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호모커뮤니쿠스] 잼버리 대회와 ‘잡음’

2023. 8. 20.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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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던 '2023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가 끝났다.

'물리적 잡음'은 경적, 확성기 소리, 아파트 층간 소음 같은 것이다.

'의미론적 잡음'은 동일한 용어와 말에 대하여 상대와 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일컫는다.

잡음의 존재는 소통이 쉽지 않다는 것을 일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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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던 ‘2023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가 끝났다. 엉망진창의 준비와 운영으로 국민의 근심거리로 전락했다가 중앙정부가 개입한 후반 분전으로 면피한 것은 천만다행이었다. 대회 종료 후에 3만여 대원들이 한국의 역사·문화·음식 탐방에 나서게 된 반전은 그나마 위안이었다. 이제부터는 파행에 대한 원인과 책임 규명을 통해 훗날의 경계로 삼는 일에 철저해야 한다.

그러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징비록의 전도가 그다지 밝지 못하다. ‘네 탓 논쟁’이 벌써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잼버리용 시설 준공을 대회 종료 후로 계약하는 말도 안 되는 비상식과 예산집행내역의 문제점 지적에 대해 제1 야당은 현 정부의 관리 미비를 탓하며 ‘대통령 사과’ ‘총리 사퇴’ ‘국정조사 실시’를 주장하고 있다. 사공(정당과 정치인)이 억지를 부리며 배(문제점 진단)를 산 위로 올렸다 내렸다 하면서 ‘부실의 이유’를 정치적 논쟁으로 모호하게 만들 수도 있다.

한 가지 분명하게 드러난 것은 대회의 준비 과정에 소통(커뮤니케이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현장에서 대원들을 이끄는 스카우트 대장들이 화장실·샤워장·물웅덩이·배수의 시설 미비를 지적했으나 조직위는 무시했다. 국내 여러 언론이 파행 가능성을 지적할 때 대회 책임자는 방송에 출연해 문제없음을 장담했다. 현장과 조직위 간에 소통에 엇박자가 난 것이다.

1949년 최초로 소통(커뮤니케이션)에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과 원인으로 ‘잡음’(noise)을 개념화하고 제시한 연구자는 수학자 섀넌(Shannon)과 공학자 위버(Weaver)였다. 당시 첨단의 전기통신회사(‘Bell Telephone Laboratory’)에서 정보이론을 연구하면서 소통과정을 구성하는 송신자-송신기-채널-수신기-수신자(목표물) 중에서 정보전달의 용기인 ‘채널’에서 잡음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The mathematical theory of communication’).

잡음은 다양하다. ‘물리적 잡음’은 경적, 확성기 소리, 아파트 층간 소음 같은 것이다. ‘심리적 잡음’은 외부 메시지의 정확한 수신을 막는 개인의 특성이나 생각이다. ‘의미론적 잡음’은 동일한 용어와 말에 대하여 상대와 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일컫는다. 근래에는 메시지를 생산하고 전달하는 기호화(encoding)와 수신하고 해석하는 해독화(decoding)에서 ‘의도적인 잡음’이 문제가 되고 있다. 폭력적·혐오적·배타적·차별적인 메시지를 생산하고 유·불리에 따라 객관적 사실을 재단하기 때문이다.

잡음의 존재는 소통이 쉽지 않다는 것을 일러준다. 그렇다고 잡음을 당연시해서는 안 된다. 네 탓만 말고 내 탓도 살필 때 소통을 방해하는 잡음은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

김정기 한양대 명예교수·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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