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간토대지진 조선인 추모비 앞 ‘혐한 시위’ 긴장 고조
도쿄도에 집회 불허 요청에도
실행위, ‘우경화 기류’에 불안
간토대지진 당시 일본인들의 조선인 학살은 정당했다고 주장해온 일본 내 ‘혐한’ 단체가 대지진 100주년을 맞아 자신들이 철거를 주장해온 조선인 희생자 추모비 앞에서 집회를 벌일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추도식을 준비하고 있는 단체들은 도쿄도 측에 이들의 집회를 허가하지 말 것을 요구했으나, 도쿄도 역시 우경화 행보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20일 ‘간토대지진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 실행위원회’ 등에 따르면 일본 내 혐한 단체인 ‘소요카제’는 대지진 100주년 당일인 다음달 1일 도쿄도 스미다구 요코아미초 공원에 있는 조선인 희생자 추모비 앞에서 ‘진실의 위령제’ 집회를 열 예정이다. 이 단체는 현재 홈페이지에 행사 계획을 공개하고 회원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소요카제는 일본 내 한국인혐오 단체인 ‘재특회’(재일 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모임)와 연계해 출범한 단체다. “한국인 여러분, 사람 취급해서 미안합니다”라는 구호 등을 내걸고 혐한 시위를 벌여왔다.
이 단체는 특히 2017년 이후 조선인 희생자 추모비 철거를 요구하며 요코아미초 공원 내의 다른 장소에서 희생자들을 모욕하는 집회를 벌였다. 이번 100주년에는 우경화된 사회 분위기에 편승해 자신들이 목표로 하는 추모비 앞에서 대놓고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이에 따라 추모비 훼손이나, 추모비를 지키는 다른 시민단체들과 충돌할 가능성이 우려된다.
이에 추도식 실행위 등은 성명을 내고 도쿄도 측에 소요카제의 집회 허가를 내주지 말 것을 요청했다. 추모비 앞에서 사망자를 모욕하는 집회를 여는 것은 추모공원의 기능에 현저한 지장을 주는 것으로, 공공복지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실행위 측은 또 ‘헤이트 스피치’(혐오 발언)가 행해질 개연성이 높을 경우 공원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도쿄도의 조례도 강조했다. 앞서 소요카제는 2019년 집회에서 “조선인이 간토대지진에 편승해 약탈과 폭행을 일삼았다”며 과거의 유언비어를 진실인 양 주장했으며, 도쿄도는 2020년 이를 헤이트 스피치로 인정한 바 있다.
하지만 도쿄도 역시 우경화 행보를 하고 있어 실행위는 근심하고 있다. 고이케 유리코 도지사가 실행위의 당부에도 조선인 피해자들을 위한 추도문을 보내지 않는 등 과거사를 반성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행위 관계자는 경향신문에 “도쿄도가 그간 소요카제의 모임 개최를 허가해온 경과를 감안하면 추모비 앞에서의 이번 집회도 허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으나, 소요카제 측은 이미 집회를 허가받았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이 단체는 지난 17일 아사히신문에 “집회 개최는 도가 승낙한 사안이기에 예정대로 진행할 뿐”이라고 밝혔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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