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 재편은 위기이자 기회… 정책 지원이 차이 만든다[광화문에서/김창덕]

김창덕 산업1부 차장 2023. 8. 20.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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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망은 기업 경영의 기본이다.

가장 적절한 시기에 원자재, 장비, 부품, 인력 등을 확보해 가장 효율이 높은 생산기지에서 제품을 만들고, 고객이 필요로 할 때 적기 공급하는 일련의 과정 하나하나가 기업 경쟁력을 좌우한다.

공급망 관리를 잘하는 기업은 승승장구했고, 그러지 못한 곳은 재고자산과 생산비용 증가에 힘겨워했다.

미국은 중국을 주요 공급망에서 의도적으로 배제하는 한편 자국 내 기업을 유치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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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덕 산업1부 차장
공급망은 기업 경영의 기본이다. 가장 적절한 시기에 원자재, 장비, 부품, 인력 등을 확보해 가장 효율이 높은 생산기지에서 제품을 만들고, 고객이 필요로 할 때 적기 공급하는 일련의 과정 하나하나가 기업 경쟁력을 좌우한다. 공급망 관리를 잘하는 기업은 승승장구했고, 그러지 못한 곳은 재고자산과 생산비용 증가에 힘겨워했다.

최근 경제 부문에서 가장 많이 거론된 단어를 꼽으라면 ‘공급망’이 후보에서 빠질 리 없을 것 같다. 개별 기업의 경쟁력이 아닌 국가 간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어서다.

화살의 시위를 당긴 건 미국이다. 첨단기술 부문에서 중국에 대한 견제를 노골화한 게 시발점이다. 미국은 중국을 주요 공급망에서 의도적으로 배제하는 한편 자국 내 기업을 유치하고 나섰다. 우호적인 국가들과는 경제동맹체 구성에도 속도를 냈다. 지난해 초 발발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은 이런 미국 중심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한국은 일본, 대만 등과 함께 미국의 행보에 가장 적극적으로 동참한 나라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 때나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시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등 대기업들은 적게는 수조 원, 많게는 수십조 원의 대(對)미 투자를 발표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난해 8월 미 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지원법 시행 후 1년 동안 1억 달러 이상의 관련 분야 대미 투자 발표를 분석한 결과 전체 110건 중 한국 기업이 20건(18%)이었다고 한다. 해외 기업(66건) 중 단연 1위였다. 유럽연합(EU·19건)보다 많고 일본(9건)의 두 배가 넘는다.

그렇다면 한국은 재편 중인 공급망 속에서 영향력이 확대됐을까. 최근 대한상공회의소와 유엔 무역통계를 살펴보니 지난해 반도체 장비 3대 강국(미국, 일본, 네덜란드)의 대한국 수출액은 166억4000만 달러로 전년의 186억9000만 달러보다 20억5000만 달러 줄었다. 그만큼 한국 내 반도체 산업 투자가 줄었다는 의미다. 반도체 경쟁국이자 동맹국으로 엮인 미국(25%), 일본(18%), 대만(13%)이 나란히 증가하는 동안, 한국은(―11%) 집중 견제 대상인 중국(―19%)과 같은 처지로 내몰렸다. 전기차 배터리라고 다르지 않다. 최근 SK온이 1조5000억 원 수준의 국내 설비투자를 발표하긴 했지만,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등 배터리 3사 투자 발표는 대부분 미국 또는 캐나다였다.

한국 기업은 모두 미국으로 몰려가는데, 한국에 투자하겠다는 해외 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다. 정책 지원이 이 같은 차이를 만들고 있다. 미국은 반도체지원법에 의거해 527억 달러를 내놓았고, 일본은 대만 TSMC의 반도체 공장 투자액의 40% 이상을 지원하기로 했다.

한미일 정상은 이번 공동성명을 통해 국제질서를 저해하는 주체로 중국을 직접 지목했다. 안보뿐 아니라 경제 측면에서 ‘탈중국’의 시계가 보다 빨라질 수밖에 없게 됐다.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한국 경제가 실익을 챙기려면 지금보다는 훨씬 과감한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 남은 시간이 생각보다 짧을 수 있다.

김창덕 산업1부 차장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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