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치트키' 메시, '창단 5년' 마이애미 입단 25일 만에 첫 우승컵 선물...대회 7경기 연속골+득점왕+MVP 석권
[포포투=오종헌]
인터 마이애미는 리오넬 메시 합류 이후 완전히 다른 팀이 됐다.
인터 마이애미는 20일 오전 10시(이하 한국시간) 미국 네슈빌에 위치한 지오디스 파크에서 열린 2023 리그스컵 결승전에서 네슈빌과 정규시간 1-1로 마무리한 뒤 승부차기에서 10-9로 승리했다. 이로써 인터 마이애미는 창단 첫 우승을 달성했다.
이날 인터 마이애미는 4-3-3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최전방에 메시, 마르티네스, 타일러가 포진했고 크레마시치, 부스케츠, 아로요가 중원을 구성했다. 4백은 예들린, 크라이프토프, 밀러, 알바가 책임졌고 골문은 캘린더가 지켰다.
인터 마이애미와 같은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동부 컨퍼런스 소속이며 현재 리그 4위에 올라있는 네슈빌은 피컬트, 서리지, 맥카티, 짐머만 등으로 맞섰다.
선제골의 몫은 인터 마이애미였다. 전반 23분 메시가 페널티 박스 외곽에서 왼발 감아차기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하지만 후반 12분 네슈빌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1-1 스코어는 좀처럼 바뀌지 않았다. 결국 양 팀의 경기는 승부차기로 넘어갔다.
메시는 1번 키커로 나서 킥을 성공시켰다. 네슈빌의 2번째 키커 리알이 실축하며 인터 마이애미 쪽으로 분위기가 넘어왔다. 하지만 인터 마이애미의 5번 키커 우로아가 실축하고 말았다. 그리고 마침내 11번째 키커에서 승부가 갈렸다. 인터 마이애미의 캘린더 골키퍼는 성공했지만 네슈빌의 파니코 골키퍼는 실축했다.
이로써 인터 마이애미는 창단 첫 우승을 달성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그 중심에는 메시가 있었다. 메시는 바르셀로나 유소년 아카데미 출신으로 2004년부터 1군 무대에 첫 발을 들였다. 역대급 재능이었던 메시는 빠르게 자신의 기량을 뽐내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팀 내 에이스로 발돋움했고, 동시에 구단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가 됐다.
하지만 2021년 여름 바르셀로나와의 동행을 마무리하게 됐다. 당시 계약 기간이 끝나고 미래를 고심한 메시는 바르셀로나와 계약 연장을 하겠다고 결정했다. 그러나 그때는 바르셀로나의 재정적 문제로 인해 동행을 이어갈 수 없었다. 갑작스러운 결별에 메시는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후 메시는 파리 생제르맹(PSG)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첫 시즌 프랑스 리그앙 26경기에 출전해 6골 14도움을 기록했다. 바르셀로나 시절에 비하면 다소 아쉬운 경기력을 보여줬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이는 적응 기간에 불과했다. 메시는 지난 시즌 최고의 활약을 보여줬다. 리그 32경기 16골 16도움을 올렸다.
하지만 시즌 종료 후 PSG와의 동행을 마치게 됐다. 논란도 있었다. 메시가 사우디 아라비아를 방문했는데, 이것이 PSG 구단의 허가가 나오지 않은 일정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메시는 사과했지만 거취에 대한 다양한 추측이 흘러나왔다. 결국 리그 최종전에 앞서 떠나는 게 확정됐다.
메시를 노리는 팀은 바르셀로나와 알 힐랄(사우디 아라비아)였다. 바르셀로나는 후안 라포르타 회장과 사비 에르난데스 감독 등이 나서 공개적으로 영입을 원했고, 실제로 메시와 만나 설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엄청난 석유 자본을 보유하고 있는 알 힐랄은 연봉 4억 유로(약 5,651억 원)라는 파격적인 제안을 메시에게 제시했다.
이 중 메시는 바르셀로나 복귀를 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구조적으로 쉽지 않았다. 메시를 영입하기 위해서는 선수들이 방출되거나 연봉을 삭감해야 했다. 복잡한 상황이 되자 메시는 "2년 전 처럼 내 미래를 다른 사람의 손에 맡기게 하고 싶지 않았다"며 바르셀로나로 복귀하지 않을 뜻을 내비쳤다.
메시는 알 힐랄도 선택하지 않았다. 그는 바르셀로나를 떠날 때부터 행선지 후보로 거론됐던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로 향하게 됐다. 그 팀이 바로 인터 마이애미였다. 앞서 미국 '마이애미 헤럴드'는 6월 초 "메시가 인터 마이애미로 이적한다. 계약 기간은 2년 6개월이다. 연봉과 보너스, 팀의 지분 등 모두 포함해 최대 1억 5,000만 달러(약 1,912억 원)가 될 것이다"고 전했다.
인터 마이애미 역시 구단 공식 채널을 통해 메시 합류를 암시하는 듯한 게시글을 몇 차례 올렸다. 하지만 공식 발표는 곧바로 나오지 않았고, 먼저 이적에 필요한 작업들을 진행했다. 그리고 마침내 오피셜이 떴다.
인터 마이애미는 지난달 16일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우리는 발동도르 7회 수상자이자 월드컵 우승자인 메시를 영입하게 됐다. 그는 며칠 내로 팀에 합류할 것이다. 계약 기간은 2025년까지다"고 공식 발표했다.
