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지켜라” 지시에도 외부 숙소에서 묵은 여가부 장관… “신변 위협 때문” 해명
한덕수 국무총리가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 기간 현장을 지키라”고 지시했음에도 잼버리 주무부처 장관인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잼버리 영지에서 야영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인 가운데 여가부가 ‘김 장관에 대한 신변 위협이 있었기 때문에 그랬다’는 내용의 해명을 뒤늦게 내놨다.
여가부는 20일 보도 설명자료를 내고 “당시 김 장관은 숙영을 검토했으나, 신변을 위협하는 협박으로 경찰 보호를 받는 상황에서 숙영을 할 경우 위해 요소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숙영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 장관에 대한 신변 위협 협박은 SNS상 게시글로 올라왔고, 전북경찰청에서 신변보호를 한 후 수사 중이라는 것이 여가부 설명이다. 여가부는 “결과적으로 불편에 노출된 대원들과 함께 야영하지 못한 점은 아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3일 김 장관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대회가 끝날 때까지 현장을 지키며 158개국 참가자 4만3000명의 안전을 확보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잼버리 관련 예산서 승인, 결산보고, 조직위원회 설립 인가 등을 담당한 잼버리 주무부처는 여가부다. 당시 김 장관과 함께 공동조직위원장을 맡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경우 4일부터 6일까지 잼버리 영지에서 숙영했다. 집행위원장인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3일부터 숙영했다.
하지만 김 장관은 잼버리 대회가 열린 지난 1일부터 제6호 태풍 ‘카눈’으로 조기 철수를 한 8일까지 국립공원공단 변산반도생태탐방원에 묵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곳은 지난달 문을 연 숙박시설로, 잼버리 야영장과는 약 18㎞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방마다 에어컨과 화장실, 샤워부스, 세면대가 갖춰져 있다고 한다.
반면 잼버리 야영장 환경은 폭염에 취약했고, 화장실과 샤워장 등 편의시설이 열악하고 위생 관리도 엉망이어서 대회 초반부터 곳곳에서 문제가 터졌다. 급기야 영국과 미국 대원 등이 조기 퇴영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에 잼버리 주무 부처이자 공동조직위원장을 맡은 여가부와 김 장관에 대한 비판 여론이 비등했다. 김 장관이 잼버리를 앞두고 국회 답변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고 자신있게 한 말과 전혀 다른 상황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김 장관이 야영지에서 멀리 떨어진 편한 시설에서 잤다는 사실까지 알려지자 무책임의 극치라는 비난이 빗발쳤다.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여가부가 뒤늦게 해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여가부는 김 장관이 신변 위협 때문에 야영지에서 숙영하지 못했다는 해명 외에도 “(김 장관이) 새만금에서 이뤄졌던 대회 기간 내내(8월 1일∼8일) 현장에 머물며 잼버리 병원, 허브클리닉, 화장실, 샤워장, 물류창고, 운영요원 식당, 대집회장 등 영지 시설을 점검하고 제기되고 있는 불편사항을 개선했다”며 무책임 논란에 선을 그었다. 이어 “특히 대회 초반 제기된 화장실 등 위생시설 개선, 온열환자 발생 등 폭염에 대비한 잼버리 병원 내 의료인력 확충, 적십자 냉방차 추가 조치 등을 현장에서 즉시 시행했다”고 설명했다.
여가부는 또 “(김 장관은) 야영지 내 글로벌리더센터에서 잼버리 참여국가 전체가 함께하는 세계스카우트연맹 대표자 회의에 참여해 정부 측 대표자로서 연맹 측이 요구한 사항을 수렴하고, 8월 1일부터 매일 수시로 스카우트 세계연맹 집행부와 개선사항을 논의해 정부 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했다”며 “대회 기간 내내 현장을 떠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여가부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김 장관이 대회 현장에서 야영하지 않았다는 보도가 확산돼 뒤늦게 설명자료를 냈다”고 말했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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