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칼럼] HMM매각, 급할수록 돌아가라
21일 HMM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을 앞두고 해운업계는 물론 경제계 전반에서 귀추를 주목한다. HMM의 매각타이밍이 너무 나쁘다. 해운경기가 호황기의 10분의 1 수준으로 하락한 시점에 앞으로의 경기회복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HMM의 주가는 하락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산업은행이나 해양진흥공사의 영구채 주식전환이 더해지면 오히려 기업가치를 훼손하게 될지도 모른다. 또 HMM의 경쟁자들은 불황기에 경쟁력을 시장에서 구축하려는 노력을 이미 시작했다. HMM이 확보한 자금이나 선복량은 시장선도기업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비록 HMM이 주식시장에 상장된 민간 기업이고, 국책은행이 구제금융을 실시해 회생시켰기에 산은과 해진공이 배임에서 벗어나려는 매각작업 또한 피할 수 없는 수순이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옛 가르침을 다시 한번 되새기면서 우리는 한진해운 사태를 비롯한 과거의 경험으로부터 배울 필요가 있다.
첫째는 글로벌 해운기업을 다시 살리기까지 막대한 혈세가 투입됐음에도 우리나라가 입은 유·무형의 막대한 손실을 회복하기는 어렵기에 두 번 다시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정기선 해운은 우리가 50년에 걸쳐 전 세계 바다에 건설한 글로벌물류고속도로이고 글로벌공급사슬의 핵심 연결자로서 두 번 다시 파산과 같은 일이 벌어져 국가브랜드에 타격을 주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셋째, 무역의 해운의존도가 99%에 달하는 우리나라에서 HMM인수자는 불황기에도 경기역행적인 대규모 투자를 실시해 정기선인프라를 지속적으로 확대, 발전시킬 수 있는 물적 인적 투자가 가능한 기업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넷째, 글로벌정기선 네트워크가 3대 얼라이언스를 축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HMM인수자는 얼라이언스 회원사도 신뢰할 수 있는 재무적 능력을 갖춘 기업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HMM인수자는 해운전문성을 가진 오너나 경영자가 전권을 행사하는 기업이어야만 한다. 글로벌 탑6 정기선사의 최고경영자가 모두 해기사 출신이거나 해운기업에서 잔뼈가 굵은 해운전문가 출신으로 언제 투자하고 불황을 어떻게 극복할지 알고 있다.
과거 해운업 인수합병에서 보듯이 해운업 수입과 자산을 해운물류와 무관한 건설사 등 계열사 지원에 사용하고, 선박 선원 터미널 등 해운업 투자는 소홀히 해 결과적으로 인수한 해운사를 부실기업으로 만든 사례가 반복돼서는 안 된다. 매각수익 극대화만을 추구하는 재무적 투자자에게 접수된 전용선시장에서 신규투자는 소홀해지고 선박유지보수를 위한 최소한의 비용조차 제대로 집행되지 못하고 청년해기사들이 저임금과 과도한 업무부담으로 탈출하는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이상과 같은 점을 고려할 때 HMM매각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그래도 매각해야만 한다면 주주가치 훼손을 최소화하고 산은과 해진공도 소프트랜딩이 가능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 필자는 국민철강기업 POSCO나 국민금융기관 KB의 사례를 참조해 HMM을 국민해운기업으로 순차적으로 전환할 것을 제안한다.
우선 해진공의 자본금을 확충한 다음,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영구채를 해진공이 전량 주식전환해 인수, 한시적으로 HMM을 해진공의 자회사로 하는 것이다. 이 조치는 대폭적인 주가하락으로 인한 HMM의 기업가치 훼손을 최소화하고 투자자들에게는 안정적인 해운업 투자를 가능케 할 것이다. 그런 다음 해진공은 HMM 주식을 해운시장과 주식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순차적으로 매각할 것을 제안한다. 해진공의 일시적 HMM주식보유는 한국정부가 HMM의 안전판이라는 신호를 줌으로써 얼라이언스 회원사뿐만 아니라 글로벌 화주에게도 안심하고 화물운송을 맡길 수 있는 선사로 자리매김하게 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HMM의 모항 역할로 가장 큰 경제적 수혜를 입는 부산항을 관할하는 부산항만공사나 부산상의, 그리고 인트라아시아선사 등의 지분참여도 추진한다면 국민해운기업 HMM으로의 변신은 크게 어렵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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