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륙에 ‘축구의 마법’ 뿌리는 메시
세계 최고 인기 스포츠 축구는 미국에서는 비교적 찬밥 신세다. ‘경기 중간에 쉬는 시간이 한 번뿐’ ‘숙적 영국에서 만들어진 종목’ 등 많은 이유가 거론된다. 미국 프로축구 리그인 메이저리그 사커(MLS) 지난 시즌 한 경기 평균 시청자 수는 34만3000명. 1660만명인 미 프로풋볼(NFL)은 언감생심이고, 미 프로농구(NBA·170만명)와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110만명) 등과 비교해도 훨씬 못 미친다.
그런데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진앙은 ‘축구의 신’으로 통하는 리오넬 메시(36·아르헨티나)다. 메시는 인터 마이애미 유니폼을 입고 지난달 22일 2023 리그스컵 조별리그 크루즈 아술과 경기에서 첫선을 보였다. 이날 메시 데뷔전을 본 미국 시청자는 175만명. 평소 5배 이상이면서 2004년 ‘축구 신동’이라 불리던 15세 미국 소년 프레디 아두(34·은퇴) 데뷔전(197만명) 이후 최다 시청자다. 메시는 이날 경기 후반 추가 시간 그림 같은 프리킥 골로 2대1 역전승을 이끌며 쏟아지는 기대에 부응했다.
그다음부턴 매 경기 마법을 부리고 있다. 리그 최하위(5승3무14패)를 달리는 인터 마이애미를 이끌고, 리그스컵에서 연일 파란을 일으킨 것. 20일 열린 내슈빌 SC와 리그스컵 결승전에서도 메시는 선제골을 넣었다. 승부는 1대1로 승패를 가리지 못하고 승부차기로 이어졌고, 골키퍼까지 11명이 나선 끝에 10대9로 마이애미가 이겨 극적으로 우승컵을 가져갔다. 메시는 1번 키커로 나서 골을 성공시켰다. 메시는 이 대회 7경기에서 10골1도움으로 득점왕에 오르며 연승을 완성했다.
메시가 뛰는 것만으로 미국은 축구 광풍에 빠질 조짐이다. 메시 데뷔전 입장권 평균 가격은 우리 돈 90만원을 넘었다. 리그스컵 결승전도 3만여 석이 일찌감치 매진됐고, 입장권 중 가장 저렴한 가격이 484달러(약 65만원)에 달했다. 지난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당시 가장 싼 입장권(77달러)보다 6배가량 비쌌다. 미국인들이 축구를 보기 위해 주머니를 열고 있다는 뜻이다. 메시 유니폼 판매량도 전례 없는 수준이다. 아디다스 대변인이 11일 “우리는 모든 매장에서 메시 유니폼을 구매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공식 발표할 정도다.
온라인에서도 열기가 이어졌다. MLS를 생중계하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애플TV는 지난 한 달 만에 구독자 수가 70만명에서 100만명으로 증가했다. 특히 애플TV에서 별도로 구매할 수 있는 ‘MLS 시즌 패스’ 보유자는 100만명 미만이었는데, 메시가 미국에 등장한 이후 200만명을 넘어섰다. 팀 쿡(63)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3일 실적을 발표하며 “애플TV 구독자 수 증가 추세가 우리 기대치를 뛰어넘고 있다”며 “메시가 인터 마이애미에 합류한 것이 우리를 도왔다”고 감사 인사를 전할 정도다.
뉴욕타임스(NYT)는 “메시의 매력과 재능은 새로운 시청자를 더 끌어들이고 천천히 팬으로 만들 것”이라며 “메시 덕분에 축구는 미국에서 더 인기를 얻을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미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은 “이 세상은 메시의 것이다. 우리는 그저 그 안에 살고 있을 뿐”이라고 썼다. 미국에서 부는 ‘메시 광풍’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리그스컵은 미국, 멕시코, 캐나다 프로축구 팀들이 나서 북중미 정상을 가리는 컵대회였다. 메시는 오는 27일 뉴욕 레드불스전에서 MLS 리그에 정식 데뷔한다. 이 경기 가장 비싼 표는 1만달러(약 1343만원)까지 치솟은 것으로 알려졌다.
메시는 이번 대회 내내 본인이 소유한 150억원 상당 전용기 대신, 팀 동료들과 일반 여객기를 타고 이동했다. 경기 중 동료가 거친 반칙을 당하면 직접 나서서 상대와 얼굴을 붉히는 등 팀에 완벽하게 녹아들었다. 경기가 없는 날엔 집 근처 수퍼마켓 체인점 퍼블릭스(PUBLIX)에서 평범한 사람처럼 식료품을 샀다. 메시는 결승 전날 열린 미국 첫 기자회견에서 “평생 즐겨 왔던 축구를 계속 즐기고 싶어서 이곳을 선택했다. 그 결과 지금 마이애미에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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