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바리스타들 “자신감 샷 추가요~”
매니저 아래 장애인 2명이 일해…지역 첫 시도 ‘장애인 부모 사랑방’
“다른 곳과 달리 심심하지 않아…다양한 분야 경험하며 배우고 싶어”
“아이스 아메리카노 2잔, 아이스 캐모마일 티 2잔 주문받았습니다. 바로 만들어드릴게요.”
지난 16일 경기 광주시 양벌동 ‘I got everything’ 광주시민체육관점. 주문이 들어오자 김선오씨(27)의 손이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김씨는 매장용 컵 4잔을 꺼내 각각 얼음을 절반가량 채웠다. 이어 원두를 갈고 커피 추출기를 이용해 샷 4잔을 내렸다.
함께 일하는 황선용씨(30)는 미리 준비된 얼음 담긴 컵에 샷을 2잔씩 넣고 적당량의 물을 따라 아이스 아메리카노 2잔을 완성했다. 비교적 간단한 캐모마일 차는 티백을 컵에 넣고 물을 넣으니 바로 완성됐다. 김씨는 준비된 음료 4잔을 쟁반에 올린 뒤 미소 지으며 손님에게 건넸다. 주문부터 음료 전달까지는 총 5분 정도가 걸렸다. 마지막으로 적립 쿠폰 도장을 네 번 찍는 것도 잊지 않았다.
‘I got everything’ 광주시민체육관점은 광주시에 처음 생긴 장애인카페로, 지난달 19일 문을 열었다. 비장애인 매니저 1명과 장애인 직원 2명이 일하고 있다. 체육관 내 남는 공간에 9평(29.7㎡) 규모로 마련됐다. 한국장애인부모회 광주시지부가 위탁운영을 맡고 있다. 광주시는 무상임대 형태로 공간을 제공했다. 수익은 장애인 일자리사업에 재투자된다.
카페에서 일하는 황씨와 김씨는 발달장애인이다. 황씨는 아메리카노 같은 간단한 음료만 만들 수 있다. 김씨는 카페에서 일하기 위해 따로 4개월간 준비해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했다고 한다. 자격증이 있는 김씨는 카페라테, 스무디류 등 카페 메뉴에 있는 음료 20여종을 모두 만들 수 있다.
두 사람 모두 “지금 하는 일에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씨는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대표님이나 매니저님이 친절하게 알려주신다”며 “카페에서 일하면 심심하지 않아서 좋다”고 했다.
김씨는 “이전에는 인테리어를 배우려 했는데 작업 환경이 거칠어 힘들었다”면서 “여기는 모두 친절해서 좋다. 친절하게 대해주니까 더 열심히 일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최근 이루고 싶은 꿈도 생겼다고 했다. 그는 “카페 일로 자신감을 얻었고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해보고 싶다”면서 “많이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지역에 처음 생긴 장애인카페는 장애 부모들의 ‘사랑방’이 되고 있다. 그동안 주변 시선 탓에 자녀와 함께 다닐 만한 공간이 부족했던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I got everything’ 광주시민체육관점에선 누구도 눈치를 보지 않고 마음 편히 모일 수 있다고 했다.
김정옥 한국장애인부모회 광주시지부 지부장은 “카페가 쉬는 화요일에는 장애 청소년들의 교육 공간으로도 쓰이고 있다”면서 “카페 음료 만드는 법을 배우기도 하고, 쉬기도 하는데 20여명이 모인다”고 말했다. 김 지부장은 “발달장애인도 반복적으로 알려주면 기술을 습득할 수 있다. 오히려 서비스업이 더 잘 맞기도 한다”면서 “다만 (학습)시간이 오래 걸리니까 잘 알려주려 하지 않는데 교육의 기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I got everything 광주시민체육관점은 공공기관의 남는 공간을 활용하면서 장애인 고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마련된 사업”이라면서 “장애인의 자립지원과 사회참여 기반 확대를 위해 지속적으로 지원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태희 기자 kth0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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