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영양 다 잡은 한우 맛 좀 보소∼

황해선 기자 2023. 8. 21.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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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진흥청
‘사양기술’로 최상의 맛 구현
수입산보다 사육 기간 길고
육질 고급화로 경쟁력 높여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제공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도는 한우 고기. 한우는 단맛을 내는 성분인 글루코스의 함량이 수입산에 비해 2배 이상 많은 반면 신맛을 내는 젖산 함량은 낮다. 한우 맛은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소와 함께 살아온 우리 민족이 한우를 세계로 수출한 것은 언제부터일까. 한우의 역사를 들여다보자.

예부터 소를 소재로 한 예술 작품이 많았다. 소를 타고 가는 신선의 모습을 그린 김홍도의 ‘운상신선도’, 동요로도 널리 알려진 박목월의 ‘얼룩송아지’ 등이 그 예다. 명화 중 으뜸간다는 이중섭 화가의 작품 ‘황소’ 또한 그 주제가 소다. 이중섭 화가는 탁월한 표현력으로 이 작품을 그려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소’는 이중섭 화가에게 각별한 소재였다고 한다. 자신의 자화상을 보여주는 동시에 우리 민족의 표상으로서 소를 그렸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가 그린 ‘소’는 과연 어떤 소일까.

답부터 말하자면 그의 작품 ‘황소’에 등장하는 소는 칡소로 알려져 있다. 칡소는 고구려 안악 3호분에 그려진 3종의 소 가운데 하나며 임금님께 진상된 산간 지방 고유의 일소다. 정지용 시인의 작품 ‘향수’에 등장하는 얼룩빼기 황소도 칡소라고 한다.

약 2000년 전부터 우리의 농사일을 돕고 짐을 운반하는 등 다양한 일을 해내던 가족 같은 존재인 소. 특히 우리 조상들은 소를 식구처럼 대하며 함께 생활해왔다. 그렇다면 농경 문화의 일부였던 ‘일소’가 언제부터 육우로 길러진 걸까. 또 우리나라의 소는 언제부터 ‘한우’라는 이름을 얻었을까.

소는 여러 국가에서 오랫동안 제례에 쓰이는 제물이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조선 시대에 소를 제물로 썼다는 기록이 있다. 고대 문헌을 옮겨 적었다는 ‘규원사화(揆園史話)’에 의하면 흰 소를 잡아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풍속이 고조선 시대부터 있었다고 한다. 고려·조선 시대에는 제례에 사용되는 소를 담당하는 관청이 있었고 선발을 거쳐 계속해서 좋은 소를 늘려 왔다고 전해진다.

과학적인 소 사육 기술 연구는 일제 강점기에 시작됐다. 1906년 농축산 기술 향상과 종자 개량을 목적으로 수원에 권업모범장이 설치되면서 근대적 축산 기술이 도입된 것이다. 한우 개량 사업이 시작된 것은 이 무렵이다. 일제가 우수한 유전자를 가진 한우를 반출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지만 과학적 사실에 근거한 혈통 보존, 육종 등 기술 연구의 출발점이 됐다는 점에서 의의도 있다.

일제 강점기 당시 우리 소의 명칭은 조선우였다. 그전에는 그저 ‘소’로 불렸을 뿐이다. ‘한우’라는 이름이 불리기 시작한 것은 광복 이후로 추정된다. 1960년부터 한우 개량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한우 경진대회, 인공 수정소 설치, 가축보호법 제정 등으로 한우를 제대로 육성했다.

한우의 맛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는다. 축산 선진국인 미국이나 호주산 소고기는 물론이고 일본의 와규와 비교해도 손색없다. 사양 기간이 더 길고 육질 등의 품질이 더 좋기 때문이다.

한우는 육질 등급이 높아질수록 지방 함량은 증가하고 수분 함량은 낮아진다. 등급이 높은 경우 15∼20% 정도의 지방을 함유해 촉촉하고 부드러운 식감을 줄 뿐만 아니라 영양학적으로도 우수한 특성을 보인다. 나아가 이력 추적 시스템의 체계화 등으로 안전을 보장하는 체계 또한 잘 갖춰져 있다. 한우는 면역력 증가에 기여하는 함유황 아미노산 등이 풍부해 어린이와 노약자에게도 좋은 음식이다.

맛있는 한우를 만드는 비결 중 하나는 사양(飼養) 기술이다. 사양은 ‘알맞은 영양소를 공급해 가축이 건강하게 잘 자라고 생산을 잘하도록 하는 일’을 뜻한다. 배만 불리는 사육이 아니라 영양과 육질을 고려한 사양 기술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래야 생산성을 극대화해 농가에는 이익을, 소비자에게는 고품질의 축산물을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육종 기술을 통해 한우를 시대가 원하는 품질의 가축으로 개량한다면 사양 기술로써 가진 바 능력을 최대한 이끌어 낸다.

수입산 소고기에 대응해 우리나라의 한우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육질 고급화를 통한 품질 차별화가 필수였다. 사양 기술의 연구는 우리 한우의 경쟁력을 키우는 핵심 기술이다.

한우는 수많은 나라로 수출되며 세계의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수많은 오해에 둘러싸여 있기도 하다. 그중 하나는 국내 유통되는 한우는 가격이 비싸고 건강에 좋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이다. 하지만 한우가 미국산이나 호주산 소고기에 비싼 이유는 명확하다. 사육 기간이 더 길고 품질이 더 뛰어나기 때문이다.

한우는 숙성을 거치면 더욱 맛이 있다고 한다. 고기 내의 효소에 의해 단백질이 분해돼 안정화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진공 포장 후 0도 부근에서 20일간 숙성된 것이 가장 부드럽고 소 특유의 감칠맛이 가장 잘 살아난다고 하니 최상의 한우를 맛보고 싶다면 숙성을 시도해 보자.

황해선 기자 hhs255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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