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국 주택시장의 미래

김인한 경희대 건축학과 교수 2023. 8. 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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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산업은 큰 시장규모에도 불구하고 생산성이 낮은 산업으로 평가된다. 주택건설 분야에서는 '집을 지으면 10년은 늙는다'는 표현처럼 건축주들이 큰 비용을 들이고도 짓는 과정과 결과에 대해 많은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 게다가 숙련된 기술인력의 수가 줄어들어 구하기도 힘들고 그마저 낮은 업무 완성도나 잦은 현장사고 등 건축산업의 여건은 갈수록 악화한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전 세계 국가가 공통으로 겪는 문제인데 이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제조화 건축' 방식이 본격 도입됐다. 특히 주택을 공장에서 제작한 뒤 현장으로 운반해 조립하는
모듈러 방식이 급속도로 확산한다.

과거에는 컨테이너를 개조한 건물과 모듈러 건물을 동일시하는 오해도 있었지만 최근 높은 품질의 모듈러 건축기술이 학교나 주택 등에 본격적으로 보급되고 구조 안전성과 내구성이 보장된 강구조와 수준 높은 내외장재 및 인테리어 마감이 사용돼 모듈러 건축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됐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모듈러 건축은 설계단계부터 제조, 조립, 시공, 유지보수 전반을 고려해 컴퓨터를 통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공정이나 공사비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기존 주택건설 방식에서는 현장 날씨나 투입인력 및 사용자재 수준에 따라 품질이 큰 영향을 받았다면 모듈러 방식은 전문공장에서 혹서혹한의 날씨와도 무관하게 일정한 환경에서 작업할 수 있고 일관된 공정과 표준화한 자재사용으로 목표수준의 품질을 확보할 수 있다. 이에 모듈러 건축은 기존 문제점을 획기적으로 줄여줘 앞으로 크게 확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모듈러 건축은 조립 및 해체기술이 이용되므로 장기임대토지에서 원하는 기간만큼 설치해 사용한 뒤 다른 장소로 옮겨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는 건설폐기물을 최소화하고 재활용이 가능해 최근 ESG 이슈에도 잘 부합한다. 또한 건물을 리스나 렌트 방식으로 임대해 사용한 뒤 반환하는 획기적이고 새로운 사업영역이 창출될 수도 있다. 이 경우 미래 건축과 부동산은 재산증식 수단의 시각으로부터 주거라는 본연의 기능과 사용가치로 돌아가는 매우 의미 있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실현될 수도 있다.

모듈러 건축은 부품을 조립하는 방식이므로 3차원 컴퓨터 기술과 접목에도 매우 유리하다. 3차원 정보기술인 BIM은 최근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여기에 인공지능, 빅데이터, 공장로봇 등 첨단 IT를 접목하는 연구·개발들이 진행된다. 따라서 모듈러 건축은 앞으로 명백하게 건축산업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다.

이는 먼 미래가 아니라 이미 우리 주변까지 다가와 있는 현실이다. 지난달 필자는 싱가포르와 영국 런던을 방문해 54층(192m) 높이의 애비뉴사우스 레지던스와 48층(149m) 높이의 텐디그리 공동주택이 모듈러 방식으로 지어진 것을 직접 둘러봤다. 모듈러 주택의 선도국가인 싱가포르에서는 현재 전체 공동주택의 90% 이상을 모듈러 방식으로 짓고 있다. 정부가 공영주택은 물론이고 민간택지를 불하할 때도 모듈러 공법으로 시공하는 것을 의무화해 미래 주택시장을 적극 유도한다. 유럽 모듈러 주택을 선도하는 영국에서는 민간영역에서 모듈러 주택이 활성화했다. 공기단축에 의한 절감비용이 제작비 증가비용보다 훨씬 크고 과정 자체도 단순하기 때문에 모듈러 주택은 앞으로 더 활성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최근 국토교통부가 모듈러 건축의 활성화를 발표했고, 국회에서 모듈러 인센티브법을 다루는 등 국가 차원의 관심과 노력을 기울인다. 모듈러 건축은 기존 건축산업이 3D업종에서 첨단 제조 IT산업으로 바뀔 수 있는 엄청나고 잠재적인 모멘텀을 가지고 있다. 이를 계기로 현재의 불신이 만연한 주택시장이 상호신뢰의 주택시장으로 변화한다면 앞으로 '집을 제조·설치하면 그 기쁨으로 10년은 젊어진다'는 신조어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김인한 경희대 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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