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생망’? 망해도 괜찮아… 현실에 공감하는 일상 웹툰이 다시 뜨네
게임, 유튜브, 밥. 20일 기준 네이버웹툰 수·일요일 인기 2위 작품인 ‘무직백수 계백순’의 주인공 계백순(26)의 하루다. 지난 6월부터 약 20개 회차가 연재되는 동안, 백순이 겪은 주된 사건은 이런 것들이다. 치킨을 먹고 싶은데 통장 잔고는 2만원, 유튜브 유료 구독을 취소한다. 어머니가 반찬을 보내줘, 냉장고를 열었더니 정체를 알 수 없는 반찬통과 보조배터리가 나온다. 백순은 한때 작은 회사에서 상사에게 고백받아 퇴사한 이후, 웹소설 집필을 핑계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집 안이 더러워지고, 돈이 떨어져도 ‘어떻게든 되겠지’라며 대충 사는 모습이 짠한 웃음을 유발한다.
주인공의 성장 서사(敍事)가 사라진 웹툰이 최근 인기를 얻고 있다. 드라마로 제작된 웹툰 ‘재벌집 막내아들’을 비롯해 지난 3~4년 동안 웹툰계는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이란 인식에서 비롯된 ‘회귀·빙의·환생’(회빙환) 서사가 점령했었다. 독자들도 회빙환을 통해, 주인공이 다른 생을 살아가며 빠르게 성장하고 이색적인 경험을 하는 데에서 대리 만족을 느꼈다. 그러나 최근엔 팍팍한 현실 안에서 나름의 웃음을 찾는 웹툰이 부상하고 있다. 주인공이 엉망진창인 일상을 살아가더라도 ‘이생망’이 아니라 ‘망해도 괜찮다’라며 공감하고, 만족감을 느끼는 것이다.
일상적 소재로 웃음을 주는 최근의 웹툰은 ‘순한 맛’은 아니다. 웹툰 ‘마음의 소리’를 비롯해 3~4년 전까지 인기를 끌었던 일상 웹툰은 소소한 웃음을 주는 경우가 많았다. 이제는 약간의 판타지적 요소를 가미해 ‘매운 웃음’을 준다. 네이버웹툰 화요일 3위 작품인 ‘마루는 강쥐’는 강아지 마루가 다섯 살 아이로 변하면서 겪는 일상을 그린다. “사람이 된 마루는 예측할 수가 없다”는 주인공 ‘우리’의 말처럼, 매일이 새로운 사건이다. 마루는 사람이 된 뒤에도 강아지처럼 온 동네를 헤집고 다니고, ‘우리’는 그 뒷수습을 하느라 바쁘다. 그럼에도 마루는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을 가졌다. 네이버웹툰에 최근 연재되기 시작한 ‘괴양이’는 보다 원초적 웃음을 준다. 길에서 데려온 고양이를 잘 보살펴줬더니, 배우 마동석처럼 몸이 커져 버렸다. 고양이가 사람을 때리는 등 사람과 반려묘의 위치가 바뀌었다. 그런데 주인이 거기에 순응하며 벌어지는 일상이 웃음을 유발한다.
믿고 보는 일상 웹툰 작가들도 몇 년 만에 속속 복귀하고 있다. 가스파드 작가는 지난 16일 ‘선천적 얼간이들’ 시즌 2 연재를 시작하자마자, 네이버웹툰 목요일 순위 2위에 올랐다. 작가와 친구들의 평범한 일상을 시트콤처럼 그린 시즌1이 2013년 연재가 끝난 이후, 10년 만. ‘시즌2 예고편’에 댓글이 약 8000개 달렸다. 대충 그린 듯한 그림체로 일상을 담은 ‘대학일기’로 유명한 자까 작가는 최근 자신의 결혼을 소재로 ‘신혼일기’를 연재하기 시작했다. 목·일요일 1순위.
홍난지 청강대 웹툰만화콘텐츠 전공 교수는 “이번 생은 망했다며 회귀·빙의·환생을 하는 웹툰이 지겨워져, 더 이상 해방감을 느끼지 못하는 독자들이 많아지게 됐다”며 “문제를 해결하지 않더라도, 웹툰에서 남의 일상적 이야기를 훔쳐보는 것으로부터 공감을 느끼는 현상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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