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만톤 이산화탄소 뿜던 곳이 ‘저탄소 LNG 수출허브’로
16일(현지 시각) 호주 북준주(Nothern Territory) 다윈항 근처 다윈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 200만㎡에 달하는 부지에 들어선 가스 생산 설비가 굉음을 내며 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다윈 LNG 터미널은 동티모르 해역의 바유운단(Bayu-Undan) 가스전에서 생산된 천연가스를 액화시켜 수요처로 내보낸다. 다윈 LNG 터미널에선 장비 내구 연한을 늘리는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20년가량 운영됐던 바유운단 가스전이 올해 말 고갈될 예정인 가운데, 2025년부터 칼디타-바로사(이하 바로사) 가스전에서 생산될 천연가스를 처리하기 위한 준비 작업이다. 터미널 한쪽에선 이산화탄소 포집·저장(Carbon Capture and Storage·CCS) 시설이 들어설 부지의 땅 고르기 작업이 마무리 단계였다.
◇파이프로 이산화탄소 500km 이동시켜 저장
미국 에너지 회사 코노코필립스는 2006년부터 이 시설에서 LNG 생산을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LNG 생산 과정에서 포집된 이산화탄소는 공기 중에 배출됐다. 연간 60만톤 가량이다. 하지만 2016년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파리 협약이 발효되는 등 세계 각국이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나섰다. 이에 SK E&S와 호주의 에너지 기업 산토스 등은 2012년부터 공동 개발 중인 바로사 가스전에서 천연가스를 생산할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CCS 기술로 포집하기로 했다. 2019년 산토스는 다윈 LNG 터미널 등 관련 프로젝트 지분을 인수했고, 2020년 SK E&S가 지분 25%를 다시 사들이며 저탄소 LNG 생산을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
다윈 LNG 터미널은 ‘저탄소 LNG 수출 허브’가 되기에 적합한 조건을 갖췄다. 바유운단의 빈 가스전은 연간 1000만톤의 이산화탄소를 저장할 수 있다. 바로사 가스전에서 보내온 천연가스를 LNG로 바꾸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연간 200만톤의 이산화탄소를 모두 포집해 저장하고도 남을 정도다. 바유운단 가스전에 설치된 설비도 재활용할 수 있다. 리처드 힝클리 산토스 청정에너지 및 CCS 개발 총괄이사는 “바유운단 가스전에서 천연가스를 운반하던 500km 길이 해저 파이프라인을 이산화탄소 운반에 쓸 수 있어 개발·운영 시간과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탄소 감축은 물론 에너지 안보에도 기여”
바로사 가스전에서 우리나라로 도입 예정인 LNG는 연평균 130만톤으로 국내 전체 소비량 4500만톤(2021년 기준)의 3%에 달하는 규모다. 바로사 가스전 개발은 탄소 감축은 물론 에너지 안보에도 기여한다는 게 SK E&S 측의 설명이다.
수입량 대비 해외 자원 개발을 통해 직접 확보하는 석유·가스량을 의미하는 자원개발률은 에너지 안보의 ‘바로미터’로 불린다. 우리나라의 석유·가스 자원개발률은 2015년 15.5%에서 2021년 10.7%까지 줄어 에너지 자립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SK E&S 관계자는 “바로사 가스전 개발로 국제 에너지 시장 변동에 상관없이 안정적으로 가스를 들여올 수 있게 된다”면서 “국제 정세로 인한 가스 가격 폭등 시 국민 전기료·난방요금 부담 완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SK E&S는 바로사 가스전에서 생산된 LNG 중 일부를 수소 생산에 활용할 계획이다. 수소 생산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전용 수송선으로 바유운단 가스전에 보내 저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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