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은 20대, 고미술은 50대가 가장 많이 봤다
‘현대미술 악동’ 카텔란 전시엔 20대, 조선 백자 특별전엔 50대가 몰렸다.
미술관 전시도 블록버스터 전성 시대다. 올해는 연초부터 눈길 끄는 대형 특별전이 유독 많았다. 20세기 미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화가 에드워드 호퍼의 첫 국내 개인전이 20일 누적 관람객 33만명을 기록하며 막을 내렸다. 이탈리아의 설치 미술가 마우리치오 카텔란 개인전은 6개월간 약 25만명이 몰리면서 리움미술관 개관 이래 최다 관람객을 기록했다.
본지가 1월부터 8월까지 화제의 블록버스터 특별전 관람객을 분석한 결과, 현대미술은 2030이 장악했고, 고미술과 근대미술은 50대가 가장 많이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시장 관람층이 확연하게 양분되는 현상이다.
◇20대를 전시장에 끌어들인 카텔란
카텔란 전시는 무엇보다 20대를 대거 끌어들인 점이 흥행 요인으로 꼽힌다. 리움미술관에 따르면, 관람객은 20대가 28%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30대(24%), 40대(23%), 50대(16%)가 그 뒤를 이었다. 벽에 붙인 바나나 한 개를 1억원에 팔아치운 세계적 설치미술가인 데다 무료 전시라 전시장 문턱이 낮았고, ‘인증샷’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젊은 층의 놀이문화와 딱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온라인 예매창 접속과 동시에 대기자들이 몰리면서 주말 오후 시간대는 일찌감치 매진되는 등 인기 아이돌 콘서트 ‘광클’ 예매를 방불케 했다.
남녀 비율은 여성이 80%, 남성 20%로 여성 관람객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리움미술관 측은 “전시장에서 데이트를 즐기는 젊은 남녀도 많았지만, 여성 단체 관람 비율이 높았다”며 “파격적이고 기발한 작품, 사진 찍기 좋은 포인트가 많았던 게 인기 요인”이라고 해석했다.
국내 최대 청년 미술 축제인 ‘2023 아시아프(ASYAAF)’도 20대 관람객이 주를 이뤘다. 20일 폐막한 ‘아시아프’ 전시장엔 1~2부 통틀어 20대(38%)가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또래 작가들의 재기발랄한 작품을 보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오픈런’ 하는 MZ들이 많았다.
◇현대인 고독 다룬 호퍼전엔 30대
서울시립미술관 ‘에드워드 호퍼: 길 위에서’는 올해 최다 관람객(33만명)을 기록했다. 티켓 예매 사이트인 인터파크 예매율도 넉달 내내 1위를 놓치지 않았다. 미술관 관계자는 “2019년 관람객 37만명을 끌어들인 ‘데이비드 호크니’전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개막 전부터 ‘얼리 버드’ 예매가 몰리면서 관심이 뜨거웠고, N차 관람한 사람들이 많았다”고 했다. 호퍼전 관람객도 여성(78.7%)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30대가 30.8%로 가장 많았고 뒤이어 40대 24.8%, 20대 21.5%를 기록했다.
◇50대가 장악한 고미술 전시
삼성은 올해 현대미술뿐 아니라 고미술, 근대까지 홈런을 터뜨렸다. 지난 5월 끝난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은 누적 관람객 10만 명을 돌파했다. 리움미술관이 기획한 고미술 전시 중 최고 기록이다. 50대 관람객이 25%로 가장 많았고, 40대(22%), 30대·60대(각각 18%), 20대(11%) 순서로 발길이 이어졌다.
근대미술도 중장년층이 저력을 발휘했다. 호암미술관에서 다음 달 10일까지 열리는 ‘한 점 하늘 김환기’는 20일 현재 11만명이 방문했다. 경기도 용인에 있어 접근성이 떨어지지만, 김환기의 예술 세계를 역대 최대 규모로 펼친 데다 탄탄한 전시 기획이 소문을 탔다. 관람객은 고미술과 비슷했다. 50대(27%)가 1위, 40대(24%), 30대(21%), 60대(15%)가 뒤를 이었다.
서울 송파구 소마미술관에서 27일까지 열리는 ‘다시 보다: 한국근현대미술전’은 한국 근대부터 현대까지 주요 작가들을 총망라한 만큼 관람객도 고른 분포를 보였다. 유일하게 40대 관람객이 30%로 가장 많았고, 30대(22.4%), 50대(21,5%), 20대(14.2%)가 고루 전시장을 찾았다.
올해 전시 인기에 힘입어 미술 서적도 인기를 끌었다. 예스24에 따르면 블록버스터 전시가 잇따르면서 미술사 관련서적 판매량이 5년 전보다 22.7% 증가했다. 에드워드 호퍼 관련 도서는 4~7월 판매량이 이전 4개월 대비 589.2% 폭증했다. 미술계 관계자는 “지난해 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전 ‘어느 수집가의 초대’가 인기몰이를 하면서 미술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크게 늘었고, 올해는 다양한 블록버스터 전시로 대중이 미술을 접하고 향유하는 접점이 넓어지면서 관람층도 확대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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