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미·일 첨단 혁신 공조, 저성장 늪에서 재도약 기회 될 수 있다
미국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3국 정상회의에서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우주산업, AI(인공지능), 양자 컴퓨터 등 핵심·신흥 기술 분야에서 광범위한 3국 협력 플랫폼을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등 기존 첨단 산업 분야에선 3국 공급망 공조를 통해 동반 성장을 도모하고, 우주산업, AI, 양자 컴퓨터 등 신흥 기술 분야에선 초기부터 3국이 공동 개발하며, 기술 표준 제정을 통해 3국이 미래 세계 시장을 주도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기회를 잘 활용하면 한국 경제가 저성장 늪에서 탈출, 재도약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미·중 패권 경쟁이 격화되면서 미국은 핵심 첨단 산업에서 중국을 배제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시도해 왔다. 반도체 분야에선 한국·대만·일본을 아우르는 ‘칩4 동맹’을 구축하고, 전기차 2차 전지의 자체 공급망 구축에도 심혈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한국은 반도체 수출의 40%를 차지하는 중국을 의식해 미국이 주도하는 ‘칩4 동맹’에 적극적으로 가세하지 못해 왔다. 한국이 주춤거리는 사이 대만 TSMC는 일본에 반도체 공장을 짓고, 일본은 미국과 손잡고 차세대 반도체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이 때문에 향후 반도체 산업 분업 구도가 ‘미국(설계)-일본(소재)-대만(생산)’ 삼각 구도로 재편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었다. 이번 3국 합의는 미국이 반도체 제조와 소재에 강점을 가진 한국, 일본과 손을 잡고 한·미·일 반도체 삼각 동맹을 구축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으로선 세계 반도체 제조 장비를 사실상 독점한 미·일을 우군으로 확보함으로써, 중국의 보복 위험을 줄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한국 경제의 미래 먹거리인 2차 전지 분야도 3국 공조 합의로 중국 변수의 위험을 줄일 수 있게 됐다. 미국이 주도하는 ‘핵심광물안보 파트너십’은 2차 전지 원자재의 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우주산업, AI, 양자 컴퓨터 등 신흥 기술 분야에서 3국 공동 연구기관을 만든다는 합의도 의미가 크다. 이들 분야는 미국이 세계 1위 기술 보유국이며, 일본도 세계 최고의 기술과 노하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초기 단계부터 3국이 신흥 기술을 공동 개발하고, 국제 표준 제정에 공동 참여하는 것은 한국 경제에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3국 협력의 새 틀이 짜인 만큼 정부는 해당 분야 민간 투자 확대, 인력 자원 개발 등 이를 뒷받침할 정책을 면밀하게 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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