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 소리] 이제 기후위기 이야기해야 할 때 아닌가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막을 내렸다. 개막부터 지금까지 보도를 통해 수많은 이야기가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그중에서 눈길이 가는 영상 하나가 있다. 폐영 후 출국하는 대원들을 취재하기 위해 인천국제공항에 나간 한국 기자에게 자신을 꼭 인터뷰해달라고 요청한 한 청소년 대원의 영상이었다. 네팔에서 온 대원은 YTN과 인터뷰에서 “지구온난화에 대해 얘기할 가장 좋은 기회다. 이제 정말 기후위기에 대해 이야기해야 할 때 아닌가요?”라고 강조해 말했다.
네팔은 지구온난화의 영향을 많이 받는 나라다. 만년설로 뒤덮인 히말라야 산자락에 위치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로 만년설이 녹기 시작했고, 그로 인한 홍수나 물 부족 등의 문제를 심각하게 겪고 있다. 통합산악발전국제센터(ICIMOD)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이전보다 65%나 빠른 속도로 빙하가 녹고 있고, 이는 예상치보다 훨씬 빠른 속도라고 한다.
네팔은 GDP 91위, 경제적으로 가난한 나라다.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관광 자원으로 살아가는 나라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런 나라를 위험에 빠지게 하는 것은 잘 사는 나라들이다. 히말라야를 등반하며 버린 수많은 쓰레기는 네팔 현지 사람들 것이 아니라, 비행기를 타고 온 선진국 사람들이 버린 것이라는 점이 대표적인 예다. 네팔뿐만 아니라 기후위기는 불평등의 결과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의 조사에 따르면 최상위 부유층 1%가 배출한 탄소량은 하위 50%가 배출한 양의 2배가 넘는다. 그런데 그 피해는 가난한 사람들이 가장 먼저, 가장 심하게 당한다.
이번 잼버리의 가장 큰 문제는 네팔의 청소년 말처럼 극한에 가까울 만큼 심각한 기후위기였다. 함께 힘을 합쳐 해결해야 할 문제 앞에, 무책임하고 늑장 부리는 시스템이 문제를 더 키웠고, 그 피해자는 ‘청소년’이었다. 이번 잼버리의 문제가 기후위기의 축소판같이 보였다. 생명의 보고인 갯벌을 메워 땅을 만드는 일에는 분명히 많은 문제가 따른다는 것을 예측할 수 있음에도 감행한 것은 지구의 자원을 마음대로 사용한 인간의 탐욕과 닮았다. 또, 대비해야 하고 대책을 세워야 하는 것에 수수방관해서 문제를 더 심각하게 하는 것은 기후위기가 이토록 심각한데도 실질적인 정책이나 변화를 실시하지 않는 세계 각국의 무책임한 모습과 닮았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피해를 보는 건 아무 죄 없는 청소년이라는 사실도, 기후위기의 가장 큰 피해자는 이 위기에 가장 책임이 없는 자라는 사실도 너무나 닮았다. 그러므로, 잼버리에서 우리가 이야기해야 하는 건 바로 기후위기와 우리의 안일함에 대한 뜨거운 논쟁과 실질적이고 즉각적인 대응이어야 한다. 기후위기는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이다. 더 이상 미룰 수 없고, 책임을 회피할 수도 없다.
2007년, 인디고 서원에서 네팔의 청소년들과 대담을 진행한 적이 있다. 네팔에서 청소년 잡지를 만들고 토론회를 개최하는 ‘투데이스 유스 아시아(TYA)’를 초대해 함께 ‘경계를 뛰어 넘다’를 주제로 진행한 청소년 포럼이었다. 당시 발표자로 참여했던 한국 청소년은 “네팔과 한국을 잇는 공통점은 아시아라는 사실인데, 아시아는 서구에 비해 경제적으로 뒤떨어져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것 역시 편견일 수 있습니다. 오히려 지금 선진국들이 갖지 못한 역량을 더 강화하는 쪽으로 우리는 함께 성장할 수 있습니다. 아시아는 다른 대륙에 비해 굉장히 넓고, 그래서 다양한 자연환경이 있습니다. 각국의 자연을 잘 가꾸고 보존하는 것, 그것이 현재와 미래, 서구와 아시아의 경계를 뛰어넘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고 말했다. 자본주의가 지배 이데올로기인 오늘날 자연을 더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게 여겨지더라도, 늘 인간의 역사는 불가능한 것에 도전하고 새로운 선택을 해내는 것으로 변화해 왔기에, 반드시 네팔의 아름다운 만년설을 지키고 한국의 풍요로운 바다를 지키는 세계를 만들 수 있다고 서로 약속했던 것이 생각난다. 이 약속을 이제는 이행해야 할 때가 아닐까? 네팔 대원의 말처럼 “이제 정말 기후위기에 대해 이야기해야 할 때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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