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지 못한 꿈, 실은 배는 다시 경계의 심연을 꿈꾸고.. “부유하는 경계인을 기억하며”

제주방송 김지훈 2023. 8. 20.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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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원도심, 관덕로에 위치한 스튜디오126에서 지난 16일 시작한 이지유 작가의 개인전 'The Vessel'입니다.

여기에 더해 작가는 '작가의 글'에서 "이 바다를 뚫고 세상과 연결시키는 배는 그러한 의미에서 혈관(vessel)같다"면서 " 해방과 4·3사건을 겪으면서 많은 사람들은 다시 바다 위에서 길 잃은 유민이 됐다. 출항 100년을 맞은 군대환 이야기를 올해 100세가 되신 임용길 할머니의 육성을 통해 담담히 서술"했다고 전시 취지를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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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유 작가 ‘The Vessel’전
22일까지 회화, 영상 10여 점
제주시 원도심 ‘스튜디오126’
이지유 作 ‘전쟁 그만!’


# 절해고도로 전제되는 옛 탐라(耽羅)’ 제주섬. 태생적으로 한계를 안고 살아온 이들에게 광활한 바다는 한편으로는 거대한 꿈의 캔버스이자 장벽이란 모순적인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고립과 연결의 경계를 넘나드는 바닷길. 그 벽을 뚫은 건 원대한 꿈을 품은 모험가의 시도나, 호기도 아닌 일본 식민주의의 힘이었습니다. 20세기 초 고립된 해양왕국에서 일본으로, 이주의 중심지 진출은 ‘생계를 위한 어쩔 수 없는도항’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많은 사람들에게 해방이자 신세계를 향한 출구로 읽힙니다. 서사의 중심에 ‘군대환(키미가요 마루. Kimigayo Maru)’이 자리합니다. 러일 전쟁에 참전했다, 귀환 이후 여객선으로 탈바꿈하고 제주~오사카항로에 투입돼 제주도민 4분의 1을 일본으로 실어 날랐습니다. 말과 말, 몸과 몸이 섞이고 부대끼면서 욕망과 좌절, 또 소외와 핍박을 맛보게 한 공간입니다. 아무리 크다고 한들 망망대해 위에선 필히 고립될 수 밖에 없는 공간으로, 그 안을 가득 채웠을 숱한 한숨과 불확실한 현실, 미래몽에 시선을 맞췄습니다. 제국주의적 가치에 의해 의지와 무관하게 굴절된 한국사가 그렇듯 제주의 근대사 또한 파생된 폭력에 의해 피폐화되고, 그 안의 삶들은 경계와 경계를 오가며 떠돌았습니다. 흐려진 경계를 딛고 정체성이 끊임없이 재창조되는, 세상 끝에 한 발 들여놓고 바라본 풍경입니다. ‘넘을 수 있는 경계와 넘을 수 없는 경계들 사이를 가로질렀던 수많은 배, 그 배를 탔던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이지유 作 ‘폭연’


제주시 원도심, 관덕로에 위치한 스튜디오126에서 지난 16일 시작한 이지유 작가의 개인전 ‘The Vessel’입니다. 22일까지 회화, 영상 작품 10여 점을 선보입니다.

삶을 위해 바다를 건너간 수많은 '밤의 이주민'들의 몸과 마음에 각인된 차별과 착취, 상처가 그림과 영상, 기록 자료를 통해 온전히 제 그림자를 드러냅니다.

이지유 作 ‘밤의 이주’


'배' 또는 그 안을 채운 인간, 몸뚱아리까지 모두 포괄할 ’Vessel’을 내세워 역사의 주류 서사에 발을 담그고, 한편으론 오랜 기간 소외받은 고난과 역경의 개인사들을 확장된 통사로 자연스레 수렴해냈습니다.
여기에 더해 작가는 ‘작가의 글’에서 "이 바다를 뚫고 세상과 연결시키는 배는 그러한 의미에서 혈관(vessel)같다"면서 “ 해방과 4·3사건을 겪으면서 많은 사람들은 다시 바다 위에서 길 잃은 유민이 됐다. 출항 100년을 맞은 군대환 이야기를 올해 100세가 되신 임용길 할머니의 육성을 통해 담담히 서술”했다고 전시 취지를 전했습니다.

관람은 전시기간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휴관일은 없습니다. 무료 관람이며, 자세한 사항은 ‘스튜디오126’으로 문의하면 됩니다.

이지유 作 ‘사랑방, 오사카’


제주대학교, 서울대학교(서양화, 미학)를 졸업한 작가는 같은 대학원에서 서양화, 런던예술대학에서 ‘Fine Art’를 전공했습니다. 2009년 첫 전시 ‘또 다른 기념비들’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개인전 등을 통해 다양한 작품을 선보여 왔습니다. 2017년 제주비엔날레 ‘투어리즘’, 2020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낯선 전쟁’ 전 등 각종 2인전과 단체전에 참여했습니다.

2019년 재일제주인에 관한 5년간 작업과 취재에 바탕으로 ‘돌아오지 않는 배’, 2021년엔 이미지와 편역 작업을 한 ‘이재수 실기-야월의 한라산’을 출간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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