메시 데뷔는 약 일주일 뒤에 이뤄졌다. 인터 마이애미는 크루스 아술(멕시코)와 리그스컵 조별리그 1차전을 치렀다. 리그스컵은 북중미 팀들이 모여 다투는 대회다. 당시 인터 마이애미는 크루스 아술과 아틀랜타 유나이티드와 한 조에 속했다. 메시는 크루스 아술과의 경기에서 팀이 1-0으로 앞서고 있던 후반 9분 교체 투입됐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크루스 아술이 동점골을 넣으며 스코어는 1-1이 됐다. 경기가 이대로 끝나려던 후반 추가시간 4분 기절이 일어났다. 메시는 후반 추가시간 4분 페널티 박스 정면에서 획득한 프리킥 키커로 나섰다. 메시가 찬 공은 골문 구석에 정확히 꽂혔다. 이 골은 결승골이 됐다. 데뷔전 데뷔골을 넣은 메시의 활약 덕분에 인터 마이애미는 리그스 컵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또한 6월 초부터 6경기(3무 3패) 동안 이어지던 무승의 사슬을 끊어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메시의 활약은 대회 내내 이어졌다. 이어진 조별리그 2차전 애틀랜타와의 경기에서 메시는 전반 22분 만에 멀티골을 완성했다. 흐름을 이어간 인터 마이애미는 전반 44분 타일러의 추가골까지 더해 전반전을 3-0으로 마무리했다. 구단 역사상 전반전에 세 골 이상 리드한 건 이때가 처음이었다.
가볍게 조별리그를 통과한 인터 마이애미는 엄청난 기세로 리그스컵 결승에 진출했다. 그 과정에서 엄청난 공격력을 선보였다. 32강 올랜도 시티전 3-1 승, 16강 댈러스전 4-4 무(승부차기 승), 8강 샬로트전(4-0 승), 4강 필라델피아 유니온전(4-1 승)까지 총 15득점을 넣었다. 경기당 평균 4골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마침내 네슈빌까지 제압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메시는 7경기 연속골, 도합 10골을 터뜨리며 핵심 선수로 활약했다. 득점왕과 최우수 선수(MVP)는 당연히 메시의 몫이었다. 또한 메시는 인터 마이애미 입단, 미국 MLS 무대 입성 한 달 만에 트로피를 추가했다. 이는 메시의 개인 통산 44번째 우승이다.
메시는 바르셀로나 시절 수많은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스페인 라리가 우승만 무려 10차례다. 또한 코파 델 레이 역시 7번의 우승을 차지했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역시 4회 우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이외에도 UEFA 슈퍼컵 3회, 클럽 월드컵 3회 등 35번의 우승을 차지했다. PSG로 이적한 후에도 리그앙 2회, 프랑스컵 1회 우승을 기록했다.
대표팀에서도 우승을 차지했다. 사실 메시는 바르셀로나 시절 보여준 위용을 아르헨티나 축구대표팀에서 보여주지 못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올림픽 대표팀 시절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을 차지했지만 A대표팀에서는 오랜 기간 우승과 거리가 멀었다. 우승 문턱을 넘지 못했다. 코파 아메리카에선 2번이나 결승에서 패했고, 2014 브라질 월드컵 역시 연장 혈투 끝에 준우승에 머물렀다.
그러나 마침내 2021 코파 아메리카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아르헨티나의 라이벌 브라질을 물리쳤다. 이후 메시가 '라스트 댄스'를 선언한 2022 카타르 월드컵. 메시는 조별리그부터 연일 놀라운 활약을 펼쳤다. 아르헨티나 선수들도 메시의 우승을 위해 똘똘 뭉쳤다. 마침내 메시는 월드컵 우승 트로피까지 들어올렸다. 여기에 남미 챔피언과 유럽 챔피언이 맞붙는 피날리시마에서도 이탈리아를 꺾었다.
미국에서 다시 우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메시는 이제 정규리그에서 활약을 이어갈 예정이다. 인터 마이애미는 2023시즌 MLS 정규 시즌 현재 동부 컨퍼런스에서 22경기를 치른 현재 리그 최하위 15위에 위치하고 있다. 22경기 5승 3무 14패. 파이널 시리즈 진출권 7위와는 승점 17점 차, 파이널시리즈 플레이오프 진출권 9위와는 승점 12점이 차이가 난다.
창단 첫 우승을 경험한 데이비드 베컴 구단주 역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는 역대 최고의 선수를 영입했다. 정말 자랑스럽다"며 메시를 데려온 것이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밝혔다.
축구 소속통 '풋볼 트윗'은 메시 합류 전후 인터 마이애미의 성적을 비교했다. 인터 마이애미는 메시가 합류하기 전 11경기 동안 승리가 없었다. 그러나 메시가 뛰면서 리그스컵 7경기를 모두 승리했다. 그 사이 메시는 10골 1도움을 터뜨렸고 6차례나 경기 최우수선수를 차지했다. 또한 리그스컵 득점왕과 최우수선수가 됐다.
또한 인터 마이애미는 창단 후 첫 우승을 차지했는데, 5년의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메시가 합류한 지 25일 만에 이를 이뤄냈다.
오종헌 기자 ojong123@fourfourtw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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