 3루에 갖다 놔도 자기 몫을 한다. 도루에서도 팀 내 1위다. 열심히 뛰고, 끈질기게 공을 고른다. 김하성을 싫어할 수가 없는 이유다.
올해 샌디에이고 야수 MVP로 김하성을 뽑는 시각도 적지 않다. ‘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의 분석대로 ‘타자’만 놓고 보면 소토가 최고가 맞다. OPS와 조정득점생산력(wRC+)에서 모두 팀 내 1위다. 통계전문사이트 ‘팬그래프’의 집계에 따르면 올해 소토의 공격 기여치는 28.2다. 팀 2위인 김하성(19.7)에 비해서는 높다.
그러나 소토는 올해 수비에서 그렇게 좋은 활약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김하성은 소토보다 수비 가중치가 높은 중앙 내야수(2루수‧유격수)다. 이 때문에 ‘팬그래프’가 집계한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에서는 김하성(4.3)이 소토(3.8)나 타티스 주니어(3.8)보다 높다. 아직 시즌이 남아있어 이 순위는 바뀔 수 있지만, 적어도 마차도(2.8)나 보가츠(2.8)와의 격차는 크게 벌어져 추월 가능성이 낮다.
마차도, 타티스 주니어는 이미 총액 기준 3억 달러 이상의 선수들이고, 보가츠는 그에 근접한 선수다. 2024년 시즌을 끝으로 FA 자격을 얻는 소토는 최소 4억 달러 이상의 가치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장 워싱턴이 제안한 13년 4억2500만 달러(약 5707억 원) 상당의 계약을 단칼에 거부한 소토다. 5억 달러(6715억 원) 이상을 요구한다는 루머가 파다하다.
그런 소토보다 김하성의 올해 가치가 높다는 건, 역시 2024년 시즌을 끝으로 FA 자격을 얻는 김하성의 계약 전선에도 득이다. 물론 김하성이 소토만큼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다는 건 아니지만, 당장 두 선수가 샌디에이고와 연장 계약 협상에 돌입한다고 했을 때 김하성 쪽에서는 몸값을 띄우기 좋은 근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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