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유재선 감독 "봉준호 감독님 '해석 누설하지 말라' 팁 전수"

조연경 기자 2023. 8. 20.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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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현지시간) 오후 프랑스 칸 에스파스 미라마 극장에서 '제 76회 칸 국제영화제'(Cannes Film Festival) 비평가주간 '잠' 시사회가 열렸다. 유재선 감독과 배우 정유미, 이선균, 전혜진이 참석했다. 칸(프랑스) 박세완 엔터뉴스팀 기자 park.sewan@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봉준호 키드'에 대한 기대감을 120% 충족시킨 신예 유재선 감독이다.

지난 18일 서울 건대입구 롯데시네마에서 열린 영화 '잠(유재선 감독)' 언론시사회에서 유재선 감독은 "'잠' 시나리오를 쓰고, 촬영 준비를 하고, 촬영을 하고, 후반 작업을 하면서 제1의 철칙은 '재밌는 장르 영화를 만들자'였다.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재밌는 장르 영화'를 써보고 싶었다"고 운을 뗐다.

시나리오 집필 당시 실제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는 유재선 감독은 "오래 된 여자친구와 결혼이 임박했던 시기였는데, 제가 결혼에 대해 가졌던 화두들이 시나리오에 그대로 담겼다. 그래서 제 의식과 상관없이 알게 모르게 두 주인공도 결혼한 부부로 설정했다. 이야기의 많은 부분에 둘의 결혼 생활이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바른 결혼 생활이란 무엇이고, 결혼한 부부는 문제가 닥쳤을 어떻게 해결 하는지 많이 녹여내려 했다. 관객 분들은 제 결혼관에 동의해주실 필요도, 알아차려 주실 필요도 없지만 그런 화두에 대한 대답을 얻어내고자 무의식적으로 쓴 시나리오가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더 나아가 유재선 감독은 "롤러코스터 같은 영화인데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서로 어떻게 해석했는지, 누가 맞는 건지에 대한 '대화가 활발하게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컸다. 여담이지만 봉준호 감독님께서도 '엔딩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감독이 어떻게 해석했는지 누설하지 말라'는 팁을 주셨다. '관객의 재미를 박탈하지 말라'고 하셔서 그렇게 하기로 했다"고 귀띔해 웃음을 자아냈다.

'잠'을 통해 상업 장편 영화 데뷔 신고식을 치르는 유재선 감독은 '은밀하게 위대하게'와 '옥자' 연출부, '버닝'의 영문 자막 번역 등 영화계에서 다양한 경력을 쌓아 왔다. 이에 일명 '봉준호 키드'로 주목 받으며 첫 작품에 대한 영화계의 관심 어린 시선을 받았던 바, 이미 제76회 칸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 초청으로 남다른 출발을 알렸다.

앞서 봉준호 감독은 '잠'에 대해 "최근 10년 간 본 영화 중 가장 유니크한 공포 영화이자 스마트한 데뷔 영화다. 가장 평범한 일상의 공간에서 예측 불가능한 커플의 드라마가 펼쳐진다. 나는 관객들이 아무런 정보 없이 스크린 앞에서 이 영화와 마주하기를 바란다"는 찬사를 보냈다.

이에 유재선 감독은 "'10년간 본 영화 중 가장 유니크한 공포 영화'라는 칭찬을 직접 듣지는 못했다. 다만 봉준호 감독님은 닮고 싶은 롤모델이기 때문에 제 영화를 보기만 하셨어도 뛸 듯이 기뻤을 것 같은데 호평까지 남겨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기쁘다"며 "감독님께서 '끝까지 긴장감이 늦춰지지 않아 좋았다'는 말씀을 해주셨고, 두 배우의 열연에도 감탄하시더라. '소름 돋는다' 아니면 '미쳤다'고 하셨던 것 같다"고 밝혀 훈훈함을 선사했다.

정유미는 "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놀라워 했고, 이선균은 "봉준호 감독님 연출부 출신이셔서 그런지 정확한 콘티를 머리에 갖고 그대로 찍으려는 노력이 비슷하게 느껴졌다. 대본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떨어졌다"고 흡족해 했다.

지난 5월 제76회 칸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에 공식 초청되며 주목도를 높인 '잠'은 행복한 신혼부부 현수와 수진을 악몽처럼 덮친 남편 현수의 수면 중 이상행동으로 인해 잠드는 순간 시작되는 끔찍한 공포의 비밀을 풀기 위해 애쓰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봉준호 감독 작품 '옥자' 연출부 출신 유재선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정유미 이선균이 부부 호흡을 맞췄으며, 칸영화제 뿐만 아니라 최근 시체스국제판타스틱영화제, 토론토국제영화제, 판타스틱페스트 등 전 세계 유수 영화제들의 러브콜을 한 몸에 받고 있어 개봉 후 관객 반응을 기대케 한다. 내달 6일 개봉한다.

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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