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열부터 가축분뇨까지…온마을 한뜻으로 품다

황지원 2023. 8. 21.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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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에너지 생활] 충남 홍성 ‘원천 에너지자립마을’
“기후 위기 극복하자” 주민들 연대
태양광패널·지열냉난방 적극 설치
마을 공동운영 발전시설도 곧 설립
남들 손사래 치는 가축분뇨 활용
‘원천에너지전환센터’ 가동 4년차
시간당 300㎾ 생산 … 한전에 공급
찌꺼기는 액비 만들어 농가에 제공
“버려지는 것 없이 완벽한 자원 순환”
하늘에서 본 충남 홍성 원천에너지전환센터 전경. 하루에 돼지 분뇨 110t을 처리하는 이곳에선 1시간당 300㎾의 전기를 생산한다. 홍성군

올여름엔 ‘유례없는 폭염’이 닥쳐 전세계가 펄펄 끓었다. 냉방을 하기 위해 쓰는 화석연료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결국 다시 지구를 뜨겁게 만드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모두가 에너지 절약의 중요성을 알고 있지만 번거로워서 혹은 방법을 몰라서 실천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마을 전체가 에너지 자립을 위해 뜻을 모은 충남 홍성군 결성면 원천마을을 찾았다. 에너지시민연대가 주도해 지정한 22일 ‘에너지의 날’을 맞아 생활 속에서 에너지 절약을 실천하는 다양한 방법도 소개한다.

태양광발전 패널이 설치된 원천마을 주택.

충남 홍성군 결성면 금곡리에는 30여가구가 사는 작은 동네인 원천마을이 있다. 마을사람 대부분이 농사를 짓고 소·돼지를 키우는 이곳은 2014년 구성된 ‘마을발전추진위원회’에서 나온 ‘에너지 자립 마을’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변화를 맞게 된다. 이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서울에서 금융업에 종사하다 돼지를 키우러 귀농한 이도헌 원천에너지전환센터(성우농장) 대표(56)다.

“원천마을에 온 지 얼마 안됐을 때 날씨가 너무 더워서 돼지들이 떼죽음을 당할 뻔했습니다. 주변 농가 농작물도 다 말라 죽고요. 농촌에 내려와서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직접 느끼게 됐죠.”

집에 설치한 지열발전 설비를 점검하는 주민 이문례씨

마을사람들도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마을 전체가 힘을 모아야 한다는 이 대표 의견에 공감했고 ‘마을과 축산이 상생하는 에너지 자립 마을’을 마을의 발전 비전으로 삼았다. 마을은 가장 먼저 주택에 태양광발전과 지열냉난방 시설을 도입했다. 태양광발전 시설 도입 비용은 생각보다 얼마 들지 않았다. 3.5㎾(킬로와트) 패널을 설치하는 데 지방자치단체 보조를 받아 자부담은 전체 비용의 10%인 80만원만 내면 됐다. 2016년부터 시작한 태양광발전 시설 설치사업은 2020년 빈집을 제외하고 마을의 모든 집에 설치되며 마무리됐다. 약 700만원의 자부담 금액이 드는 지열발전 시설은 5가구 정도가 뒀다. 초기 투자 비용이 적진 않지만 10년을 두고 봤을 때 효과가 크다. 집에 태양광 발전과 지열냉난방 시설을 모두 설치한 이문례씨(60)는 “전에는 전기료가 4만∼5만원이 나왔는데 지금은 1000∼2000원만 내고 있어 매우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도헌 원천에너지전환센터 대표가 센터 내부를 보여주고 있다.

원천마을의 도전은 태양광과 지열 발전으로 끝나지 않았다. 홍성은 ‘대한민국 축산 1번지’라고 불릴 만큼 소·돼지를 기르는 농가가 많다. 가축이 있는 곳엔 필연적으로 골칫덩어리인 가축분뇨도 생기기 마련이다. 마을은 가축분뇨를 에너지로 만드는 ‘바이오에너지’ 사업을 추진했다. 처음에는 마을기업 형태로 운영하려고 했으나 당시엔 바이오에너지를 낯설게 봤던 지자체의 반대로 무산됐다. 결국 이 대표가 개인사업자로 나섰다. 시설 설립은 농림축산식품부 가축분뇨 에너지화 정부 지원사업을 통해 표준사업비 98억원 중 70%를 지원받을 수 있었다. 공장을 제대로 짓고 싶었던 이 대표는 표준사업비보다 20억원을 추가로 들여 자비로 50억원을 썼다. 그렇게 2020년 ‘원천에너지전환센터’가 완공됐다. 이 대표는 “사업이 안정화하면서 올 하반기부터는 손익분기점을 넘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황선상 머내협동조합 이사장. 원천마을이 에너지 자립 마을로 거듭나는 과정을 담은 동화책을 들고 있다.

원천에너지전환센터는 양돈농가로부터 처리 비용을 받고 매일 110t 분량의 돼지 분뇨를 받아 온다. 이는 돼지 약 2만5000마리가 하루에 만드는 배설물의 양이다. 분뇨는 52일 동안 플랜트 3동을 거치며 메탄가스를 발생시킨다. 메탄가스는 전환센터에 있는 발전기를 24시간 돌려 1시간당 300㎾의 전기를 생산하는 에너지원이 된다. 이 전기는 한국전력공사에 판매된다. 돼지 분뇨찌꺼기는 액비로 만들어 인근 농가에 무료로 살포한다. 이 대표는 “버려지는 것 없이 완벽한 자원순환이 이뤄진다”며 자랑스러워했다.

원천마을은 2020년 ‘머내협동조합’을 만들어 에너지 자립을 향해 한걸음 더 나아갔다. ‘머내’는 원천마을의 옛 이름이다. 머내협동조합은 지난해 농식품부에서 공모한 ‘농업·농촌 RE100(재생에너지 100%) 실증 지원사업’에 지원해 선정됐다. 이 사업을 통해 마을에서 사용하는 에너지 사용량에 대한 컨설팅을 받고 마을 유휴 부지에 태양광발전 시설을 설치할 수 있게 됐다. 황선상 머내협동조합 이사장(68)은 “주민 공동으로 설치·운영하는 500㎾ 규모의 태양광발전 시설을 통해 발생하는 수익 절반은 난방용 등유를 사는 에너지바우처로 원천마을 주민에게 제공하고, 나머지 절반은 인근 마을의 에너지 취약계층을 위해 기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원천마을은 농촌이 겪는 기후위기의 위험성과 에너지 자립 마을로 거듭나는 과정을 담은 책 ‘원천마을 동화’를 2021년까지 2권 펴냈다. 그 후 2년간의 이야기를 담은 세번째 책이 곧 세상에 나올 예정이다. 황 이사장은 “원천마을의 에너지 자립은 이제 시작”이라며 “앞으로 5년 내에 완벽한 에너지 자립을 이룰 것”이라고 포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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