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노래 그 사연] 신선한 가사로 X세대 사로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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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일본 후쿠오카에서 열린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아티스틱 스위밍 혼성 듀엣 경기에서 변재준 선수가 한국인 남성 최초로 출전해 10위에 올랐는데, 그가 가수 변진섭의 아들이라는 것이 알려져 화제가 됐다.
그러나 발라드가 성인가요 이미지에서 탈피해 밝고 세련된 사운드로 변하던 시점의 중심에 있던 가수가 바로 변진섭이다.
그런데 이제는 세월이 흘러 '변진섭의 아들 변재준'이 아니라 '변재준의 아버지 변진섭'으로 불리는 시대를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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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일본 후쿠오카에서 열린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아티스틱 스위밍 혼성 듀엣 경기에서 변재준 선수가 한국인 남성 최초로 출전해 10위에 올랐는데, 그가 가수 변진섭의 아들이라는 것이 알려져 화제가 됐다.
발라드 가수로 현재 큰 인기를 누리는 가수는 김동률·박효신·성시경 등이다. 이들은 변진섭에게 빚을 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80년대 중반 이문세가 등장해 한국형 발라드가 막 시작될 때, 발라드는 성인가요의 슬프고 고통스럽고 어두운 이미지를 지닌 과도기적 상황이었다. 그러나 발라드가 성인가요 이미지에서 탈피해 밝고 세련된 사운드로 변하던 시점의 중심에 있던 가수가 바로 변진섭이다.
변진섭이 초기부터 모두에게 환영받은 건 아니었다. 1집을 내고 초대된 대학교 축제에선 반대의 목소리도 컸다. 군사정권에 대항한 학생운동이 한창이던 시절이었기에 일부 학생들이 “이런 시국에 무슨 사랑 타령이냐”며 반대운동을 한 일도 있었다. 하지만 이데올로기 시대에서 소비 시대로 전환하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 2집에선 피아니스트 노영심이 만든 노래 ‘희망사항’을 발표했고 1990년대 초반 등장한 엑스(X)세대의 공감을 얻었다.
“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여자/ 밥을 많이 먹어도 배 안 나오는 여자/ 내 얘기가 재미없어도 웃어주는 여자/ 난 그런 여자가 좋더라 (중략) 여보세요, 날 좀 잠깐 보세요/ 희망 사항이 정말 거창하군요/ 그런 여자한테 너무 잘 어울리는/ 난 그런 남자가 좋더라.”
자신을 감추고 타인의 이목을 중시하는 것이 덕목이었던 1980년대와 다르게 X세대 특징 가운데 하나는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것이었다. ‘희망사항’은 파격적이면서 신선한 가사였다.
이 곡의 성공으로 변진섭은 386세대로 지칭되는 1960년대생뿐만 아니라 1970년대생에게까지 지지를 받으며 발라드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그런데 이제는 세월이 흘러 ‘변진섭의 아들 변재준’이 아니라 ‘변재준의 아버지 변진섭’으로 불리는 시대를 맞이했다.
조선 초기 학자 성삼문의 조부는 손자가 탄생하기 전 사주를 뽑아보니 19세에 단명하는 것으로 나왔다. 그러자 손자의 요절을 막기 위해 탄생 시각을 늦추라고 신신당부했다. 산모가 참다 참다 “이제 시간이 됐나요?” 하며 세번 물었다고 하여 이름이 성삼문이 됐다고 한다. 결국 그는 38세에 생을 마감하여 사육신이 됐다.
부모가 어떻게 자식의 운명을 바꿀 수 있으랴. 성인이 되는 순간 간섭하지 않고 지켜봐주는 것이 현명한 부모가 아닌가 한다.
박성건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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