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재외동포청·이민청 통합… 黑字의 이민정책 가능하다

라종억 통일문화연구원 이사장 2023. 8. 21.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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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3대 구성 요소는 ‘국민’, ‘영토’, ‘주권’이다. 이 중에 국민이 없다면 영토와 주권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우리나라 인구 감소는 이제 심각을 넘어 아찔한 수준이다. 연간 40조원 예산으로도 출산율은 오르지 않는다. 그렇다면 해외 동포나 외국인 이민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이민자의 의식을 갖게 된 것은 실로 우연한 일이었다. 버지니아 텍 교수로 재직하는 큰 형님 댁을 방문했을 때 그곳의 교수 파티에 함께 참가하게 되었다. 파티 도중에 마티니 몇 잔에 취한 여 교수 한 분이 저의 형님(라종오 박사)에게 다가와 큰소리로 물었다. “닥터 라는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성공적 삶을 누리는데 어느 나라가 더 좋습니까?”

일순간 모두가 조용해진 가운데 형님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어릴 적 ‘어머니가 좋으냐 아버지가 좋으냐’라고 묻는 어른 보면 바보라고 생각했다. 내가 태어난 한국은 나의 어머니이고 나를 품어 키운 미국은 나의 아버지라 생각한다. 이게 답변이 될까요?” 그 말을 들은 여 교수는 얼굴을 붉히며 도망치듯 자리를 피했다. 사람들은 모두 웃었다. 그야말로 우문현답(愚問賢答)이었다. 그 순간 나는 미국 같은 선진 자유민주 국가에서도 이민자에 대한 편견이 있음에 놀랐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이민을 나가는 나라였다. 현재 750만명의 ‘디아스포라’가 전 세계에 흩어져 있다. 지금도 한국 국적을 취득하는 외국인 수보다 한국 국적을 포기하는 국민 수가 2배로 많다. 한마디로 이민 적자 국가이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지만 절대적으로 인력이 모자라는 나라에서 이민 정책을 잘 마련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민 정책의 대전제는 이민자에 대한 ‘온정주의’ ‘복지주의’보다 국가 우선으로 이민 행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둘째 모든 이민자들이 ‘코리안 드림(KOREAN DREAM)’을 갖도록 하는 제도 개선이 따라야 한다. 셋째 행정 일원화로 재외동포청과 이민청이 단일화되고 그 관리 부서도 단일화해야 한다.

현재 외국인 관련 업무를 보는 부처는 7개 부처에 산재되어 있다. 법무부 외국인출입국관리본부의 출입국 관리 업무, 여성가족부의 다문화 가족 지원 업무, 고용노동부의 외국인근로자 지원 업무(산업인력관리공단), 외교부의 재외 동포 지원 업무(재외동포청), 교육부의 외국인 유학생 관리 업무,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촌다문화가정 지원 및 계절근로자 관리 업무, 행정안전부의 외국인 주거 및 범죄 치안 업무 등이다.

또, 관련 정책위원회도 4개나 된다. 외국인 정책을 총괄하는 법무부 주관의 ‘외국인정책위원회’, 다문화가족정책을 다루는 여가부 주관의 ‘다문화가족지원정책위원회’, 외국인 노동자 정책을 총괄하는 고용노동부 주관의 ‘외국인근로자정책위원회’, 재외 동포 정책을 다루는 외교부 주관의 ‘재외동포정책위원회’가 그것이다.

이러한 기구와 행정 체계의 난립으로 인해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동포·이민 정책이 수립되고 있지 못한 형편이다. 따라서 4개 위원회를 통합해 총리실(또는 법무부)이 주관하는 ‘재외동포 외국인정책위원회’로 일원화하고, 신설된 재외동포청까지 포함하여 총리실 산하(또는 법무부, 행안부 산하)에 이민청(또는 이민처)을 설립하는 것이 바람직한 형태라 할 수 있다.

또 외국인들이 입국한 후 국내 체류에서 영주권, 국적 취득까지 다양한 과정과 단계를 설치하여 ‘희망’의 사다리를 놓아 한국 사회로 단계적 편입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 즉 ‘단순취업->숙련공 취업->영주권(가족 초청)->국적 취득’ 등의 단계적 과정을 밟도록 하는 것이다. 비자 발급 문제는 입국 후에도 적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단순근로비자(E9)로 입국해 성실히 근로하여 숙련공이 된 후 기능공비자(E7-4)로 전환시키는 방법이 있다. 또 유학생비자(D-2), 어학연수 비자(D-4)로 들어온 유학생이 졸업 후 취업할 경우 단순근로비자나 기능공비자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결혼비자(F6)에 취업비자를 추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어를 배운 이민자나 유학생을 우선적으로 받아들이는 것도 생각해봐야 한다. 이민자로 인한 사회 통합 실패를 경험하지 않으려면 왼손(외국인, 재외동포)과 오른손(우리국민)의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대화로 이민자의 ‘코리안 드림’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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