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욱은 지금…‘적토마’의 길을 간다
30-30 전설 이병규 코치 조언에
‘2루타 야구’ 선택…OPS도 껑충
“2루타 2개가 홈런 1개라고 생각”
프로야구 삼성 구자욱은 올시즌 다른 마음으로 타석에 들어서고 있다. 요약하자면 ‘2루타 야구’를 하고 있다.
지난 9일 잠실 두산전에서는 잠실구장 가장 깊은 곳인 우중간 담장을 훌쩍 넘기는 홈런을 때리고도 “바람의 도움을 받은 것 같다”고 애써 의미 축소를 하면서 “지금은 2루타 2개가 홈런 1개라는 생각으로 타격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자욱은 이번 시즌 홈런 욕심을 버렸다. 그런데 오히려 홈런은 더 잘 나오고 있다. 지난 19일 대구 KIA전에서는 3회 선제 만루홈런을 날리기도 했다. 구자욱은 올시즌 홈런 8개를 때렸고, 그중 후반기에만 5개를 기록 중이다.
구자욱은 최근 인터뷰에서 이병규 수석코치의 조언이 힘이 됐다고 밝혔다. 타격의 새로운 방향성이 결과도 새롭게 하고 있다는 취지의 얘기다.
이 코치가 선수들에게 간간이 전하는 메시지와 일면 맥이 닿는 듯도 보인다. 이 코치는 LG 선수로 뛰던 1999년 국내에서 가장 넓은 잠실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면서도 30(30홈런)-30(31도루) 클럽에 가입한 이력이 있다. 그해 타율 0.349에 192안타를 때린 이 코치는 “홈런을 노려서 홈런을 많이 때린 시즌이 아니다. 정확한 타격으로 안타를 많이 치려다 보니 홈런도 많이 나온 시즌”이라고 돌아봤다. 타격의 기본 목표는 안타, 그리고 적정선의 ‘애버러지(타율)’라는 설명이다.
더구나 삼성의 홈구장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는 ‘홈런친화형’ 구장으로 타자들이 유혹에 빠지기 쉽다. 이에 타자들 스스로 타자로서 본인의 정체성을 찾는 데 혼돈이 생길 수도 있다. 구자욱 또한 2021시즌에는 22홈런을 때리기는 했지만, 타율 0.293 120안타 5홈런으로 모호했던 지난해를 보내면서 최적의 타법을 찾은 듯 보인다.
구자욱은 올시즌 리그 최다 2루타 기록(29개)을 이어가고 있다. 안타 생산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2루타가 늘어나면서 OPS(장타율+출루율)와 타율이 동반 상승하고 있다. 구자욱은 19일 현재 타율 0.347로 1위를 달리고 있다. OPS는 0.947로 노시환(한화)에 이어 2번째로 높은 수치를 찍고 있다.
타법이 견고해지면서 투수에 따른 편차가 거의 없다. 구자욱은 보통 A급으로 통하는 2점대 평균자책 투수를 상대로 올시즌 타율 0.391을 기록하고 있다. 평균자책 3점대 또는 4점대 투수들과의 상대 타율이 0.320인 것을 고려하면 오히려 에이스급 투수에 더 강했다.
2012년 삼성에 입단한 구자욱은 상무 복무 이후 1군 첫해인 2015년부터 타율 0.349 143안타 11홈런으로 괴력을 뿜어냈으나 이후로 등락을 거듭했다. ‘슈퍼스타’와 ‘스타’의 경계선에서 한 단계 더 올라서지 못하는 듯했으나 올시즌 전환점을 만들고 있다.
조금 더 정확한 타격을 하자는 마음이 낳은 결과다. 이 코치가 30-30을 기록한 1999년 걸었던 길과 흡사해 보이기도 한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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