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수'·'범죄도시3' 신스틸러 안세호의 신념 [인터뷰]
매 작품마다 임팩트 남기는 연기관
류승완 감독과 세 번째 작품 호흡
영화 '밀수'가 여름 텐트폴 대전에서 압도적인 성적으로 1위를 차지했다. 염정아 김혜수 조인성 등 화려한 주연의 활약도 빛났지만 조연들의 몫도 독보적이다. 특히 세관 계장 이장춘의 든든한 오른팔 김수복을 맡은 배우 안세호는 관객들에게 강렬한 임팩트를 남겼다.
최근 안세호는 본지와 만나 영화 '밀수' 관련 인터뷰를 나눴다. 안세호가 출연한 '밀수'는 바다에 던져진 생필품을 건지며 생계를 이어가던 사람들 앞에 일생일대의 큰 판이 벌어지면서 휘말리는 해양범죄활극이다. 영화 '베테랑' '부당거래' '모가디슈' 이후 류승완 감독의 신작이며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개봉 4일째 100만, 7일째 200만, 11일째 300만, 17일째 400만 돌파에 성공했다.
'밀수'의 흥행은 국내 영화계의 시름을 덜어주는 단비같은 현상이다. 주역들과 함께 전국 곳곳 무대인사를 다니는 안세호 역시 팬들의 열화 같은 성원에 감사함을 느끼는 중이다. "관객들의 반응이 너무 감사해요. 서울부터 부산 대구 등 무대인사를 다니면서 큰 에너지를 받았습니다. '범죄도시3' 이후 무대인사를 두 번째 다니게 됐는데 '흥행요정' 타이틀은 아직 부끄럽죠. 운이 좋게 '범죄도시' 배에 탔고 천만 영화에 출연하게 됐는데 '밀수'도 타이밍이 좋아서 너무 감사할 따름입니다."
안세호는 '밀수' 시나리오를 봤을 때부터 작품과 사랑에 빠졌다. 복고의 감성을 워낙 사랑했기 때문에 그 시대에 직접 들어가 연기를 한다는 것이 그에겐 꿈만 같은 일이었단다. 아울러 배우 인생에서도 특별한 작품이다. 짧지 않은 연기 경력 내 모든 작품들이 오디션을 보고 발탁됐다면 '밀수'는 류승완 감독의 러브콜로 참여하게 됐다. 안세호는 "오디션을 보지 않고 배역이 있는 역할을 처음으로 하게 됐다. 류승완 감독님이 처음으로 불러주셨다. 감회가 새롭다. 흥분했고 도파민이 치솟았다. 제 경력에서 류승완 감독 작품을 세 번이나 했다. 이런 이력들이 제가 다른 작품 관련 미팅을 할 때 좋은 영향을 끼쳤다"고 언급했다.
류승완 감독의 '군함도'에서 단역으로 출연한 것이 '모가디슈' '밀수'의 인연으로 이어졌다. 안세호는 "류승완 감독님이 역할을 읽어보고 해줄 수 있냐고 하셨다. 저는 꿈인 줄 알았다. 류 감독님이 제게 해 줄 수 있냐고 하는 게 영광이었다"면서 남다른 소회를 밝혔다. 함께 배우의 길을 걷고 있는 아내 이진희의 반응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아내도 '밀수'를 너무 재밌게 봤다. 권상사님한테 홀딱 반했다. 저도 그 장면을 보고 밤을 새웠다"면서 "시사회 때 보고 아침까지 잠을 못 잤다. 다시 극장에 가서 빨리 보고 싶었다. 영화를 관객으로 보고 싶어서 개봉 당일에 봤다"고 말하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극중 안세호가 맡은 세관 직원 김수복은 꽤 입체적인 인물이다. 이계장 이장춘(김종수)과 2인 1조로 움직이면서 성실히 탈세범을 잡는다. 물론 선량하거나 정의로운 인물로 해석하긴 어렵지만 나름의 신념과 순애보를 갖고 있다. 고옥분(고민시)을 향한 짝사랑도 김수복을 설명하는 키워드 중 하나다. 짧은 분량, 여러 배우들과 함께 나오는 신이 많지만 안세호는 분명히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또 임팩트를 남길 줄 아는 배우다. 연기자가 자신이 맡은 인물에 상상을 덧입히고 또 감독의 디렉팅에 충실히 임했을 때 극적으로 나타나는 결과다. 안세호는 류 감독의 의견을 중심으로 현장의 배우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김수복이라는 캐릭터를 '함께' 만들었다. 자신의 의견을 초석으로 삼으면서 연출자가 원하는 인물을 만드는 것이 그가 그동안 가졌던 연기관이다.
