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175] 불의 심판

강헌 음악평론가 2023. 8. 21.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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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DC ‘Highway to Hell’(1979)
AC/DC ‘Highway to Hell’ (1979)

산불이 지구를 위협하고 있다. 하와이 마우이섬의 산불로 항구도시 라하이나가 소실되었으며 사망자와 실종자는 1000명이 넘는다. 스페인 카나리아 군도의 유명한 휴양지인 테네리페섬 산불은 다행히 인명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으나 주민 2만6000명 이상이 대피했고, 오로라 관측지로 유명한 캐나다 옐로나이프 역시 95%가 불길 속에 사라졌다고 한다.

산불은 옛날부터 화마(火魔)라고 불렀을 만큼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속수무책의 재앙이다. 산불이 지나간 자리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더 무서운 것은 이런 대규모 산불들로 인한 대기오염이다. 지난 2021년 유럽과 북미 지역에 일어난 산불로 인한 탄소 배출량이 3억4000만톤이 넘는다고 추산하는데, 우리나라 전체가 6개월 동안 내뿜는 탄소 배출량과 맞먹는다. 지금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연쇄적인 산불이 지구온난화의 원인이자 결과라는 점이 우리를 암울하게 만든다.

“난 지옥행 고속도로를 타고 있어/ 정지 표시도 없고 속도제한도 없어/ 아무도 이 속도를 늦출 수 없을 거야/ 바퀴처럼 돌리고 돌릴 거야/ 아무도 날 건들지 못할 거야/ 악마여, 난 이미 지불했어/ 난 약속된 땅으로 가는 중이야(I’m on the highway to hell/ No stop signs, speed limit/ Nobody’s gonna slow me down/ Like a wheel, gonna spin it/ Nobody’s gonna mess me around/ Hey Satan, paid my dues/ I’m on my way to the promised land).”

산불만큼이나 뜨겁고 파괴적인 사운드로 7080 시대 헤비메탈의 선봉장으로 떠올랐던 호주의 록밴드 AC/DC는 헤비메탈의 불모지나 진배없던 우리나라에서도 적지 않은 어둠의 팬들을 보유했었다. 특히 ‘반바지의 악동 록스타’로 불린 밴드의 프런트맨 앵거스 영은 2003년 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한 영화 ‘스쿨오브락’ 주인공 잭 블랙의 모티브 캐릭터가 되는 인물이다. 이 영화의 성공은 드라마 리메이크와 뮤지컬 제작으로도 이어진 바 있다.

지옥으로 가는 길이라도 오로지 직진이라는, 단순하고 반항적인 로커의 위악적인 울림이 오늘은 멸망의 전주곡으로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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