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미일 안보·경제 협력 신시대, 새 위기도 잘 관리를

인도·태평양 핵심 블록화 공조 강화, 중국 북한 반발과 일본 재무장 우려

한국 미국 일본이 3국 협력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윤석열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사상 처음으로 3국 단독 정상회의를 열었다. 한미 한미일 한일 순으로 진행된 회의 결과는 문서 3건에 담겼다. 3국의 공조 방향을 명시한 ‘캠프 데이비드 원칙’, 구체 방안을 담은 공동성명 성격의 ‘캠프 데이비드 정신’, 별도 합의사항인 ‘3자 협의에 대한 공약’ 등이 그것이다. 외교 안보 경제 지역 미래 등 거의 전 분야에서 3국이 협력을 강화한다는 내용이 망라돼 있다.

이번 합의에서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안보와 경제 분야다. 집중적인 견제 대상은 북한과 중국이다. ‘원칙’ ‘정신’과 별도로 발표된 ‘공약’엔 공동의 이익과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지역적 도전 도발 위협에 대해 ‘신속 협의, 정보 공유, 메시지 동조화’ 등이 언급돼 있다. 한마디로 어느 한 나라가 위기에 처하면 나토(NATO) 같은 군사 개입까진 아니어도 공동 대응한다는 게 요지다. 한미와 미일이 별개로 가동하던 안보 체계가 3각화 되는 것이다. 3국이 각자 운용하던 공급망 조기경보시스템을 연계하기로 합의한 대목도 눈에 띈다. 핵심광물 등 주요 품목의 공급망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반도체 AI 양자 등 개발과 보호에 전방위 협조가 가능해진다. 미국 영국 호주의 오커스(AUKUS)나 미국 일본 호주 인도의 쿼드(Quad)를 능가하는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경제 블록이 탄생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세계 1위와 3위 경제 대국인 미국과 일본은 물론이고 점점 영향력이 커지는 한국의 국제사회 역할은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과제다. 3국의 국내총생산과 교역 규모는 세계 30% 이상을 차지한다. 최근 주춤하지만 여전히 글로벌 경제를 쥐락펴락 하는 중국,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세계 안보지형을 뒤흔드는 러시아, 나날이 도발 강도를 높여가는 북한 등을 감안하면 한미일의 공동보조는 불가피한 수준을 넘어 필수적이다. 한국은 특히 경제 지정학적인 관점에서 이 블록의 핵심이다.

다만 한미일의 밀착이 반드시 긍정적 결과만 낳으리라는 기대는 다소 순진하다. 정상회의 전후 대통령실이 나서 “안보협의체는 동맹이 아니다”고 부연한 데 일말의 진실이 있다. 북한은 대화와 협력보다는 핵과 미사일 위협으로 존재감을 높인다. 이런 상황에서 3국의 대북 공조가 북한을 오히려 자극하는 측면이 없는지 잘 살펴야 한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사드(THAAD) 보복 같은 사태가 재발하면 우리는 어떤 대비책을 갖고 있는지 국민에게 확신을 줘야 한다. 과거사나 후쿠시마 오염수 등을 고려할 때 미국을 등에 업고 군사 대국화 길을 가는 일본과 지나치게 가까워지는 모습도 아직은 시기상조다. 3국 협력의 실질적인 과실을 누가 따먹느냐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국민 정서와 우려를 감안해 영리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