유난히 화목했다는 현장을 두고 안세호는 "종수 선배님도 고민시 배우도 너무 연기를 잘한다. 리허설했을 때부터 느낌이 좋았다. 주연 배우들에게 맞게 리액션을 했다. 현장이 편하고 즐거웠다. 종수 선배님도 너무 잘 챙겨주셨다. 민시 배우도 감각이 너무 좋다. 모든 장면에서 너무 편했다"고 회상했다. 류 감독은 안세호에게 김수복이 '잘 나가는 남자'처럼 보이길 원했고 안세호는 이 디렉팅에 충실했다. 서사 중 긴장감을 조성하는 첫 단추인 고민시와의 애정신 비하인드를 묻자 "부끄러웠다. 제가 민시 눈을 잘 못 쳐다본다. 떨렸지만 고민은 없었다. '가보자'는 마음으로 쇼파에 앉았다. 테이크를 시작하는데 제 몸이 굳었다. 류 감독님이 다리를 풀어서 방향을 옮겨주실 정도다. 즐겁게 다들 웃으면서 촬영했다"고 전했다.
한국 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안세호는 익숙한 배우다. 특히 올해 개봉한 천만 영화 '범죄도시3'에서 토모 역을 맡아 신스틸러라는 호평을 받았다. '범죄도시3'과 전혀 다른 결의 인물을 맡았지만 안세호는 캐릭터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며 보는 이들에게 쾌감을 남겼다. "'범죄도시3'과 '밀수' 두 작품을 하면서 끈끈한 연대를 느꼈습니다. 지금도 '범죄도시3' 팀과 매일 단체 대화방에서 이야기를 나누곤 합니다. '밀수'에서는 배우들과 스태프들, 감독님에게 너무 감동을 받았다. 작업이 너무 행복했고 서로를 사랑했습니다. 김혜수 염정아 김종수 선배님이 후배들을 배려해주셨어요. 저도 후배 배우들에게 그런 선배가 되고 싶고 형이자 친구인 사람이 되고 싶어요."
특히 김혜수와 함께 연기하는 것에 대한 감격스러운 마음도 컸단다. 안세호는 "김혜수 선배와 연기하는 게 저의 꿈이었다. 그간 '타짜' '범죄의 재구성' '비열한 거리' 등 얼마나 많이 봤는지 모르겠다. 최근에도 봤다. 리딩 현장에서 봤을 때 꿈 속에 들어온 것 같았다. 자랑스러웠다. 선배의 열정과 프로페셔널에 많이 배웠다"고 존경심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안세호는 촬영 현장이었던 삼척 항구에서 달을 등지고 걸어오는 김혜수를 만났던 에피소드를 전하며 팬심을 숨기지 않아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올해 두 흥행작을 필모그래피에 장식했지만 안세호는 들뜨지 않고 차분히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중이다. 연기를 즐겁게, 또 진심을 다해 해내는 것이 그가 갖고 있는 목표다. 그는 "제가 아내에게 나는 언제 잘 될까 물어본 적이 있다. '지금이 제일 잘 된 것'이라고 답하더라. 저는 그 말처럼 늘 지금이 좋은 상태라고 생각했다. 제가 출연한 두 작품이 다 잘 되어서 좋지만 들뜨지 않았다. 그저 감사한 마음을 담으려고만 한다"고 고백했다.
'17년차 배우'이지만 여전히 배고프다면서 갈증을 토로하기도 했다. 연기를 걸어오는 길이 결코 순탄하지 않았지만 오롯이 앞만 보고 주어진 연기만 해내며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저는 아직도 배가 고픕니다. 지인들에게 저는 아직 시작도 안 했다고 할 정도입니다. 일을 계속 하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아직도 현장이 신나요. 제겐 여전히 연기가 제일 재밌어요."
우다빈 기자 ekqls064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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