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디스플레이 단 삼성 TV… 中 맹추격에 ‘적과의 동침’

최인준 기자 2023. 8. 21.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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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ED 지키려 라이벌 손 잡았다
그래픽=김하경

‘적(敵)과 동침을 택했다.’

삼성전자가 지난 14일 83인치 4K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를 국내에 출시하자 시장에서 나온 반응이다. 삼성이 처음으로 자회사 삼성디스플레이가 아닌 LG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을 가져다 생산한 제품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TV 시장 1, 2위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서로 디스플레이 기술 규격이 다르기 때문에 자체 계열사에서 생산한 패널로 TV 완제품을 만들어 왔다. 패널 기술이 TV 화질을 결정하는 핵심 경쟁력이기 때문에 함부로 타사 제품을 가져다 쓸 수도 없었다. 하지만 이번엔 이례적으로 라이벌 기업의 패널을 적용한 것이다. 업계에선 이를 두고 “글로벌 TV 시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프리미엄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중국 기업의 추격을 뿌리치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OLED 시장 잡기 위한 ‘적과 동침’

삼성전자는 자사 OLED TV에 LG의 패널을 적용한 것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83인치 OLED TV를 지난 7월 미국, 이달 한국에서 각각 출시하는 과정에서 별도 보도 자료도 배포하지 않았다. 삼성은 온라인에서만 83인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삼성전자 입장에선 LG로부터 OLED 패널을 조달받는 것이 사실상 대외적으로 LG 기술력을 인정한 것”이라며 “삼성이 OLED 경쟁에서 LG에 양보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가 LG의 패널을 들여올 수밖에 없었던 것은 OLED TV 시장 재진입을 더 이상 늦추기 어려운 상황에서 자체 패널 물량이 크게 부족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삼성은 원래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중소형 OLED 패널에서, LG는 TV용 대형 패널에서 각각 기술 우위를 가졌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2021년부터 수조원을 설비 투자하며 OLED 패널 기술인 QD(퀀텀닷)-OLED 양산을 준비했지만 아직 연간 생산 능력이 130만장에 불과하다. 패널 생산 단가도 LG의 W(화이트) OLED 패널에 비해 1.5배 높다. 83인치 이상 대형 TV의 경우 만들면 만들수록 손해가 커지는 구조다. 현재 세계에서 높은 수율로 대형 OLED 패널을 양산할 수 있는 건 LG디스플레이밖에 없다.

삼성·LG 두 업체의 이해관계도 서로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삼성은 부족한 패널 물량을 확보하고, LG는 오래전부터 밀고 있는 OLED TV 시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는 대형 OLED 패널 생산이 연간 1000만장 정도인데 아직 LG전자를 포함해 전 세계 제조 업체들의 OLED TV 생산량을 모두 합해도 연 800만대에도 미치지 못한다. 올 2분기까지 5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LG디스플레이로선 삼성이라는 새 공급처를 확보해 안정적인 수익 확보가 가능해진 것이다.

◇OLED만큼은 중국 추격 막아야

무엇보다 삼성, LG가 힘을 합친 것은 중국 업체들이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OLED 분야에서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중국은 LCD 패널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삼성은 LCD 패널 생산을 중단했고, LG도 내수 생산을 중단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BOE, CSOT 등 중국 업체들은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을 바탕으로 중국 내에 대형 OLED 패널 공장을 지으며 공격적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TV 완제품 시장에서도 중국 업체의 점유율은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삼성, LG로선 OLED TV를 중심으로 한 프리미엄 시장 주도권을 강화해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 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IT 업계 관계자는 “과거 소니 등 일본 TV 디스플레이 기업들이 한국과 대만의 부상으로 위축된 것처럼 한국도 중국에 쫓기는 신세가 됐다”며 “삼성, LG가 지난 10년간 LCD에서 중국에 따라잡힌 아픈 기억이 있어 OLED에서만큼은 양사가 경쟁을 잠시 접어두고 중국에 시장을 내주지 않기 위해 힘을 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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