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언어·뷰티… LA에서 펼쳐진 ‘K의 모든 것’
19일(현지 시각) K팝 축제 ‘케이콘(KCON) LA 2023′가 열린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다운타운의 LA컨벤션센터 2층 회의장. 데뷔 1개월 차인 신생 K팝그룹 ‘제로베이스원’의 멤버 석매튜와 리키가 입장하자 현장에서 기다리던 500여 명의 팬들이 발을 구르며 큰 소리로 환호했다. 흑인·백인·히스패닉 등 다양한 인종의 해외 팬들은 “사랑해” “잘생겼어”와 같은 한국어를 능숙하게 외쳤고, 몇몇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시나이아 디아즈(21)씨는 “유료 토크쇼를 포함해 500달러(약 67만원)짜리 프리미엄 입장권을 구매해서 왔다”며 “멤버들과 가까운 앞자리에 앉고 싶어 이벤트 시작 전 한 시간 전부터 와서 기다렸다”고 했다.
CJ ENM이 주최하는 세계 최대 한류 축제 케이콘이 18일 기준 현장 누적 관람객 150만명을 돌파했다. 2012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Irvine)에서 첫 행사를 연 지 11년 만으로 2019년 누적 100만 관객 기록을 세운 지 4년 만이다. 이날 행사장 밖은 긴 줄이 대로변까지 끝없이 늘어졌다. 아이돌 뺨치는 군무(群舞)를 선보이며 분위기를 돋우는 팬들도 눈에 띄었다. CJ ENM는 18~20일 3일간 열리는 이번 행사를 찾는 관람객이 10만명을 거뜬하게 넘어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역대 케이콘 LA 행사 중 최대 규모의 인파다.
LA 컨벤션 센터는 ‘K문화 종합 전시관’을 방불케했다. 이번 행사의 공식 후원사인 삼성전자와 게임사 펄어비스, 한국관광공사, 아시아나항공, 올리브영 등 기업들은 부스를 차리고 팬들을 맞이했다. K팝 스타들이 직접 나서서 팬들과의 만남을 갖는 무대 사이사이엔 한국의 뷰티·패션·음식·생활 분야 등 50곳의 중소기업 부스들이 차려져 있었다. 각 부스에는 화장품 샘플 같은 경품을 받으려는 K팝 팬들이 수십 미터씩 긴 줄을 서 있었다. 아이돌그룹 크래비티가 한국어를 가르쳐주는 코너에선 팬들이 이들의 노래 가사에 나오는 ‘눈동자’ ‘아름다운’ 같은 한국어 단어를 따라 읽었다. 케이콘이 K팝을 매개체로 한국 제품과 한국어 등 ‘한국’ 자체를 경험하게 해주는 플랫폼으로 진화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K팝이 향후 20년, 30년 동안 계속해서 성장하려면 글로벌 전 연령층과 접점이 생기는 ‘메인스트림’으로 자리를 잡아야 한다”고 말한다. 방탄소년단(BTS)·블랙핑크 등 대형 그룹의 성공으로 전 세계 K팝 인지도가 최근 수년 사이 폭발적으로 커졌지만, 미국 주류 방송계·미디어계에서는 여전히 K팝을 ‘변방의 문화’로 보는 시선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다만 케이콘 현장에선 ‘K팝 주류화’의 시작을 알리는 조짐을 곳곳에서 찾을 수 있었다. 올해 CJ ENM은 미국 최대 라디오 방송사 아이하트미디어(iHeartMedia)와 파트너십을 맺고 ‘케이팝빌리지’를 설치해 아티스트 야외 무대 등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했다. 아이하트미디어의 라디오 방송은 미국 현지 초대형 팝스타들도 앨범 홍보에 필수 코스로 삼을 만큼 영향력이 크다.
현장에선 중년 K팝 팬도 여럿 만날 수 있었다. 인기 그룹 샤이니의 사진이 프린트된 하얀 드레스를 입은 마리빅 샌티아겔(53)씨는 “여동생, 중년 친구들과 함께 케이콘을 찾았다”며 “집 청소를 할 때마다 K팝을 듣는데, K팝이 어린 친구들의 전유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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