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유토피아’ 영화가 말하는 재난 그 후 [뉴스를 만나다]
[앵커]
재난이 일상화된 시대에 살고 있음을 절감하는 여름입니다.
때마침 '재난'을 다룬 영화 한 편이 많은 이들에게 울림을 주고 있는데요.
흥행은 물론이고 해외 수상 가능성까지도 언급되는 작품이죠.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연출한, 엄태화 감독 초대했습니다.
어서오십시오.
토론토 국제영화제에 초청이 됐고, 미국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 부문' 한국 출품작으로도 선정됐습니다.
제2의 기생충이 되는 것 아니냐, 기대하는 분들도 있는데, 어떠신지요?
[답변]
일단 정말 영광스럽고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고요.
아카데미 레이스가 오스카 레이스라고 해서, 되게 길고 험난한 과정이라고 들었는데 일단은 저희가 할 수 있는 최대한 노력을 해서 잘 완주할 생각입니다.
[앵커]
코로나19로 개봉이 연기됐던 작품이죠?
2년 만에 공개가 됐는데, 152개국에 선판매됐고, 국내 흥행도 좋습니다.
인기 요인, 어디 있다고 보시는지요?
[답변]
무엇보다 이병헌 배우, 박서준 배우, 박보영 배우의 그동안 못 봤던 모습이 영화에 담겨 있어서 그런 부분이 관객분들이 좀 좋아해 주신 부분이 아닌가 싶고요.
그리고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정말 한국적인 모습들.
몰입할 수 있는, 쉽게 몰입할 수 있는 그런 모습들이 관객분들이 보시기에 좀 더 이렇게 좋게 봐주신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합니다.
[앵커]
통상적으로 재난 영화를 보면, 재난 이전 상황부터 쭉 보여주다가 재난이 터지면서 클라이맥스를 찍는데,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좀 다르죠.
영화 시작부터 이미 재난이 벌어진 '뒤'의 상황을 그려냅니다.
어떤 의도였을까요?
[답변]
이 영화가 장르적으로 아예 재난 영화라기보다는 '포스트 아포칼립스'물, 그러니까 멸망 이후를 다룬 이야기라고 생각을 하고 접근을 했고요.
정말 오늘 저녁에 이런 재난이 벌어진다면 한국에서 어떤 상황이 펼쳐질까에 포커싱된 상태로 만든 작품이기 때문에 그런 상황에 여러 인간 군상들이 나오고 그 인물들이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상황이 펼쳐지는지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 그런 이야기라서요.
[앵커]
주 배경으로 아파트가 등장하는데 아파트를 택하신 이유는 어디 있을까요?
[답변]
이게 '유쾌한 왕따'라는 웹툰이 원작이고요.
웹툰의 2부가 '유쾌한 이웃'이라는 웹툰인데 거기에 배경이 다 지진이 일어나서 무너진 상황에 어떤 아파트 한 채가 남아 있는 설정이었어요.
그러니까 한국 사람들이라면 아파트라고 했을 때 거의 한 50~60%가 아파트에 살고 있다라고 알고 있고 저도 아파트에서 나고 자란 세대이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정말 애환과 애증이 있는 주거지잖아요.
그런 부분이 관객분들이 보기에 더 몰입하고 더 이렇게 가깝게 느껴질 만한 배경이라고 생각을 해서 아파트로 설정하게 됐습니다.
[앵커]
어느 동네에 사느냐 어떤 아파트 사느냐가 마치 '계급'처럼 되어버린 시대 사회상도 반영이 된 것 같은데, 제가 맞게 본 걸까요?
[답변]
아무래도 설정상 좀 극단적인 상황이긴 하지만 한국적인 요소들을 많이 투영시켜서 리얼하게 보여주다 보니 그런 모습들이 자연스럽게 들어오게 된 것 같습니다.
[앵커]
등장 인물 얘기를 좀 해보죠.
이병헌 씨가 연기한 주인공 '영탁'. 선악이 참 모호한 캐릭터예요.
얼떨결에 '권력'을 쥐기도 하고... 이 인물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싶으셨을까요?
[답변]
(그러니까) 정말 평범했던 사람이 어떻게 해서 이런 모습까지 가게 되는지를 표현하고 싶었고.
너무 뭔가 사이코패스 같은 그런 악한 모습을 가진 사람보다는 평범한 사람들을 다루는, 근데 그런 평범한 사람들의 이기심이 모였을 때 어떤 식으로 악이 되고 그게 다른 사람들을 배척하고 그런 이야기에 좀 포커싱을 하고 싶어서 이 인물이 선이기도 하고 악기이기도 한 입체적인 모습으로 보여주고 싶었던 게 목적이었습니다.
[앵커]
박보영 씨가 연기한 배역은 약자를 도우려고 하는 대표적인 인물인데 의외로 이 캐릭터가 좀 불편하다 답답하다 이렇게 보는 시각도 댓글들을 보면 많더라고요.
근데 제가 보기에는 그래도 마지막까지 인간의 어떤 존엄과 도덕성을 지키려고 노력했던 사람 같은데, 그런 노력도 옳게 받아들여지기 힘든 시대가 된 걸까요?
[답변]
어떤 캐릭터에 이입해서 영화를 보느냐에 따라서 엔딩이, 엔딩에서 느끼는 감정이 좀 다르게 느껴지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렇게 봤을 때 명화라는 캐릭터를 그렇게 받아들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게 답답하게 만들려고 의도한 건 아니었고요.
아무래도 지금 시대가 뭔가 인간과 인간 사이에 날이 서 있고 뭔가 긴장감이 있고 그런 것들이 좀 투영된 채로 보여지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앵커]
마지막으로, 감독으로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장면, 거기에 담긴 메시지, 꼽아주신다면요?
[답변]
이병헌 배우님이 윤수일 선생님의 아파트 노래 아파트를 부르는 장면이 있는데요.
정말 이런 한국에서 이런 재난이 벌어진다면 한국 사람들이라면 노래하고 춤추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것 같은 그런 어떻게 보면 약간 블랙코미디적인 요소를 잘 살리고 싶은 장면이었고요.
그러면서도 그 장면이 이 영화에서 정말 중요한 변곡점이 되는 장면이거든요.
이병헌 배우님께서 정말 그 아이러니를 잘 표현해 주신 것 같아요.
[앵커]
제 주관적으로도 가장 명장면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해외 심사위원들도 그 장면을 좀 '이해' 해줬으면 좋겠는데요.
좋은 소식 기대하면서 엄태화 감독 보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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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경 기자 (pjk010@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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