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호텔 프로젝트] 군산 곳곳 스며든 역사 흔적 따라 시간 여행 떠나볼까

서지민 2023. 8. 21.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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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 마을호텔 프로젝트] (4) 군산 ‘후즈데어·후즈넥스트’
2017년 ‘액티브 로컬’ 프로젝트
창업가·지역주민·건물주 합심
유서 깊은 건물 보수해 숙소로
공방체험 등 매력 … 사람들 발길
마을호텔의 프런트 역할을 하는 전북 군산시 영화동 미국식 펍 ‘럭키마케트’. 프런트에서 나오면 먹거리·볼거리가 가득한 골목 상권이 펼쳐진다.

전북 군산은 ‘시간여행 도시’라고 불린다. 일제강점기에 지은 170여채에 달하는 적산 가옥과 해방 이후 미군이 들어와 속속 생겨난 펍(서양식 술집), 식료품 가게는 시간이 흐르면서 역사성이 더해져 더욱 이국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임오군란 때부터 자리 잡은 화교들의 영향으로 군산 대표 먹거리가 된 짬뽕은 아직까지 여행객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다. 이런 특색 있는 역사를 관광자원으로 적극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바로 마을호텔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이들에 의해서다. 이들은 군산 역사의 풍파를 모두 겪은 유서 깊은 건물들을 개·보수해 숙소로 활용하고, 숙박객이 골목길을 돌아보며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일정을 짜준다.

럭키마케트 입구. 게스트하우스인 ‘후즈넥스트’ 입구 바로 옆에 붙어 있다.

군산 원도심 영화동에 도착하면 하늘 높이 솟은 낡은 굴뚝이 보인다. 옆면엔 투박한 글씨체로 ‘목욕탕’ 세 글자가 쓰여 있다. 40여년 동안 목욕탕과 여관으로 사용된 건물인데, 지금은 게스트하우스 ‘후즈데어’로 탈바꿈해 젊은 관광객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났다. 좁은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객실이 늘어선 복도가 나온다. 세월의 흔적을 담은 붉은 벽돌 외벽과 달리 내부는 현대적이고 깔끔해 상반된 매력을 보여준다.

후즈데어에서 걸어서 1분 거리에 또 다른 게스트하우스 ‘후즈넥스트’가 있다. 이곳은 1980년대에 군산항에서 일하던 선원·선장이 묵던 숙소를 새롭게 개·보수해 만든 곳이다. 투숙객이 함께 쓰는 중앙 라운지의 통창으로 군산 시내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층마다 숙소 형태가 다른데, 2층은 홀로 여행 온 투숙객을 위한 아늑한 1인용 침실로, 3층은 2∼3명이서 오순도순 지낼 수 있는 방으로 구성돼 있다.

③ ‘후즈넥스트’ 라운지. 군산 시내가 한눈에 보이고, 냉장고 등을 쓸 수 있다.

두 숙소는 별개 건물에 있지만 체크인은 모두 근처 미국식 펍 ‘럭키마케트’에서 한다. 이곳에서 숙소 이용 안내사항을 듣고, 샴푸·보디워시 등 어메니티(호텔 욕실용품 등)를 받으면 된다. 투숙객 손에 쥐어지는 또 한장의 종이가 있는데, 그건 바로 군산 곳곳에 숨은 놀거리를 담은 여행지도다. 주변 가게에서 쓸 수 있는 쿠폰도 제공하니 꼭 챙겨야 한다.

후즈데어·후즈넥스트와 럭키마케트를 운영하는 조권능 대표는 “펍에서 호텔 프런트와 마을안내소 역할을 동시에 하는 것”이라며 “군산에서 보낸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수입상점 가게나 미국 음식점이 단박에 생각나는데, 여행객들에게도 그런 문화를 선보이고 싶어 이곳을 프런트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후즈넥스트 2층엔 홀로 온 여행객을 위한 1인용 침구가 마련돼 있다.

숙소에 짐을 풀고 프런트 근처를 거닐다보면 들어가봄직한 가게들이 연이어 나온다. 스페인 요리 전문점 ‘돈키호테’와 사케(일본주) 바 ‘수복’, 바느질 공방 ‘꽃신도깨비’ 등으로 마을호텔 투숙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곳이다. 모두 외국인들이 자유롭게 오가던 군산항의 개방성을 정체성으로 가진 곳들이다.

군산에 이런 특색 있는 숙박시설·놀거리가 들어서기 시작한 건 2017년 진행된 ‘액티브 로컬’ 덕분이다. 이는 건축공간연구원에서 진행한 예비 창업가 지원 프로젝트로 공공 보조금을 최소화하고 창업가와 지역주민·건물주가 공동으로 투자·출자를 해 사업을 진행하게끔 만들었다. 여러 전문가가 합심해 기존 주민과 상인의 협력을 이끌어내고 수익 구조를 검토한 뒤 투자를 유치했다. 지역 특색을 최대한 활용해 새로운 사업을 접목할 수 있다는 게 이 프로젝트의 장점이다. 덕분에 아직도 많은 젊은 창업가들이 유입되고, 다양한 연령층을 사로잡는 상점들이 지속적으로 생기고 있다.

성공적으로 프로젝트가 마무리되고 군산은 다시 활력을 찾았다. 지난해 하반기 모두 1만7770여명이 군산 내 게스트하우스를 찾았고, 군산시에서 관광객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스마트 관광지도’는 1만2640명이 이용했다는 통계가 나왔다.

1980년대 이후 3대 향토기업이라 칭하던 백화양조·경성고무·한국합판이 차례로 무너지고 산업 기반이 붕괴되며 인구가 빠져나간 이후 수십년 만에 사람이 모이며 과거의 영광이 되살아나기 시작한 것. 30년 넘은 건물, 오래된 문화가 외지인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며 관광자원으로 활용된다는 점은 더욱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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