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호텔 프로젝트] 제민천 마을의 모든 길은 ‘크림’으로 통한다

황지원 2023. 8. 21.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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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 마을호텔 프로젝트] (3)충남 공주 ‘봉황재 한옥’
옛 도심 매력 가득한 여행지
한옥에 묵고 역사·골목투어
워케이션 원하는 청년 속속
관광객 늘며 주변상점 매출 ↑
충남 공주 제민천 마을은 금강에서 뻗어 나간 제민천 좌우로 펼쳐진다.

충남 공주에는 시내 한복판을 흐르는 제민천이 있다. 조선시대 제민천 마을엔 도 전체를 관할하는 충청감영이 있어 이곳은 명실상부한 충청권의 중심이었다. 1932년 충남도청이 대전으로 옮겨 가면서 제민천 마을은 힘을 잃게 된다. 마을호텔을 통해 공주 원도심의 매력을 살려 도시 재생을 꿈꾸는 기업이 있다. 한옥 게스트하우스 ‘봉황재 한옥(이하 봉황재)’을 운영하는 ‘주식회사 퍼즐랩’(대표 권오상)이다.

마을안내소 ‘크림’은 호텔 프런트 역할을 하며 마을 안내책자와 기념품을 판매한다.

제민천 마을의 모든 길은 ‘크림’으로 통한다. 크림은 퍼즐랩이 운영하는 마을안내소. 동네 곳곳에 퍼져 있는 게스트하우스·식당·상점·카페를 한자리에서 소개하는 곳이다.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게스트하우스 봉황재의 프런트가 되기도 한다. 봉황재는 무인으로 운영되는데 문의사항이 생겼을 땐 크림에서 매니저를 만날 수 있다.

1960년대 지어진 한옥을 개조한 게스트하우스 ‘봉황재 한옥’.

권오상 대표는 2019년 마을호텔 봉황재 문을 열었다. 경기관광공사에서 10년 넘게 기획·마케팅을 하던 권 대표는 처가가 있는 공주에 왔다가 가정집으로 사용되던 봉황재를 우연히 발견했다. 이 한옥을 숙박업소로 이용할 계획을 갖고 매입한 후 공주로 이주해 커뮤니티 기반 지역 관리회사 퍼즐랩을 세웠다.

퍼즐랩은 주변 상점과 상생해 제민천 마을을 인기 여행지로 거듭나게 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봉황재 투숙객은 체크인한 후 주변 식당에서 밥을 먹고 주변 상점을 둘러본다. 퍼즐랩은 관광객을 대상으로 공주 원도심 근대 역사와 골목 투어를 진행하는데 이 코스에서도 로컬상점은 빠지지 않는다. 퍼즐랩은 마을에 없던 숙박시설·공유오피스를 차리고 로컬상점을 지키기 위해 새로운 카페나 식당은 열지 않았다. 마을 주민과 상생을 위해서다. 공주 원도심에서 30년 동안 식당 ‘고가네 칼국수’를 운영해온 김영란 대표는 “마을호텔이 생긴 후 관광객이 이전보다 2∼3배 늘면서 식당 매출도 덩달아 증가했다”고 밝혔다.

봉황재는 1960년대 지어진 한옥을 리모델링한 곳이다. 가운데에 마당을 둔 ‘ㄱ’자 형태 한옥엔 4개의 객실이 있다. 서까래가 그대로 드러난 연등천장으로 한옥의 매력을 극대화했다. 주말엔 늘 방이 꽉 차고 평일에도 평균 50% 정도 예약이 된다. 얼마 전에는 지도자로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 참가했던 스페인 대학생들이 행사를 마치고 찾기도 했다. 장원희 매니저는 “한옥에서 이색적인 숙박을 하고 싶어 하는 손님들이 많이 찾아온다”고 말했다.

제민천 마을을 변화시킨 또 다른 이가 있다. 서울에 있는 건축회사에서 일했던 목진태씨는 도시 생활에 지쳐 이곳에 오게 됐다. 빈 건물을 수리해 서점과 카페 문을 연 그는 전공을 살려 ‘마을호텔 주식회사’를 창업했다. 목 대표는 “제민천 마을 내 유휴 공간을 활용해 영화제·벼룩시장 등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을에서 ‘가가책방’과 ‘가가상점’을 운영하는 서동민 대표는 서울에서부터 권 대표와 알던 사이였다. 권 대표를 만나러 봉황재에 놀러 왔다가 공주 원도심의 매력을 알게 됐고, “여기서 서점을 운영해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권 대표의 설득에 제민천 마을에 정착했다. 서 대표는 “봉황재 투숙객 대부분이 책방에도 들러 책방이 활기를 띤다”며 웃었다.

퍼즐랩은 도시 청년과 지방을 잇는 다리 역할도 시작했다. 청년들을 위한 숙소와 교육장·공유오피스를 두고 정부 지원을 받아 ‘지방 소도시에서 창업하기’, ‘귀농·귀촌 준비하기’, 도시 사람이 공주 원도심에서 숙박하며 일하는 ‘워케이션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장 매니저 역시 퍼즐랩에 취업하며 서울에서 공주로 오게 됐다. 장 매니저는 “일자리와 문화 공간이 마련된다면 여유와 가능성을 찾으러 지방으로 올 청년이 많을 것”이라며 “퍼즐랩이 그런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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