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광장]'고객이 자신을 알게 하는 것'이 비즈니스의 출발점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MBTI(마이어스-브릭스 유형지표)가 다시 유행한다. 한때는 처음 만난 사람끼리 혈액형을 묻고 상대방을 파악하더니 MBTI가 그 자리를 대체해 처음 만난 자리, 혹은 취업면접시에도 MBTI를 묻고는 한다. 이런 트렌드의 이면에는 자신을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지 모르는 고객들에게 "너는 이런 사람이야"라는 객관적인 유형을 알려줌으로 인해 비즈니스의 기회가 있음을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안경을 구매할 때 기존에는 직접 안경점에 가서 몇 개 샘플을 써보면서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거나 주변의 조언을 듣고 결정했다. 하지만 이 결정과정에서 자신을 객관화하기 어려웠는데 콥틱㈜이라는 회사는 이를 비즈니스화했다. 이 회사의 안경 '브리즘'은 3D(3차원) 프린팅 기술과 빅데이터 기반 개인 맞춤형 안경을 제작한다. 3D스캐너를 통해 얼굴사이즈를 측정한 뒤 많은 사람의 얼굴데이터를 분석하고 AI 알고리즘을 활용해 얼굴 유사성이 높은 사람들이 주로 선택한 안경을 추천해준다. 또한 '버추얼 피팅'을 통해 안경을 가상으로 착용해 보도록 한다. 즉 고객이 자신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이를 차별화한 것이다.
화장품과 피부 관련 비즈니스의 경우 이런 개인의 유형화는 더 많은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색조화장품 분야에서 작당모의㈜는 'Zamface'라는 개인화 뷰티 큐레이션 서비스앱을 출시해 고객들에게 퍼스널컬러를 제시한다. 퍼스널컬러는 피부톤, 헤어컬러, 눈동자색 등 각 개인의 고유한 신체색을 의미한다. 크게 봄 웜톤, 여름 쿨톤, 가을 웜톤, 겨울 쿨톤 4가지로 분류하고 세부기준에 따라 12가지, 혹은 16가지 세부톤으로 나뉜다. 사용자들은 자신에게 어울리는 색상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앱에서 제시하는 큐레이션 서비스를 활용하면 자신에게 적합한 제품을 선택할 수 있다. 이 앱은 사용자가 자신도 모르는 자신의 장점을 파악해 더욱 돋보이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를 추구하는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평가다.
기초화장품은 좀 더 비즈니스의 기회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많은 화장품 구매고객은 자신의 피부가 어떤 상태인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피부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온라인상의 많은 광고와 리뷰 등에 의존해 다른 사람들의 선택과 의견을 기반으로 제품을 구매하게 된다. 하지만 피부란 개인의 건강상태나 주변환경에 따라 변수가 많기 때문에 자신의 피부를 정확히 판단해야 좋은 구매를 할 수 있는 특성이 있기에 광고나 리뷰를 통한 제품추천은 한계가 있다.
이런 맥락으로 2005년 미국 피부과 전문의 레슬리 바우만은 설문을 통해 자신의 피부를 지성·건성, 민감성·저항성, 색소성·비색소성, 주름진·탱탱한 등의 기준으로 파악할 수 있는 분류표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는 설문만을 통해 만들다 보니 자신이 아는 수준으로 조사에 답하게 돼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워서 비즈니스에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또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분류다 보니 한국인에게 바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러나 최근 스마트폰의 카메라 기술이 발전하고 다양한 빅데이터가 축적되면서 한국인의 피부에 맞는 피부 건강검진 서비스가 도입되면 비즈니스의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서는 일반 건강검진처럼 주기적으로 자신의 피부를 측정하고 변화상태를 지속적으로 기록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소비자가 접근이 쉬운 스마트폰을 활용해도 정확한 피부진단이 가능해야 하고 자신의 정보가 노출될 위험에서도 안전하게 보관돼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런 정확한 피부분석 이후에는 소비자 입장에서 만족할 수 있도록 빅데이터에 기반해 피부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완벽한 솔루션과 세심하고 지속적인 관리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기광국 P&K피부임상센타 전략기획실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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