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잉글랜드 꺾고 사상 첫 우승[여자월드컵]
그 동안 ‘무적함대’라 불리며 남자축구에서는 세계 축구에서도 손꼽히는 강호로 군림해왔던 스페인은 정작 여자축구 쪽에서는 후발국에 가까웠다. 오랜 기간 독일, 스웨덴 등 유럽 굴지의 강호들에 밀려 월드컵은 구경도 못해보다가 2015년 캐나다 대회에서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이후 발전 속도가 엄청났다. 2019년 프랑스 대회에서 첫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그리고 4년이 지난 올해, 세계 정상에 서며 마침내 정점을 찍었다.
스페인은 20일 호주 시드니의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2023 국제축구연맹(FIFA)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 결승에서 잉글랜드에 1-0으로 이겨 우승을 차지했다. 월드컵 첫 출전 이후 고작 8년 만에 이뤄낸 엄청난 성과다. 특히 유럽팀이 우승한 것은 2007년 독일 이후 16년 만이다. 또 스페인은 독일에 이어 남녀 월드컵에서 모두 우승한 역대 두 번째 국가가 됐다.
스페인은 이번 대회에서 우승권에 근접한 팀으로 평가받았다. 현재 최고 여자축구 선수로 꼽히는 알렉시야 푸테야스를 보유하고 있고, 팀으르도 지난해 여자 유로 2022 8강까지 오르는 등 만만치 않은 전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를 앞두고 에이스인 푸테야스가 무릎 부상으로 컨디션이 온전치 못했고, 일본과 조별리그 최종전서 0-4 대패를 당하는 등 분위기가 급격히 식었다.
토너먼트에 들어가면서 스페인은 달라졌다. 스위스와 16강전에서 5-1 완승을 거둔데 이어 8강과 4강에서는 직전 대회에서 각각 2위, 3위를 차지했던 네덜란드와 스웨덴을 2-1로 제압하며 결승까지 순항했다.
양팀은 쉴새없는 공방전을 펼쳤다. 전반 16분 잉글랜드의 로런 헴프가 페널티아크 근처에서 기습적으로 찬 왼발 슈팅이 골대를 강타하며 잉글랜드가 먼저 아쉬움을 삼켰다. 스페인도 1분 뒤 살마 파라유엘로와 알바 레돈도가 연속 슈팅을 날려봤지만 잉글랜드 골키퍼 메리 어프스에게 막혔다.
팽팽한 흐름은 전반 29분 깨졌다. 하프라인 근처에서 공을 탈취해 역습에 나선 스페인은 마리오나 칼덴테이가 왼쪽 측면에서 내준 패스를 쇄도한 올가 카르모나가 그대로 왼발로 차 반대편 골대 하단 구석을 정확히 찔렀다.
이후 반격에 나선 잉글랜드는 후반 19분 키라 윌시가 페널티지역 안쪽에서 핸드볼 파울을 범해 페널티킥을 내주며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골키퍼 어프스의 선방이 나오며 다시 추격을 시작했다. 하지만 스페인의 탄탄한 수비를 공략하지 못해 1-0의 살얼음판 리드가 이어졌다.
정규시간이 다 흘러간 후반 45분, 호르헤 빌다 스페인 감독은 부상으로 벤치에 있던 푸테야스를 투입하는 강수를 뒀다. 보통 리드를 지키기 위해 수비를 두텁게 하는게 정석인데, 빌다 감독은 푸테야스를 투입해 오히려 더 공격적으로 나섰다. 이에 마음이 급한 잉글랜드가 오히려 더 밀리는 이색적인 상황이 연출됐다. 결국 스페인은 경기 종료 직전 잉글랜드의 코너킥 찬스마저 무산시키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한편 대회 최우수선수(MVP)에게 주어지는 골든볼은 미드필더로 대회 내내 스페인의 공격을 지휘한 아이타나 본마티에게 돌아갔다. 2003년생 공격수 파라유엘로는 영플레이어상의 영예를 안았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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