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원도심 재탄생 위한 ‘원도심 산복도로 협의체’
부산의 원도심은 옛 중심지였던 중구 영도구 동구 서구 부산진구 등 역사적으로 부산부였던 지역을 통틀어 부를 때 사용했고 지금은 연산동으로 이전하기 전까지 부산시청 소재지였던 만큼 과거 부산에서 가장 번화한 중심지를 대표하는 말이다. 부산 도시기본계획에서는 오래된, 과거의 도심이라는 의미의 구도심 혹은 기존도심이라고도 표현했는데 지금은 ‘원래 당초 본디’ 도심임을 강조하는 원도심이라 통칭한다. 그만큼 원도심의 위상을 중요하게 인정해 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간곡한 바람일지도 모르겠다.
원도심 산복도로 일원이 본격적으로 변화를 맞이한 것은 2010년부터 10년간의 산복도로 르네상스 프로젝트와 2008년부터 추진된 북항재개발사업이 시작되면서이다. 60여 개소의 거점시설, 유라시아플랫폼 등의 물리적 환경이 개선되었을 뿐만 아니라 마을활동가들이 양성되었고 지역주민의 의식 수준도 높아졌다. 감천문화마을, 초량이바구길, 영도깡깡이마을 등은 많은 사람이 찾는 명소로 성장했다. 55보급창이 재단장되고 2030년 엑스포를 유치하게 되면 이 일대는 완전히 탈바꿈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60여 개소 대부분의 거점시설은 자생력을 키우지 못했고 감천문화마을이나 초량이바구길 등 지역의 대표적 관광문화자산들이 10년이 지나면서 운영 및 관리 측면에서 재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해안조망과 도시경관을 위해 지정되었던 망양로 일원 고도제한은 북항 재개발구역과 인접지역에 건설된 고층건물들로 가로막혀 지정취지가 무색해졌으며 원도심의 노후한 주거환경은 한계에 직면해 있다.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당초 프로젝트에서 산복도로 그 자체가 의미하는 연결성과 정체성을 살리기 위한 사업이 추진되지 못한 아쉬움이 매우 크다.
마침 지난달 말 원도심의 5개 구청장이 모여 원도심 산복도로 협의체를 선포한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포스트 산복도로 르네상스 추진계획, 원도심 지역이 공유하는 산복도로를 모두 연결하는 걷기 좋은 산복도로 구축, 거점시설과 커뮤니티 시설 운영실태 분석 등의 과제에 협력해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표방하고 있다.
이처럼 원도심 산복도로 협의체가 취지대로 활성화된다면 원도심 전체가 대응해야 할 공통의 과제는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고 지역별 현안과제나 지역 간 갈등과제에 대해서 부산시, 지역주민 혹은 전문가가 함께 모여 토론하며 혜안을 만들 수 있다. 물론 부산시 혹은 국가사업에 대해서도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음은 두말할 것도 없다.
원도심 산복도로 협의체의 공동과제 가운데 가장 중요한 사업이 약 35㎞에 달하는 산복도로를 하나의 원으로 연결하고 걷기 좋은 공간으로 조성하는 것이다. 이는 산복도로라는 정체성을 확보할 수 있는 사업일 뿐만 아니라 부산시의 핵심정책인 15분도시와 연계해 중점사업으로 추진할 수도 있다. 걷기좋은 산복도로가 조성되면 지역축제·행사와 연계해 가칭 산복도로 하늘 걷기, 산복도로 플로깅, 뷰포인트 찾기, 내가 찍은 산복도로 등 다양한 이벤트를 개최할 수 있고 이러한 과정에서 핵심 거점시설에 대해서는 스스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무엇보다 원도심 산복도로 협의체는 개별 행정단위 중심이 아니라 원도심, 산복도로라는 생활권 중심의 정책논의구조가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더욱 실효성이 높고 성과가 기대된다.
이제 시작이니 만큼 연구과제, 정책제안 등 다양한 사업을 계획하고 추진할 것이지만 몇 가지 원도심 산복도로 협의체에 당부를 전하고자 한다. 우선 행정구별 현황을 모아 원도심 아카이브를 만들어 보자. 인구, 빈집, 거점·커뮤니티 시설, 도시재생사업, 도시정비사업 등 주요 현황과 각 구별 주요 현안과제 등을 취합해 공동의 과제와 지역의 여건을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나아가 원도심 협의체 소식지를 정기적으로 발간할 것을 제안한다. 원도심의 데이터 분석자료, 현안과제 검토, 현장방문과 취재, 혹은 국내외 사례조사 등 다양한 정보와 활동을 담아 살아있는 협의체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협의체의 주체인 구청장뿐만 아니라 관계 공무원 전문가 지역주민 누구라도 관심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어야 한다. 특강 토론회 혹은 현장답사 등 어떤 형식이라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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