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살 아파트’ 논란 이후 계약한 ‘전관업체’ 11곳 용역 해지
설계 10곳·감리 1곳 등 648억 규모
심사 중이던 별도 23건 공고 취소
내규 개정에 정부 승인 절차도 도입
퇴직자 DB 관리에 취업 제한 강화
위헌 시비엔 “고리 끊겠다는 의지”
철근 누락 아파트 단지 사태 이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용역을 따낸 업체 중 11곳에 전관 재직이 확인돼 계약이 취소됐다. 심사가 진행 중이던 별도 용역 23건은 전관 배제를 위한 내규를 만들기 전까지 공고를 취소하기로 했다.
LH는 20일 국토교통부 주재로 서울 강남 서울지역본부에서 열린 ‘LH 용역 전관 카르텔 관련 긴급회의’에서 이 같은 용역 처리 방안을 발표했다.
LH는 지난달 31일 철근 누락 아파트 단지 현황을 발표한 뒤 체결된 사업 용역을 대상으로 전관 재직 여부를 조사했다. 임원 확인서 및 유선 통화 등을 통해 전관 재직 여부를 파악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설계 10건, 감리 1건 총 11건의 계약이 전관 재직 문제로 해지됐다. 액수로는 648억원 규모다.
전관이 없는 것으로 확인된 업체는 계약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와 더불어 지난달 31일 이후 입찰 공고와 심사 절차가 진행되던 설계·감리 용역 23건에 대해서는 공고를 취소해 후속 절차를 중단하기로 했다. 23건은 설계 11건, 감리 12건이며, 모두 892억원 규모다.
LH는 전관업체 입찰 배제를 위해 내규를 개정한 이후 취소된 용역을 재추진하기로 했다.
LH는 퇴직자가 없는 업체에 가점을 부여하고 퇴직자 명단 제출을 의무화하는 내부 별도 방침을 만들어 즉시 시행하기로 했다. 또 기획재정부 특례 승인을 거쳐 전관업체가 설계나 감리 용역에 참여하는 것을 전면 배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는 헌법상 권리 침해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이한준 LH 사장은 “법적 문제가 분명히 생길 수는 있지만 전관 고리를 이번 기회에 끊겠다는 LH 차원의 단호한 의지로 읽어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LH 퇴직자 및 전관업체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해 관리하기로 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에 따른 취업 심사 대상은 2급 이상 퇴직자로 LH 직원의 5.4%에 해당한다. 이들을 제외하곤 재취업 정보가 관리되지 않는 문제를 고치겠다는 것이다. LH가 최근 5년 내 LH와 설계·감리 계약을 맺은 적 있는 업체를 전수조사해 퇴직자 및 전관업체 DB를 구축하고, 앞으로 진행되는 설계·감리 참여자에 대한 DB를 수시로 갱신하기로 했다.
LH 퇴직자들의 취업이 제한되는 기업도 확대된다. 현재는 자본금 10억원 이상, 매출 100억원 이상인 기업에 취업할 때 심사를 받도록 되어 있는데 이 대상을 더 늘리겠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세부적인 방안을 마련해 10월 중 건설 분야 이권 카르텔 혁파 방안을 발표하기로 했다.
이날 회의에 외부 위원으로 참석한 함인선 한양대 건축학부 특임교수는 “LH가 복잡한 구조 계산을 만들었는데 좋게 보면 원가 절감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자기네 식구가 아니면 못 보는 장벽을 만든 것”이라며 “LH 사업 수주를 위한 영업뿐만 아니라 업무 진행도 전관이 아니면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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