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이걸요? 제가요? 왜요?

이연섭 논설위원 2023. 8. 21.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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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소원대로 9급 공무원이 돼 그럭저럭 살고 있는 평범한 MZ세대 직장인. 출근, 퇴근, 출근, 퇴근, 반복적이고 무의미한 일상 속에서 일상의 의미를 찾기 위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최근 2030 MZ세대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딱 1인분만 할게요’의 작가 이서기씨 얘기다.

이 책의 주인공 이름도 이서기다. 9급 공무원으로 180만원의 월급을 받는다. 이 돈으로는 스벅 커피를 매일 사 먹고, 좋은 차를 타고, 자주 맛집을 다니는 건 꿈도 못 꾼다. ‘딱 1인분만 할게요’는 답도 없고, 희망도 보이지 않고, 뭘해도 잘 안돼 답답한 MZ세대의 생생한 현실을 보여준다. MZ세대가 무엇을 생각하고 고민하고 원하는지 속마음을 알 수 있다.

한때 공무원은 인기 직종이었다. 일을 못하고, 안해도 잘리지 않고 정년이 보장돼 ‘철밥통’이라 했다. 공무원들은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다. 헌법 제7조 1항에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고 명문화 된 것도 이 때문이다.

공무원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봉사와 희생, 사명감, 책임 등이다. 하지만 MZ세대가 대세인 요즘 공무원 사회는 달라졌다. 그야말로 1인분만 하려 한다. ‘이걸요? 제가요? 왜요?’ 같은 ‘3요’ 태도를 보이는 젊은이도 많다. 부서간 협업이 필요한 일에도 나서지 않아 기성세대와 갈등을 겪는 경우가 다반사다.

최근 한 설문조사 결과, MZ세대 5~9급 공무원 120명 가운데 83.3%는 ‘민간기업 근로자와 마찬가지로 경제적 편익을 지향하는 직장인’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희생을 감수할 필요가 없다’는 응답도 43%에 달했다.

MZ 공무원들의 이같은 인식은 공직사회 근간과 기강이 흔들린다는 신호다. 세계 잼버리대회 파행과 호우 대처 실패 등으로 공무원들의 무능과 무책임이 도마에 올랐다. 국가위기 상황에서 공무원들이 책임과 의무를 망각한 것은 심각하다. 무조건 희생을 강요해도 안되지만, 공직 소명의식이 붕괴되면 안된다. MZ세대가 사명감을 갖게 하려면 처우 개선과 함께 공직사회 개혁이 필요하다.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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