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하다 vs 작위적이다  호불호 갈리는 ‘좀비버스’

이근아 2023. 8. 21.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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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좀비는 이제 하나의 장르다.

하지만 지난 8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좀비버스'는 K-좀비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가 정의한 '좀비버스'의 장르는 좀비 코미디 버라이어티다.

실제로 '좀비버스'는 넷플릭스 글로벌 TOP10 시리즈(비영어 부문) 5위(지난 8일부터 13일 기준)에 오르며 글로벌에도 K-좀비 예능의 가능성을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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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덤'·'지금우리학교는' 이어 예능과 만난 K-좀비
작위적 연출 풀어야 할 숙제지만 글로벌 순항
캐릭터성에 열광 "장르 완성 위해 보완 고민"
넷플릭스 시리즈 '좀비버스'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K-좀비는 이제 하나의 장르다. 영화 '부산행'부터 시작해 넷플릭스 시리즈 '킹덤'과 '지금 우리 학교는'(지우학)까지. K-좀비가 자리 잡은 원동력은 뛰어난 기술력, 좀비의 빠른 움직임으로 극대화된 공포, 극한의 상황 앞에 드러나는 인간성과 딜레마 등 극적 요소가 결합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픽션'이라 가능한 것으로 알았다. 하지만 지난 8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좀비버스'는 K-좀비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좀비와 예능이란 예상을 깨는 조합을 통해서다.

넷플릭스 시리즈 '좀비버스'. 넷플릭스 제공
호불호 갈린 좀비 리얼리티? "대본 없는, 좀비 배경의 코미디쇼"

'좀비버스'는 예능인 노홍철, 박나래 등이 좀비 세계로 변한 서울에서 생존하는 예능이다. 반응은 '재미있고 신선하다' 와 '작위적이다'로 극명하게 갈렸다. 일각에선 '대본이 있는 것 같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좀비가 가상의 존재라는 걸 모두가 아는데 예능인들의 반응이 '리얼'할 리 없다는 의구심 때문이었다. 박진경 CP는 이에 대해 "좀비 등 연기자들은 100% 대본이지만 출연진은 그 상황에 던져지기만 할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모든 순간이 예상대로 되지 않았고, 카메라가 결정적인 장면을 잡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게 증거"라고 덧붙였다.

서울에 좀비가 활보한다는 상상으로 꾸려진 예능 '좀비버스'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출연진의 높은 몰입도는 기술력의 뒷받침 때문. 박 CP는 "K-좀비물이 히트를 치면서 인프라가 생성된 덕분"이라고 말했다. '지우학' 미술팀과 ‘킹덤’의 좀비 액션 안무가를 섭외해 디테일을 더했다. 후반 CG 작업에도 공을 들였다. 그가 정의한 '좀비버스'의 장르는 좀비 코미디 버라이어티다. "B급 코미디와 좀비는 떼놓을 수 없는 키워드라고 생각했어요. 좀비로 극한의 리얼리티는 성립이 안 되잖아요. 이걸 비틀어서 웃음을 주고 싶었어요."

'좀비버스'는 의외의 지점에서 저항감 없이 폭소가 터진다. 바이킹을 탄 좀비(연기자)들이 무서워 자신들도 모르게 욕설을 내뱉는다거나, 출연진이 과몰입하다가도 문득 '내가 뭐 하고 있는 거지?' 하는 표정을 짓는 순간들이다.

하필 왜 좀비였을까. 이유는 글로벌 시장에 있다. 박 CP는 "전 세계에서 좀비는 어떤 배경인지 단번에 모두가 이해할 수 있어 세계관 설명에 긴 시간을 투자하지 않아도 돼 선택했다"고 했다. 실제로 '좀비버스'는 넷플릭스 글로벌 TOP10 시리즈(비영어 부문) 5위(지난 8일부터 13일 기준)에 오르며 글로벌에도 K-좀비 예능의 가능성을 증명하고 있다.

캐릭터성 드러나는 극한 상황…개개인 매력 배가
넷플릭스 시리즈 '좀비버스'에서 보여준 유튜브 크리에이터 덱스의 활약이 큰 화제가 되자 넷플릭스는 유튜브를 통해 덱스와 '좀비버스'를 함께 보며 비하인드 스토리를 나누는 콘텐츠를 만들어 공개했다. 넷플릭스 유튜브 캡처

좀비물의 또 흥미로운 점은 인간을 딜레마 상황으로 몰아넣는다는 것이다. '지우학'이 여느 좀비물과 가장 달랐던 지점은 '절비'(절반만 인간)의 등장이다. 좀비로 변해 가지만 인간처럼 사고하는 이들은 자신의 선택에 따라 악인이 되기도, 선인이 되기도 한다. '우리라면 어떻게 선택했을까?'를 고민하게 만든다.

대본 없는 예능에선 인간 본성이 더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시청자들도 이 대목에 열광했다. 특히 주목받은 건 UDT(해군 특수전전단) 출신의 유튜브 크리에이터 덱스. 팀원들을 구하기 위해 영하의 바닷물에 고민없이 뛰어들거나, 다른 출연자 츠키를 구하기 위해 좀비 소굴로 들어갔다가 외줄을 타며 탈출하는 장면 등이 화제가 돼 시청자를 끌어들였다. 박나래를 구하기 위해 본인도 기꺼이 좀비에 물린 비뇨기과 의사 홍성우나 남다른 피지컬 능력으로 좀비를 압도하는 배우 이시영 등도 관심을 받았다.

물론 극과 극으로 갈리는 평점이 말해주듯 작위적 연출은 해결할 숙제다. 박 CP는 자신의 트위터에 글로벌 순위 5위 소식과 함께 "한국 코미디 버라이어티로 도달하리라 예상했던 지점은 훌쩍 넘은 성적"이라면서 "이 장르의 완성을 위해 무엇을 보완할지 차근히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이근아 기자 ga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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