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하디 착한 초등 교사, 출근길에 변”... 신림동 피해자 애도 줄이어

조재현 기자 2023. 8. 20.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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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교사들 “명예롭게 떠나도록 순직 처리돼야”
20일 서울의 한 장례식장에 마련된 A씨의 빈소 모습. /뉴스1

“2주 전에도 흉기 범죄 조심하라고 했는데… 출근길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니 지금도 믿기지가 않아요.”

20일 오후 서울 구로구의 한 장례식장에서 본지와 만난 신림동 성폭행 살인 사건 피해자 A씨의 대학 동기 김모(34)씨는 A씨와 생전에 나눴던 대화를 언급하며 연신 눈물을 흘렸다. 김씨는 A씨와 대학교 4학년 때 임용고시 준비를 같이 했을 정도로 가까웠다고 한다. 김씨는 “학부모가 부당한 요구를 해도 말 한 마디 못할 만큼 정말 착한 친구였다”며 “남들 다 쉬려고 하는 방학 때 출근하다가 변을 당해 더욱 안타깝다”고 했다.

지난 17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공원에서 발생한 성폭행 살인 사건 피해자 A씨의 빈소가 서울 구로구의 한 장례식장에 19일 늦은 오후 차려졌다. 빈소가 차려진 지 하루가 지난 20일에도 A씨의 가족과 학교 선후배, 직장 동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A씨 지인들에 따르면 피해자 A씨는 초등학교 교사로, 다음 학기 업무를 준비하는 연수 과정에 출근하다가 변을 당했다고 한다. A씨의 한 지인은 “연수 과정이 오후 2시부터 시작되는데도 1시간 넘게 일찍 출근해 일을 준비할 만큼 성실한 친구였다”며 “학교에서 체육부장을 맡고 있어 이번 연수 과정에도 기획과 운영을 맡았다”고 했다.

A씨의 또다른 지인은 “남아있는 친구들이 할 일은 (A씨가) 가는 길이라도 명예롭게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며 “출근길에 피해를 입은 만큼 순직 처리를 받았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A씨의 한 동료 교사도 “(A씨가) ‘출근하던 길’에 피해를 입었다는 것을 인정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앞서 19일 A씨의 빈소를 찾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유족 말씀을 들으니 공무상 재해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교육청 소속 노무사와 사실 관계를 확인해 (공무상 재해가 인정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고향이 부산인 A씨는 학교로 출퇴근하기 위해 서울에 자취방을 얻어 지냈지만, 방학 때만 되면 고향에 내려가 가족과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A씨의 한 동료 교사는 “아버지가 지난해 돌아가신 후로 어머니를 보살피러 방학마다 부산에 내려가 방학 때는 거의 얼굴을 보기가 힘들 정도로 효녀였다”며 “이번에도 연수를 받으려고 애써 서울에 올라온 것”이라고 했다.

앞서 서울 관악경찰서는 지난 17일 신림동의 한 공원에서 피해자 A씨를 성폭행하고 숨지게 한 피의자 최모(30)씨에게 강간살인 혐의를 적용하고 구속했다고 20일 밝혔다. 피해자 A씨는 사건 직후 의식이 없는 상태로 한 대학병원에 위독한 상태로 옮겨졌지만 결국 19일 숨졌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가 사망해 최씨의 혐의도 강간상해에서 강간살인으로 변경됐다”며 “그동안의 수사 진행 결과를 토대로 살인의 고의성을 입증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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